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산 아이 산하작은아이들 34
로익 도빌리에 지음, 마르크 리자노 외 그림, 이효숙 옮김 / 산하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에 할머니와 함께 살 때에는 할머니는 전래동화와 같은 재미나는 얘기를 들려 주지를 않으셨다.대신 열네 살에 할아버지를 만나시고 방랑기가 있는 시아버지(증조할아버지) 밑에서 엄한 시집살이를 했던 얘기,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일제강점기의 보릿고개와 같은 구슬픈 이야기 그리고 양식을 장만하기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땔감을 구루마(리어카)에 싣고 십리가 넘는 길을 이슬 내린 새벽길을 걸어 땔감을 팔게 되면 보리 몇 되,쌀 몇 되가 고작이었다고 한다.그렇게 기구하도록 힘들게 땔감을 팔러 도회지 장에 가게 되면 해는 어느새 중천에 뜨고 얼굴과 등에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고 한다.두 분은 시대를 잘못 만났지만 그래도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 오시면서 논과 밭을 장만하시면서 사람답게 살려고 힘쓰셨던 것들이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판단한다.

 

<숨어 산 아이>의 주인공 소녀 엘자는 제2차 세계대전 히틀러의 나치즘과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내세워 유대인들의 씨를 말렸던 세기의 대학살극을 할머니로부터 듣게 된다.어린이이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전쟁이라는 나라와 나라끼리의 싸움과 그로 인한 무곳한 이들의 희생,그리고 배타적 민족성이 왜 나쁜가를 인식시켜 주는 등 역사적 교훈과 학습을 일깨우게 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이야기이다.아기자기한 만화로 이루어진 조각 조각의 그림들과 어린이가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면서 그림과 얘기에 귀를 쫑긋하고 이해가 안되면 물어가면서 나누는 할머니와 소녀 엘자의 얘기는 단순한 동화가 아닌 지난 역사의 교훈을 인식시키면서 사회성을 일깨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식구들이 모두 유대인이라고 하여 경찰들에게 끌려 가면서 딸은 친척 집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다.그리고 소녀는 경찰관에게 끌려 가지 않으려 집 지하에 새우와 같이 몸을 움추리면서 초조함과 공포의 침묵의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소녀의 부모는 끔찍한 유대인 수용소에 갇혀 있지만 생사의 소식을 알 수가 없다.소녀는 페리카르 부인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이름마저 프랑스식인 시몬 피에레로 바꾼다.마치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전쟁과 난리가 한바탕 지나간 뒤 시몬 피에레는 소와 닭,전원이 있는 농가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진다.마음을 다스리고 평화로운 삶을 기원하기 위해 매주 성당에 나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소통도 하고 성장해 나간다.비록 짧고 만화로 엮어진 동화이지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희대의 비극을 놓고 아이에게 잘못된 역사,역사의 교훈,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잔잔하면서도 알아 듣기 쉽게 전하고 인식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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