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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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심야버스라고 하면 왠지 뽀송뽀송하고 그지없는 상쾌함보다는 끈적끈적하여 ’얼른 집에 가서 샤워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지’라는 생각이 앞선다.하루의 일과 및 볼일을 마치고 대부분 귀가를 하는 시간이기에 생동감보다는 축 쳐지기 마련이고 신체리듬도 깨질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1999년 실제 서울 분당간을 왕래했던 2002 버스 안에서 만취한 승객의 만용과 행패로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동요 및 불안은 가중되어 가고 운전에 정신집중이 되지 않던 기사는 그만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관성의 법칙에 의해 일순 앞으로 차가 쏠리고 취객 및 승객들이 도미노 현상마냥 줄줄이 앞으로 엎어지고 쓰러지며 취객은 숨을 거두게 되면서 죽은 취객 처치문제로 혼란을 겪게 된다.어찌보면 취객이 원인 제공을 한 장본인이지만 법이란 늘 한 쪽으로만 몰아주지 않는 법이다.기사와 승객이었던 최주임은 사체 처리문제를 놓고 격론을 버리다 힘과 논리에 밀린 기사 역시 불귀의 객이 되면서 두 구의 시체를 유기하게 된다.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아마 소심해서 중론에 따랐을거 같다.날이 밝아질 새벽녘 승객들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툴툴 털고 각자 갈 길로 가게 되고 젊은 총각 준호는 미나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달래주기 위한 보디가드가 되어 주지만 단순하게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준호와 미나는 뜨거운 원 나이트를 몸으로 불태우고 이제 준호는 어찌된 일인지 눈에 안대를 씌우고 온몸은 포승줄로 묶인 채 마조히즘을 즐기게 되는데 미나 또한 새디즘으로 인해 그녀만이 안고 있던 불안과 공포를 떨쳐 내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IT가 그리 발달되지 않았을 1999년 무렵엔 심야에 사람이 죽어가도 서로 입만 잘 맞춘다면 '모르쇠'로 끝나겠지만 요근래는 쉽게 통하지도 않을 심야버스 사체유기 사건과 모르는 사람끼리의 일회성 몸섞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이 갖고 있는 책임회피와 (누군가에게)기대고 의지하려는 본성의 발로를 작가 특유의 문체로 그려내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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