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록집 -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3인 시집
박목월.조지훈.박두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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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핍박과 탄압,희망이 없는 삶이 이어지던 1930년대 서구적인 모더니즘에 반발하고 영원한 생명의 고향인 '자연'를 추구하고,자연미의 재발견과 한글미의 순화 및 생명의 원천에 대한 추구 노력이 박두진,조지훈,박목월 3인에 의해 주창되었는데 그것은 청록파(靑綠派)의 탄생으로 이어진다.이 청록집은 1946년 9월 25일 출판된 것이다.

 

 

청록파 3인은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추구하고 역사의 전통,고전미를 발견하면서 해방전.후의 한국의 시세계를 풍미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그들은 '청록파'라는 심정적인 공통점은 있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자가 추구했던 시세계가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박두진시인은 사랑과 생명의 원리에 서있는 자연 속에서 보편적 감동을 주려 했고,조지훈시인은 한국 고전.민속에서 회고적 에스프리를 찾으려 했으며,박목월시인은 향토색이 감도는 자연을 소재로 섬세하고 보드라운 심성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중.고교 시절 박두진,박목월,조지훈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때론 종교색이 짙은 사랑과 생명의 감동을 받았으며 때론 한국 고전미를 한층 고양시킨 점에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갖기도 했다.특히 박목월시인의 '나그네'는 감성적인 정념과 그 옛날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게 하는 그림과 같은 시이다.

 

 

시는 추상적인 것보다는 눈 앞에 아른거리는 수채화와 같이 싱그럽고 생동감이 넘치는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한 폭의 명작이라고 생각되기에 그러한 시를 읽고 음미하면서 각자의 심성도 맑게 정화시켜 준다고 생각한다.순수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잉태시켜 준 청록파시인 3인의 시는 서슬퍼런 일제강점기의 핍박과 고통,암울함을 자연과 생명,사랑,고전미,민속을 주로 노래했으며,추악한 도시의 모더니즘에 반발하고 자연복귀로의 추구를 노래하고 있다.

 

 

청노루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 박목월 나그네 -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조지훈 승무 중에서 -

 

 

장미의 노래

 

 

내 여기 한 이름 없는

 

작은 마을에 태어나

 

바람과 토양과 부모와

 

따사한 햇볕에 안겨 자랐으나

 

어머니의 젖

달큼한 젖의 품을 벗어나

 

외따로 걷는 마을길에 서서

 

처음 우러러 하늘을 볼 때부터 - 박두진 장미의 노래 중에서 -

 

 

 

산업화,도시개발로 인해 산허리가 잘려 나가면서(특히 4대강 개발) 자연과 함께 해야 할 그릇되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에 의해 자연환경은 볼품도 없고 정나미마저 뚝 떨어진다.인간이 죽어 어디로 가든 그곳은 자연으로의 회귀이다.모더니즘 반발하고 추악한 도시 현실을 외면하여 인간 생명의 원천인 자연 복귀를 읊고 노래했던 청록파시인의 시집을 통해 감성도 되살리고 사람과 자연은 하나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에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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