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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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에 행복하다고들 말한다.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비관적인 아닌 낙관적인 자세로 대하고 긍정적으로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쉼없이 '짹깍짹깍' 걸어가는 시침과 분침 역시 묵묵하게 인간에게 시간의 진리와 규칙,방향을 군소리없이 들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고 때론 사랑스러운 사물이요 존재이다.사람과 달리 인간은 생각과 느낌,감정을 섬세하고도 촘촘하게 때론 수채화마냥 그려준다.맑게 개인 하늘과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어느 시골 마을의 한가로운 정경,모든 것을 영적인 신과 교유하고 환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넉넉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철학 등은 모래 속에 진주이겠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어딘가엔 살아 있으리라 생각한다.이것들을 읽는 이들에겐 한없는 맑은 영혼을 선사해 주기도 하고 잃어버린 심상을 되살려 주기도 하는 영매체와 같은 작용을 하기에 돈과 물질의 소유의 욕망으로 지친 현대인에겐 짧은 순간이지만 긴 여운마냥 오래도록 뇌리에 번져 나가리라 생각한다.

곽재구 시인이 찾아 나선 인도 산티니케탄의 마음의 여행은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 준다.동양의 시성(詩聖)으로 널리 알려진 타고르의 영혼을 찾아 시인은 굳고 설레며 산티니케탄에서 만난 모든 사물과 사람과 융화하고 일체가 되어 타고르의 인생을 체현해 보고저 한다.켈커타에서 북서쪽으로 150키로에 있는 산티니케탄은 벵골어를 사용하며 교육도시답게 세계에서 아름답다고 알려진 야외수업을 하는 학교가 있으며 시인이 미친듯이 사랑하는 조전건다의 하얗고 노오란 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산란한 마음을 정화시켜 주고 초(秒)를 다투어 질주하는 지금의 시간을 몇 십년 뒤로 옮겨 놓은거 같다.타고르가 사랑한 사람,땅,별,꽃들이 산티니케탄에는 셀 수없을 정도로 눈부시다.

시인은 기차로 이동하면서 인도의 신분계급을 살피기도 하고 집을 구하면서 알게 된 가정부와의 약간의 신경전,론디니네 가족과 기탄잘리에서의 영화 관람,릭샤왈라(인력꾼),마시(도우미),다다(아저씨),디디(아줌마),노모스카(벵골의 인사말,당신의 마음 속에 살아 있는 당신의 신과 영혼을 배려하면서 건넨다고 함),사람과 짐승이 함께 강가에서 목욕을 하는 모습,인도인의 2대 범죄(스승의 아내를 범하고 금을 훔친 자),사후세계를 철저하게 믿는 신앙심,타고르를 마음의 스승으로 삼고 존경하며 자부심마저 듬뿍 배여 있는 산티니케탄인의 일상과 생각과 감정,삶의 소소함은 산업화와 물신이 아직은 덜해서인지 한 장 한 장의 그림들이 평화롭고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글의 단어,문장들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540일간의 여정들이 산티니케탄의 바람과 나무와 꽃향기,타고르의 숨결들이 녹아져 있다.복지국가의 대명사인 북유럽의 그 어떤 잘 사는 나라들도 인도가 주는 평온감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고 적빈(寂貧)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삶에 대한 고결한 인식이 마음과 생각 속에 스며 있는거 같다.느리면서도 유유하게 흘러가는 산티니케탄의 현대 속의 과거의 일상을 느껴보는 시간이지만 정작 우리네가 귀찮아하고 잃어가는 공동체의 참모습과 사람의 온기와 자연의 위대함을 그들의 때묻지 않은 영혼과 함께 되새겨 보는 귀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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