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 앞은 환하게 내가 흐르고 뒤는 산이 포근하게 어머니마냥 감싸주는 곳에 살고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거 같다.그만큼 산과 물이 인간에게 갖어다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오랜 세월 '풍수 사상'이 주는 보이지 않는 건강과 재물의 번창등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에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촌이었다.또한 사계에 따라 산의 모습은 제각각이었고 보면 볼수록 정겹고 기쁘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다.특히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에는 놀이기구가 마땅치 않아 뒷동산에 올라 호연지기도 기르고 너른 잔디밭 한 켠에서는 씨름도 하기도 했으며 겨울이 되면 땔감을 구하러 부모님과 함께 산 속 깊은 곳에 들어가 나무를 하면서 힘든 일을 통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하며 미리 준비해 온 쌀과 국거리를 어머니께서 만드셔서 함께 먹던 기억도 새롭다.깊은 산 속이라 나무들도 울창하고 지저귀는 갖가지 새들의 합창과 고즈넉함과 피곤함을 달래기 위해 잠깐 눈을 붙였던 낮잠은 꿀맛 같았다.

산업화와 도시 개발등으로 산허리가 깎이고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은 어디든 개발 이익으로 살풍경이 되어 버린 요즘의 산의 모습은 어릴 적 보고 자라던 산의 정겨움과 즐거움은 이젠 찾을 수가 없다.건강을 찾기 위해 등산과 산보를 하고 건강한 약수를 구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거 같다.개인의 건강을 찾고 무료한 시간에 말벗을 찾아 소일하는 것도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다만 개인 소유의 땅이 아닌데도 마음대로 구역을 정하여 채마를 재배하면서 독한 농약을 사용하기에 산의 수맥이 오염이 될 염려가 많고 산의 생태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이다.자신의 땅이 아닌데도 버젓이 채마를 재배하는 배짱 두둑함도 모자라 CCTV까지 설치하여 자신이 재배한 채소를 서리해 갈까 감시하는 꼬락서니도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집 앞부터 사무실등이 거의가 감시체제인데 약수터 산까지 감시체제라는 생각에 살벌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뒷산이든 앞산이든 산에는 사람이 다니다 보니 길이 생기고 '성황당'이 있고 약수터가 있으며 가다가 땀이 흐르고 지치면 그늘에서 쉬었다 가는 쉼터가 뒷산과 앞산일텐데 갖은 자들의 이기심으로 산허리는 깎이고 온통 별장과 같은 빌라,단독주택이 들어서고 산이 갖고 있는 포근함과 싱그러움은 눈을 씻고 찾을 길이 없다.과연 없는 사람들이 그러한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다행히도 서울 근교의 신월동,궁동,작동이 교차하는 나즈막한 산에 백년약수터가 있어 물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끊이질 않고 같은 또래를 만나 적적함을 달래고 소일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통해 그나마 사람 냄새가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젠 꿈 속에서만 내가 살던 앞산과 뒷산을 그려 보고 억지로라도 찾아가 본다.무미건조하고 시시하게만 느껴지던 그 때 그 시절이 어른이 된 지금은 산에 내게 안겨 주던 무한한 기쁨과 활력,호연지기의 장이 살아가는데 심신을 단련시켜 주었던 곳이 아니었나 싶다.그 때 함께 놀던 또래의 아이들은 이젠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