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반갑기도 하고 술이라도 한 잔 하면서 옛 추억을 되씹고 싶어지기도 하지만 요즘 연락은 대부분이 조사(弔事)와 관련한 일이 많다.친구들의 부모의 서거가 많다.그러한 소식을 접할때마다 '나도 한 세상이 그리 멀지만은 않구나'라고 새삼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또한 직접 만나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간접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싱싱하고 패기로 가득찼던 옛 모습들은 사라지고 세파와 풍상을 거쳐 오면서 얼굴에도 변화가 오는데 흰머리,눈가 주름으로 조금씩 늙어간다.몸과 마음이 하나 둘씩 신진대사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노후화되어 가는 것을 삶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는 불혹(不惑)은 옛말이다.한창 일어서고 뛰면서 가족의 경제적 부양과 함께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다.한국 사회가 언제부터인지 사십대를 헌신짝마냥 여기는 풍조가 생겼다.지식과 지혜,경륜이 아무리 많아도 사십대는 후배세대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어야 하고 또 다른 삶을 찾아 거치고 가파른 인생의 항해를 휘저어 가야만 한다.제자리에 있을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사십대의 고뇌,스트레스,번민,경제적 부담 등은 지혜와 너른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스려야만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한 번쯤은 깊게 자성하고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지나온 시간과 경험들에 대한 감사,열심히 일하면서 이루어 놓은 성취와 업적에 대한 회고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자세와 태도를 온몸으로 보여 주어야 할 시기이다.어줍잖은 자존심과 가장이라는 권위 의식보다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주고 의지가 되어 주는 존재로 탈바꿈해 나가는 자세도 좋을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너무도 냉혹하고 치열하고 오로지 이겨야만 이기는 줄로만 알고 사는게 사십대의 현주소이다.특히 중산층이 무너진 한국 사회에 급소라고 맞은듯 경제적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소수의 갖은 자와 다수의 못갖은 자 사이의 갭이 너무도 크고 구성원들간의 반목과 질시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생각된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가는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일지도 모르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되 자신에게 더 나은 적재적소의 탈출구가 있다면 현재를 극복하고 제2의 삶을 꾸려 갈 수도 있지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협소한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는 것은 위험스럽기도 할 것이다.그렇다고 손발 놓고 가정을 팽개치고 거리로 나 앉을 수도 없는게 사십대의 고뇌라면 고뇌이다.

 

건강과 일,행복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세대가 사십대이다.자녀의 교육과 노후,가족과 주위를 생각하고 배려해 나가야만 하는 시대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무기력증과 우울증까지 생길 수도 있다.조금은 느긋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인생의 동반자와 상의하고 모색해 나간다면 아픈 몸과 마음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내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심적 고통은 사라져 갈 것이다.삶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사십대가 가야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선배들이 지나간 길을 담대함과 용기로서 극복해 나가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도 사십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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