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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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과 유행에 도태되어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것들은 부지기수이다.불과 1세대도 아닌 20여년의 시간 속에 흐릿한 앨범 속의 기억과 추억으로 각인되고 있는 다방은 만남의 장소이고 데이트 코스이며 심심풀이 시간 때우기로 40대 이상은 아련하면서도 가슴 설레고 즐거운 추억이 묻어나는 장소였을거라고 생각한다.다방하면 계단을 타고 지하로 들어가는데 넓은 공간에 담배 연기와 다양한 연령대가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꽃 피우기도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가는 맞선의 장소이기도 했다.특히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할일 없고 심심하여 다방 주인 '마담'과 레지와의 정담이 오가던 곳이기도 했다.

보다 고급스러운 것을 찾고 젊은이들의 감각에 맞춘 커피숍이 성행하면서 다방은 한물 간 유물로 전락하고 읍이나 면 단위엔 가물에 콩나듯 초로의 노인들이 약속 장소가 되고 한창 농번기에 있는 농부들이 뚝딱 핸드폰을 누르면 늦으면 혼이라도 날까봐 날쌘 제비마냥 냅다 달려오는 레지의 상술과 애교 섞인 웃음이 농부들의 고됨을 잠시나마 식혀 주기도 한다.파종기의 봄,논의 피사리등 잡초 및 농약 살포의 여름,누렇게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 가을,옹기종기 모여 앉아 회관에 모여 화투놀이등으로 추위를 이기는 겨울날엔 으례 평소 마음의 빚이 많다든지 인심이 후한다던지 화투 놀이에서 돈을 딴 사람이 크게 한 턱을 쏘곤 했다.하지만 이런 얘기도 내가 살았던 1990년대의 일이고 지금은 시골에는 농사일을 맡을 사람이 거의가 없고 힘없는 노인만 집나간 집을 지키고 있을 뿐이니 한적하기 그지없고 겨울 바람에 나부끼는 낙엽과 같은 황량함만 가득하기만 하다.

스쿠터 한 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다방과 관련하여 잊혀지고 버려진 기억과 추억 속의 다방 순례기를 적어 놓은 이 글은 대도시보다는 읍과 면 단위에 외진 구석에 외롭고도 고색창연하게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손님 또한 한산하기만 하다.돈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찾아 오는 손님 특히 단골과의 말벗이 되고 생계의 수단으로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다방 이름도 가지각색이다.맹물 다방,딸기 다방,미인다방등이 있고 옛날식 이발관과 미용실이 눈에 띈다.바리깡과 돼지털마냥 꺼끌꺼끌한 브뤄쉬에 빼빠로 면도기를 가는 모습에서 어릴적 자주 다녔던 이발관이 생각이 난다.허연 머리에 순박하고 마음씨 좋은 초로의 할아버지 이발사는 지금은 고인이 되었겠지만 갈때마다 친근한 미소로 시종일관 머리를 다듬어 주시던 인자한 모습이 어제의 일마냥 그립기만 하다.

저자가 스쿠터로 붕붕 날아다닌 곳은 다방 뿐만이 아니다.2년 4개월간 휴전선 근처부터 남쪽 가거도까지 발품팔이를 열심히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그곳엔 그리움과 낭만,추억과 아련함등이 배여 나고 생활의 편리함과 유행을 쫓다보니 정겹고 인간미가 살아 있는 다방,이발소,미용실의 옛 풍경은 이젠 상업메카니즘에 밀려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할 처지에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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