쿠데타의 기술 - 권력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전략전술
쿠르치오 말라파르테 지음, 이성근.정기인 옮김, 문준영 감수해제 / 이책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총,칼,화기 등 무력(武力)의해 체제를 전복하여 정권을 찬탈하는 행위를 흔히 쿠데타라고 부른다.독불장군이라는 말이 있듯 혼자서는 성사를 시킬 수가 없는 것이 쿠데타일진대,근.현대사 속에서 발생했던 쿠데타 사건은 대부분 말로(末路)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그것은 힘과 권력이라는 무력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처참하게 희생시켰기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킨 소수층의 잔치와 같은 꼴이 아닌가 싶다.쿠데타는 성공하면 좋지만 불발로 끝나는 경우에는 주동자를 비롯한 동조세력들은 기득권층에 의해 탄압,투옥,살해,살해,망명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그래서 쿠데타,게릴라와 같은 용어를 접하다 보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렬하면서,이념.사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먼저 상기시키기도 한다.이념과 사상이 극단적으로 치달으면서 정권찬탈에 의한 희생양이 많다는 것을 권력투쟁의 역사에서 간접체험했기에 섬뜩하고 가혹하기만 하다.

 

 그러나 쿠데타를 일으키려 기도(企圖)하거나 실행으로 옮겨 성공한 인물들의 권력쟁탈전은 무력으로만으로는 반드시 성사를 시키지 못하고,치밀한 전략,전술은 물론 당대의 사회상과 국민들의 호응,그리고 이웃 나라와의 동맹과 같은 절묘한 힘의 역학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1,2차 세계대전은 동맹국,연합국과의 밀고 당기는 과정과 경제적 대공황,입헌군주제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쿠데타 모의가 성공을 좌우하기도 한다.비록 쿠데타가 성공하여 정권을 장악했을지라도 시대의 변화,시대의 요구에 의해 그들의 생명은 길지 못했다는 것이 소중한 역사의 반증이고 교훈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쿠데타의 기술》의 저자 말라파르테는 1,2차 세계대전과 쿠데타를 일으켰던 장본인의 권력찬탈과정을 픽션에 가깝게 서술하고 있다.1,2차 세계대전을 뒤로 하고 프랑스 나폴레옹을 근대적 쿠데타의 시초로 보고 있다.19세기 초 프랑스 공화제를 폐지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은 '법의 준수','의회적 절차'에 의해 정권을 찬탈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는 반면,말라파르테저자가 이상적이면서 '성공한'쿠데타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로마 진군과 러시아 볼세비키의 10월 혁명으로 보고 있다.무솔리니는 2차 세계대전의 후반에 이르러 파시스트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레지스탕스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쿠데타의 시점을 1917년 볼세비키 10월 혁명으로 보고 있는 저자는 그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폴란드의 피우스트스키의 쿠데타,스페인의 프리모 데 리베라 장군가 알폰소 13세 국왕의 지원하에 친정(親政) 쿠데타,화가가 꿈이던 히틀러는 연설과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 DAP당에 입당하면서 2차 세계대전의 나치즘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게 한다.

 

 이 글에 나오는 쿠데타의 주역들은 (나폴레옹만 제외하고) 대부분 마르크스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점이 공통점이다.1931년 《쿠데타의 기술》이 발간되면서 영미권의 자유주의,진보 계열 언론들로부터 자유를 방어하는데 적합한 수단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억압하는데 악용의 소지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그러나 전체주의 정부들은 출간을 금지시키고,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체제전복의 전형으로 인식하여 금서로 지정했다.당시에는 그렇게 인식을 했어도 현재의 시각과 관점에서는 이념과 사상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기에 격세지감마저 든다.

 

 러시아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성공을 거두면서 레닌은 일약 전제국가의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그의 곁에는 트로츠키 혁명가가 있었다.레닌의 전략,트로츠키의 전술이 유효했고,5년 여의 소모전에 가까운 내전은 백군이 항복하면서 볼세비키 정권의 승리로 끝난다.트로츠키 전술의 특징은 각국 정부들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영구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다.그런데 레닌의 사망후 레닌주의의 교조적인 통일을 위협하게 되고,트로츠키는 이를 잘 잡지를 못한 채,새롭게 떠오른 스탈린에 의해 실각되면서 스탈린 추종세력에 의해 망명지 멕시코에서 암살을 당하고 만다.스탈린의 힘은 냉정과 인내,과묵함과 차가움,완강함에 있었으며,트로츠키를 불쌍한 유대인쯤으로 깔봤다.쿠데타의 커다란 축(軸)인 독일의 히틀러는 본래 화가 지망생으로서 예술적인 기질이 강했지만 DAP당에서 행한 정치적 연설이 호응을 얻게 되면서 정치입문을 하게 되고,1929년 세계 경제대공황을 맞이하면서 히틀러는 발빠른 정치수완을 발휘하게 된다.선동적이고 정치야심에 가득찬 히틀러는 독일국민들의 희망의 화신으로 삼게 만든다.히틀러와 비슷한 시기에 바우러라는 인물은 미르크스의 근본 원리를 국가 방어에 적용한 사람으로서 현대 혁명사에서 기억할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을 무렵,독일민족인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유대민족을 대청소하게 되는데 이는 그의 심성상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그는 나치 혁명을 성공시키면서 자신을 법의 수호자,민족적 전통의 회복자,국가의 공복(公僕)이라는 자세를 취한다.결국 독일이 패망하면서 그는 부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말라파트테저자는 작가,종군기자,파시스트 당원을 자인하지만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추방되고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지만,《쿠데타의 기술》은 민주주의 국가이든 사회주의 국가이든 지도자들에겐 국가방어로서 요긴할 수도 있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세력에게 유용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20세기 초.중반 유럽 각국에서 발생한 쿠데타와 관련한 사례와 인물들의 군력탐욕의 역사를 정치사회적인 입장에서 고찰해 보는 유익한 계기가 되어 다행스러웠다.마오저둥이 말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이 도서를 읽으면서 수미일관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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