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 자음과모음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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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자작보다는 대작을 함으로써 꼬였던 인생사를 풀리게 하기도 하고 우의를 돈독하게 하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술자리는 잘 정돈되고 격식을 차린 귀빈실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외풍과 먼지,소음을 차단시킬 정도의 서민들의 포장마차간도 있다.술을 만나면 반가운 손님을 맞이한듯 안색이 환하게 변하는 애주가 및 술꾼이 있는가 하면 술은 마시되 술과는 거리가 먼 단지 대화의 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나도 사십대 이전엔 술을 생각하면 설레이고 분위기와 기분이 고조되면 2,3차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술을 좋아하고 얘기의 꽃이 활짝 피어가는 술자리의 모습이 보다 인간적이고 인생의 사연을 주고 받는 편안한 자리이기에 그러한 자리가 훈훈하고 다정하게만 느껴져 온다.

 

개인적으론 어른들에게 술을 정식으로 배우지는 않았다.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양은 주전자를 주시며 하꼬방에 가서 막걸리 심부름을 다녀 온 적이 꽤 많은데 처음엔 들고 오다가 몸이 움직이다 보니 주전자 마개에서 찔끔 새어 나오는 모유와 같은 텁텁한 막걸리 한 두방울이 아깝게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주전자를 들어 올려 입으로 막걸리의 맛을 음미해 보곤 했다.쓴 음식을 먹으면 인상이 오만가지로 변하는데 그 때 막걸리 맛은 텁텁하다기 보다는 시큼한 맛에 진저리도 나고 그 자체로 인상이 오만가지였다고 생각한다.고교시절까지는 범생이었던거 같다.대학 신입생 엠티때 선배들이 냉면 사발에 퍼주는 막걸리를 반강제적으로 꿀꺽꿀꺽 마시면서 술의 오묘한 맛과 기분 좋은 친구 및 동료들과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술의 양은 늘어만 갔고 때론 인사불성이 되어 필름이 끊기고 내 인격 자체가 문제가 될 때도 있었다.

 

작가가 보여 주는 술꾼들은 사회 생활 및 대학 동기들 사이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술과의 추억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소설가,취재시 만난 사람들,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반추하고 있다.술은 그 자체로 우리 몸 속을 화끈 달아오르게 하고 흥분을 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술을 못 마시는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술의 최면에 걸리는 경우도 있고,몸과 술이 최적의 친구인 경우엔 아무리 마셔도 술을 이겨내는 사람도 있다.또한 애초부터 몸이 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술에 약한 부류도 있기에 자신의 몸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조절을 하는 것이 최상이고 술 좌석은 술을 못마시는 사람부터 잘 마시는 사람까지 균형과 조화,분위기가 겨울날 화로에서 피어오르는 화로의 잉걸불의 잉태를 느낄 수가 있으리라.

 

술을 마시는 술 자리는 다양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심심하고 격조하고 슬프고 반갑고 기쁘고 의례적이고 기분 나쁜 일을 풀기 위해서 등 사람을 불러내고 찾아가는 등 사람과의 만남이 서먹해지지 않도록 술은 사람의 뇌와 의식을 경직해서 연화작용을 해준다.그 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자신의 무능과 한을 상대에게 푸는 것보다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 상대방이 경청해 주며 또한 상대방의 사연을 경청하며 서로가 잘 되기를 바라는 온유의 교환이 많아졌으면 한다.술을 빙자로 가정이 파탄되고 거리가 흥청망청 변질되는 분위기는 지양되었으면 한다.모처럼 만나 술과 맛깔스런 안주로 우의를 돈독케 하고 일이 잘 되는 방향으로 건전한 술 문화 형성이 한국사회에 퍼져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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