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함성호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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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디자인의 세련된 미를 자랑하는 건축물과 공간의 미를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사람에 따라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상업화가 맞물려 고층 빌딩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일반인의 거주 공간도 개인 주택을 벗어나 복층 및 고층의 위용을 띠고 있는 회색빛 아파트 문화가 번성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산하의 아우라가 아닐까 싶다.면단위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뿌옇게 내려 앉은 아파트 및 고층 건물들은 생활의 편리함과 개인주의,상업주의가 맞물려 있는게 사실이다.그러면서 자연히 이웃 간에 왕래,소통,공동체적인 관계가 사라지고 나와 가족 위주의 단절된 생활 공간이 되어 가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의 전통 문화,건축물은 아닐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서양 문물을 배우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공간의 미를 차지하는 건축물이 서양화 되어가고 있다.또한 1960년대 경제 개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가 건립되고 단층 건물보다는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미적 감각을 갖춘 미니멀(단순함과 간결함)적인 건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한국의 경우에는 노출 콘크리트로 안도 다다오에 의해 미학적 가능성에 눈을 뜨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사실이다.서양에서는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맞춰 세계적인 박스형 건물을 주도한 것이 르 코르뷔지에였다는 것도 기억할 만한 인물이다.

 

빌딩,교량,철로 등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와 디자인,미적 감각을 갖춘 건축물은 시대와 당대 통치자의 구미에 따라 바뀌어 가고 있으며,이러한 건축물들이 설계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는 과정에서 부실 시공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빨리 빨리'로 대변되는 한국인의 뼈아픈 의식 구조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그것은 성수 대교 붕괴,삼풍 백화점 붕괴,대구 지하철 사고 등이 대변해 주고 있으며 5.16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쥔 박정희는 한국의 전통 문화보다는 소수 지배집단의 구조로만 그친 '문화주의'의 피폐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목조양식의 특성을 콘크리트로 복사해 낸 것이 특징이다.각황전,팔상전,국립민속박물관,세종문화회관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제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정부는 100만 호 주택건설의 신도시 건설계획은,기실 한정된 토지에서 부동산의 부가가치가 한계점에 다다르자 새로운 토지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부동산 시장의 재편성에 다름 아니었는데 생존권이 막막한 토착민 5명이 목숨을 버리게 되고 2011년 정부는,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자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아파트 건설업자들에게 몇조 원이나 되는 지원금을 책정했다.이것은 누구를 위한 아파트 건설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나아가 아파트,골프장,연수원 등을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산하가 무차별 훼손되고 생태계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생태계 파괴가 결국 인간에게 화를 안겨 준다는 극히 단순한 원리를 망각한 채 소수의 이해관계에 의해 다수가 화를 입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자신의 개체적 생존을 위해 숲이 사라지고 개체적 생존과 종(種)의 운명이 불일치하는 모순의 지경에 이르고 있음을 깊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건축물을 구상하는 설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간에게 편리함과 미적 감각을 제공해 주고 있다.아울러 삶과 생존에 필요한 기호이고 예술이며 사회.정치적인 측면이 강조된 결과물이라고 보여지는데 통치자의 구미와 체제,규약,규범에 준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건축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가 잘 어우러졌으면 한다.또한 무분별한 자연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자행하면서까지 상업성과 비즈니스면만 생각한다면 국가적 위신과 고유의 전통미는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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