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오나 - 전라도 강진 상엿소리꾼 오충웅 옹의 이야기 민중자서전 1
김준수 글.그림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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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던 사람을 보내는 일은 가슴부터 미어진다.주체할 수 없는 슬픔과 회한이 일시에 몰려 오고 곁에서 망자의 넋을 달래려 구슬프게 울음을 터트리기라도 하면 저절로 눈가는 붉어지고 망자의 한을 달래고 넋을 위로하는데 한마음이 된다.

 

내 할아버지께서 1982년에 작고하셨는데 당시 시골에서는 상여를 메고 마을에서 노제를 지낸 다음 장지까지 상여꾼들이 상여를 힘겹게 메고 지관이 파 놓은 땅 밑에 하관식을 하는데,요령(搖鈴)을 딸랑딸랑 흔들어 대면서 초혼(招魂)을 한다.길고 긴 이 세상을 멀리 하고 극락왕생을 빌면서 장례식이 시작되는데,상주와 친족들은 삼베 옷,무명 옷을 입고 곡을 하면 시신이 안치된 관은 상여꾼들에 의해 상여에 놓이게 된다.

 

할아버지께서는 한창 보리가 익어갈 무렵에 돌아가시고 84세에 돌아가셔서 동네에서는 호상(好喪)이라고 하셨다.근력이 떨어지면서 자리에 눕게 되셨는데 그 이후로 7일 만에 돌아가셨던 것이다.작고하시는 날 아침에는 당신께서 손수 우물 옆 통에 받아 놓은 물을 대야에 떠서 손과 발을 싹싹 닦으시고 말끔하게 하시고,죽음을 예견하셨던거 같다.그리고 학교에서 돌아 오니 지붕에는 할아버지 옷이 덩그러니 걸리게 되었고,이것을 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하고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집안의 어르신이 돌아가신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기에 온갖 상념이 물밀듯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동네 청년들이 상여꾼이 되어 주고 나는 장손이라 할아버지 영정을 들고 내 앞에는 요령잡이가 망자의 한을 달래 주고 내세에서 더욱 행복하도록 기원하는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소리는 구슬프기만 하다.상여꾼들이 지치지 않게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가는데 요령잡이는 큰 몫을 했다.할아버지께서 자주 놀러 가셨던 새마을 회관 앞 정자나무에서 노제를 지냈는데 노제에서는 간단한 음식과 막걸리가 나오고 노제 돈도 어느 정도 거둬 들였다.그 돈으로 상여꾼과 요령잡이의 수고비로 쓰이게 된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하게 될 예기치 않은 그림자이다.모든 계층을 떠나 만인이 엄마 뱃속에서 나온 것처럼 죽음 앞에서도 평등하다.또한 실재가 사라진 삶의 마지막이 죽음이다.함께 생사고락을 나눈 가족,친지,지기들이 망자의 한을 달래고 넋을 위로하는 상엿소리는 이제는 보기가 매우 힘들다.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이하고 곧바로 매장을 한다든지 화장으로 장례식을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요령잡이 오충웅 옹(翁)은 전남 강진에 거주하시는 분으로 36년 정도를 요령잡이를 하고 계신다.시대의 변화에 따라 상엿소리를 들을 기회는 매우 희박하지만 오충웅 옹의 소리꾼 인생을 접하고 요령잡이를 통해 맥이 끊어져 가는 전통의 소리를 이제는 책이나 자료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오충웅 옹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과 구성진 장흥지방의 사투리와 넋두리,상엿 소리 한 가락 등도 재미와 흥미를 더해 주었다.

 

* 상엿소리의 유래는 사마전의 <사기> 전담열전과 진(晉)나라 최표의 <고금주> 음악 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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