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제게 "왜 책을 읽으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지식과 지성,지혜를 다양하게 얻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솔직히 학창 시절 책다운 책을 많이 읽지를 않았다.주로 참고서와 얇팍한 흥미 위주의 책으로 만족하고 세상을 바라보려 했던 어리석음이 어른이 되고 인생의 중반이 되고 보니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세상의 정보와 지혜의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우리글에는 수많은 한자어와 외래어,예스러운 말들이 뒤섞여 쉽게 다가가기도 어려운 글들도 있고,나라마다의 전해내려 오는 신화와 전설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활약상과 교훈,시와 같이 짧으면서도 촌철살인하는 함축된 언어,세상의 몽매를 밝게 깨우치고 횃불마냥 밝게 비춰줄 잠언서(箴言書) 등을 접하면서 그간 생각없이 살아온 내게 다소나마 위안을 안겨주고 부족한 내면을 채워주기도 한다.특히 고전의 경우에는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거대한 진리가 함축적으로 담겨있고 카프카가 말한것처럼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 주기도 한다.독서는 다독,정독,통독 등이 있지만 제 경우는 2,30대 못 읽은 한을 풀기라도 하듯 신간,베스트셀러,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저 나름 부지런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읽고 눈에 띄는 대목은 밑줄을 긋기도 하고 노트에 적어 보기도 한다.

저자는 광고인으로서 '책 들여다보기'의 강의를 정리하여 책과 인생이라는 주제에 어울릴 법하게 그가 읽고 감명을 안겨준 대목과 생각,느낌을 담담하고도 편안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탐사와 직접 체험을 통해 군더더기 없는 멋진 글을 보여주는 김훈,이성간의 진정한 사랑의 힘을 쏟아내는 알랭 드 보통,인간과 사물이 하나가 되어 세상을 낭만으로 이끄는 고은,햇살과 지중해,가볍지 않은 사랑을 담은 카뮈,장 그르니에,니코스 카잔차키스,밀란 쿤데라,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 준다는 톨스토이 등을 통해 짓눌린 생기를 되찾아 주고 삶의 의미,썩지 않는 영혼,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음미해 볼 수가 있었다.글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도 하고 문득 돈오(頓悟)와 같은 순간 깨달음을 통해 삶의 지표를 바꾸기도 하는 등 인간은 신체적으론 나약하지만 글이라는 존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 행복의 울타리에 갇혀져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글 속에서 행복을 찾아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글을 왜 읽냐는 주체적인 물음 속에 스스로 답을 구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즉 스스로 나는 행복을 찾기 위해 글을 읽고 있다는 자각을 갖고 읽다 보면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질 것이고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밤의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고,그것을 행복하게 대하는 삶의 자세야말로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행복은 추구하는 대상이 아닌 발견의 대상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소소한 사물의 모습을 보면서 해맑게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하고 경이와 찬탄을 발하기도 하는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약간의 여유를 갖고 바라보고 느껴본다면 지금까지 행불행으로 몸이 닳아 왔다면 그 순간부터는 세상을 조금 더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인 지혜를 쌓아 갈 수가 있으리라.행복은 발견하는 힘이 커질수록 몸과 마음이 리듬감이 쌓여 가고 대처하는 힘도 길러지리라 판단된다.

또한 글을 통해 서사적인 힘도 기를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사실,낭만,민족적인 색깔을 띤 시를 쓰시는 고은의 시에서 느껴지는 서사적인 풍경은 소와 사람이 갖고 있는 느낌과 감정이 일체가 됨을 알아 차리게 된다.말을 못하는 소일지라도 비맞고 있는 소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시선을 거두는 꼴이 된다는 것도 감지해볼 수 있다.

저쪽 언덕에서
소가 비 맞고 서 있다.

이쪽 처마 밑에서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한참 뒤 서로 눈길을 피하였다

책을 읽는 목적은 단순히 사회 생활에서의 수단과 목적을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지만 글을 쓰는 작가나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수많은 시간 속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해 가며 반복수정하기를 수없이 했을 것이다.글 속에서 단순한 지식을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작가의 문체와 내용,전해 주려는 심상과 지혜의 덕목을 하나라도 더 찾으려는 노력이 진정한 독서인의 자세이고 그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행복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리라 생각한다.또한 독서를 통해 작가의 마음을 훔치고 건전한 모방을 통해 멋진 창의력이 개발되고 음울하고 각박한 세상에 행복의 밀알을 뿌려나가리라 생각한다.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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