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은 근래 읽은 한국 소설 중에서 쉽게 읽혀 가지만 말그대로 낯설게 다가온다.늘 보고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는 가족과 낯익은 지인들이 환영처럼 다가오기도 하며 낯이 익었는가 싶으면 낯이 선 사람으로 둔갑하는거 마냥 느껴지고 여운이 남는다.작가께서 병상에서 쓴 작품이고 지나온 삶을 관조하고 삶을 초탈의 경지에서 사람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등장 인물인 K라는 사람을 통해 인간이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났던 벌거벗은 자연인의 모습으로 그려놓았던 점과 약간의 환상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결혼 15년차의 중년 남자 K는 아내와 딸과 사는 평범한 가장으로서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간의 행각을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풀어 나간다.늘상 자명종이 제 시간에 울리는 소리는 자신이 시간을 맞춰 놓았기에 울릴 것이고 테이프가 끊어질 정도로 마신 술로 인사불성이 된다. 자신이 아끼던 핸드폰이 분실되고 사건은 점차 점입가경으로 빠지게 되는데 핸드폰을 습득한 사람이 "이 핸드폰은 영화관에서 잃어 버렸다"기에 K는 최대한의 기억을 찾으려 하지만 애매하게 친구 H의 절친녀를 의심한다.또한 어렵게 찾은 누나의 남편이 장인일줄이야 누가 알았겠으며 누나의 도드라진 몸 속을 흘겨 보면서 욕정을 느낀다.누나의 남편이었던 H교수는 누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죽은 것을 알면서도 누나편에 아들에게 옷가지를 챙겨주고 사랑한다는 말까지 전해주라는등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K자신외에 자신을 넘보는 K2가 등장하고 똑같은 인물이 2명이나 등장하는등 투명 인간의 요소를 내보이며 약간의 판타지적 요소마저 느끼게 되었다.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오류와 잘못을 계도하기라도 하듯 K는 3일간의 추스리지 못하는 방황과 번민,욕정으로 가득찼던 내면의 원죄의식을 깨달아 가고 가장 본래의 모습으로 회귀한다는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께서 투병 생활 속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본능과 카오스적인 정체되고 혼란스러운 인간의 다양한 생각,감정등을 K라는 평범한 인물을 내세워 원죄의식,혼돈,환상적인 요소 위에 순수하고 자연인으로 되돌아 가자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특히 암과의 사투를 벌이는 작가의 마음 속에는 인간이 먼지와 진흙 속에서 무의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거 같다.혼란스러운 세속 속에서 K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되면서 태초의 모습을 지닌 인간의 회복을 갈망하고 있는거 같다.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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