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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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회사에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관상만 보는 면접관이 있다고 한다.일반적인 면접을 치르는 가운데 관상 면접관은 입사 예정자의 전반적인 이목구비를 비롯하여 언변,입성 등을 차분하게 관찰하면서 자사의 재목감으로 타당한지를 머리 속으로 그려 볼 것이다.그러하기에 입사 예정자들이 좋은 인상,호감가는 인상으로 재치있게 스토리텔링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은 점수를 받으리라 생각한다.관상이라는 것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덕목과 발전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 보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면접 보는 날엔 면접자와 피면접자가 코드가 잘 맞아 질문과 답변이 척척 맞아 떨어지면서 좋은 이미지를 남겼으면 한다.

 

 실물을 보면서 사람의 됨됨이 등을 보는 관상이 있는가 하면 그림 속의 인물과 소재 등을 화가의 깊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갖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평소 관상에 대해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내게 <사람 보는 눈>은 내 마음 속 깊게 들어 왔다.69점의 그림들이 모두가 마음에 든다.주로 조선시대의 인물과 풍속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진하게 갈고 간 먹물에 붓을 대고 그림의 농담(濃淡)을 적절하고도 날렵하게 그려 놓은 그림들은 먼 옛날 나의 조상의 삶의 숨결이기도 하다.비록 시공간은 다를 것이지만 어딘가에서 나의 조상들도 아스라한 삶을 살아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색상은 잿빛에다 백의민족답게 무명 저고리,바지를 입었던 조상들의 애잔한 삶이 아련하기만 하다.

 

 손철주저자의 글을 몇 편 읽어 가면서 일반인들이 놓칠 뻔한 요소 요소를 귀신같게 해석해 주고 있기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조상들의 자취가 물씬 풍겨 나오고 멋진 해설까지 더하니 심미안마저 커져 간다.저자의 해설이 과연 맞는지 돋보기를 들여 대기도 했다(사십 중반이 넘으니 노안이 옴).과연 해설대로이다.기기묘묘할 정도이다.그림 속의 인물과 사물의 거동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통찰력은 그림을 오랜 시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일 것이지만 저자의 그림을 보는 전문성은 탁월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현대화는 주로 서양화,조각 등이 위주가 되고 있기에 수묵화로 대변되는 동양화의 예스러운 맛은 언제 음미해도 영혼이 시들지 않을 것만 같다.

 

 4부로 나뉘어진 이 글은 부제도 마음에 쏙 든다.같아도 삶 달라도 삶,마음을 빼닮은 얼굴,든 자리와 난 자리,있거나 없거나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삶 속에는 조상들의 간난신고한 삶을 여과없이 투영되고 있다.이해타산을 따지는 삶이 아닌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주어진 운명을 달갑게 받아 들이는 순수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인간의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초상화를 찍을 당시 그리는 사람이 자세 및 표정을 어떻게 하라고 코치를 하겠지만 본마음은 숨길 수가 없는 법이다.무슨 생각과 감정을 갖고 있는지 등 심상이 얼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다양한 초상화들,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노니는 다양한 화초,곤충,수목들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견지하면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피고 지는 모습이 예쁘고 귀여우며 친근하기까지 하다.

 

 나는 옛그림을 매우 좋아한다.그것은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어린시절의 향수와 추억,자애로움이 내 마음 속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모시적삼,흰광목 옷을 입으시고 일을 하시던 할아버지,할머니의 모습이 순박한 백의민족을 표상하고 있기도 해서이다.표정없는 근엄한 초상화보다는 자연을 벗삼아 살아 가던 조상들의 풍속화가 훨씬 더 정겨움을 안겨 주고 친근함을 갖어 주기에 마음에 쏙 든다.그 시절을 다시 살아보라고 하면 적응하는데에 시간은 걸릴지언정 논밭을 갈고 내에서 멱을 감고 월하에서 사랑도 진하게 나누고 앙상한 겨울날 초가에서 군불을 때고 아랫목에 등을 따숩게 하고 싶다.몸이 노근해지면 사랑방에 들어가 새끼를 꼬기도 하고 벗들과 화투놀이도 하면서 동동주로 목을 축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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