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림이다 -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 / 이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난 화가들의 화폭에 담겨져 있는 그림을 감상했던 시간이 많지 않았다.평소 그림에 관심은 가게 되지만 전람회 등에 갈 기회를 놓치고 또는 만들지를 못해 내내 아쉽기만 하다.오늘날과 같이 다양한 유파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몇 백년 된 그림들은 지금과 같은 감각보다는 예스럽고 평화로우며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녹아져 있어 한결 미적인 감각을 안겨 준다.그림을 단순히 그림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림의 주제에 맞게 감상하되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속뜻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반추하다 보면 그림을 감상하는 안목이 넓혀져 가리라 생각한다.개인적으론 서양화보다 예스럽고 풍류와 기지,유머감각이 당겨져 있는 그림 그리고 자연스럽지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 주는 익살성과 누군가를 사랑하되 이를 들춰서 표현할 수 없는 갈망감은 시대적 상황과 그 시절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풍부하게 상상해 볼 수가 있어 보고 또 보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반면 서양화는 정교하면서도 인물의 표정을 생동감있게 살려 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인데 색상면에서 다채롭고 음영과 원근감 등이 제대로 살려져 있어 현대화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서양에서는 유화가 시대에 따라 각유파가 변천되어 왔고 동양화 역시 누구 누구의 기법을 계승하기도 했다고 하는 점에서 동양화,서양화를 제대로 알려면 그 발달사를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제대로 학습하고 그림을 자주 접하면서 그림에 대한 심미안을 배양해 가는 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바른자세라고 생각한다.이번 가을에 어떤 그림에 빠지고 싶다라는 생각은 솔직히 무덤덤했지만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의 손철주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그림에 대한 선택과 해석이 차지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이 가미된 통찰력이 돋보여서 무조건 '다,그림이다'를 선택하게 되었다.선택하기를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 글이 종래와는 다르게 동양화와 서양화를 번갈아 가면서 손철주저자와 이주은저자가 각각 동양화와 서양화를 해석해 주고 있는데 이 글에 소개된 그림들이 그간 감상했던 것들도 있고 생경하게 다가오는 그림들도 있었다.

 

 두 공저자께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스토리를 이어간다.동.서양화에 대해 두 분이 각각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이 모두(冒頭)에서도 말했듯이 초심자에게는 그냥 스치고 말 세세한 부분까지를 짚어 주고 있어 독자로서는 그림을 읽어 가는 안목을 새롭게 해 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어 든든하기만 하다.소개된 동.서양화 모든 화폭이 인간의 삶의 애환을 그려 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면서 조선시대,또는 유럽의 미술사 등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열 개의 부제를 만들어 각각의 부제에 맞는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인간이 태어나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여정을 열 갈래로 나뉘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움,유혹,성공과 좌절,내가 누구인가,나이,행복,일탈,취미와 취향,노는 남자와 여자,어머니(엄마)가 바로 이 글에서 선보이는 그림들이다.

 

 동양화의 경우에는 남존여비의 사상과 봉건적인 사회구조이기에 남녀유별인 시대이기에 사회규율에 벗어나는 노골적인 행위보다는 상징적이면서 은유적이며 유머스러운 감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아울러 해석과 해석 사이에 한시(漢詩)를 가미하고 있어 그림 속의 내용과 사연을 정념적으로 보다 더 구체화시켜 주고 있다.서양화의 경우는 화려한 자연적 배경과 인물들의 표정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읽어 갈 수가 있는 점이 특색이다.원망,분노,갈등,무의욕,사랑이라는 의식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세세한 부분은 이주은작가의 정곡을 찌르는 해설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조선시대의 화폭 속에 실린 그림들이 여염집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위주가 되면서도 정선의 어촌도의 모습은 남녀 생식기를 일탈적으로 화폭에 담았다는 점이 경이롭기만 하다.특이한 화폭의 주인공으론 허난설헌의 앙간금수도와 신윤복의 아버지인 신한평의 자모육아의 그림이었다.서양화는 주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육감적이면서 원망과 분노,일탈의 이미지가 위주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필묵에 의해 농담을 취하면서 허와 실,일탈 속에서 법규를 존중해 가던 조선 백성들의 일상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의 경지를 추구했던 서양화를 통해 우리의 삶은 어찌보면 이슬과 같고 안개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생각 속에서 훗날 육신이 사라지고 영혼만 남게 된다면 살았을 때의 모습은 말은 없지만 후대들에게 지금의 인간의 일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 주는 그림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림과 같은 예술을 통해 그 감각과 심미안을 넓혀 감으로써 마음 속은 풍부한 자양분으로 채워지고 삶의 질은 더욱 아름답게 승화되어 가리라는 믿음을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