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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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은 소수의 힘에 의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비록 매일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소소하면서도 묵직한 사건,사고,지식과 정보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일지라도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현대인의 삶이 늘 무언가 부족해서 채워 넣기 위해 갈망을 하고 하나가 해소되면 또 하나의 높은 단계를 위해 또 갈망을 해가는 이기적인 본능이 과연 행복하고 윤택있는 삶일까 말이다.먹고 살기 위해 생산을 하고 소비를 하는 반복적인 굴레의 연속이 어느 시대에도 존재해 왔고 지금,앞으로도 진행형으로 존재해 나갈 것이다.다만 삶을 위한 수단,문명의 발전이라는 수단으로 자연을 거스르는 행태와 파괴등이 결국은 인간이 저지른 업보를 우리 세대에도 받을 수가 있고 다음 세대에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이 글은 시사적으로 보여준다.

 꽃섬이라는 쓰레기 수거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어린 딱부리,땜통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불과 몇 십년전의 얘기이고 내가 겪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한 이야기들이라 혹자는 등을 돌리고 귀를 막고 눈을 막으며 외면하려 했던 못배우고 없이 사는 서민들의 일상의 애환을 작가는 그간 못다한 사연을 내뱉기라도 하듯 또는 고백을 하기라도 하듯이 서정적이고도 서사적으로 꼬집어 들춰내고 있다.

 매일 먹고 입고 사용하는 온갖 쓰레기 백화점이 바로 ’난지도’였다.지방마다 다르지만 수도권에서는 난지도하면 쓰레기 적하장이 아니었다 회고해 본다.시 중심지등에서 흘러 들어오는 1군 쓰레기부터 주택가등에서 들어오는 2군 쓰레기까지 쓰레기를 분리 채취하는 그들의 삶은 말그대로 피튀기는 생존 전쟁이었다고 생각한다.단잠에 빠져 있을 새벽에 좋은 물건 거둬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당시 아버지,어머니들은 삶의 여유를 뒷전으로치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희생을 했던 것이다.딱부리,땜통 모두는 고만고만한 사춘기의 10대 청소년들이지만 갖은거 없는 부모밑에서 부모가 하자는 대로만 따라 하는 착실한 아이들이고 그들은 어쩌다 생긴 돈으로 도회지에 나가 영화를 보고 배가 고파 자장면을 사먹으며 입성이라도 폼나게 하려 의복을 구입하려다 매장 직원들에게 냄새 난다고 박대당하는 얘기가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요즘이야 쓰레기 분리수거가 정착이 되어 재활용 및 폐기등을 엄격 구분하기에 눈으로 보이는 문제점은 많이 해소되었지만 당시(1980년대)에는 양심,비양심을 가리지 않고 마음대로 버리면 환경 미화원은 정해진 날 수거를 하여 ’난지도’를 향해 이동했던 것이다.돈이 나가고 값어치 있는 고철등 환가성 있는 물건들을 차지하기 위해 일명 자기차족들은 시정부(구청?)에 상당한 권리금을 주면서 사업을 벌였던 것이다.말씨도 투박하고 욕설도 난무한 쓰레기장의 살벌하고도 무시무시한 분위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정연화 되고 그들 나름의 질서 및 파(派)도 형성되어 가는거 같다.

 쓰레기장은 젊은 사람들이 모이고 막노동을 하다 보니 허기를 느끼면 라면판이나 술판을 벌이게 되는데 술 기운이 오르며 육두문자가 오고 가다 보면 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아수라씨는 홧김에 결국 상대를 칼로 위해를 가해 빵 신세를 지게 되고 땜빵은 애틋한 부정을 느낄 수가 없게 되고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딱부리 엄마는 그런 땜방을 달래 주기 위해 친자식마냥 딱부리 집에서 기거하게 해주며 다독거려 주고 딱부리 엄마는 아수라와 동거녀라는 이유로 유치장 면회를 다녀 오게 된다.아수라는 그저 "미안하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이 예치해 두었던 돈을 인출하여 개인차 권리금으로 쓰라고 선심을 쓴다.이 점에서 아수라는 딱부리 엄마와 동거 사이이지만 ’인지상정’은 아는 착한 본바닥을 지닌  소유자라고 생각이 든다.

 온갖 쓰다 만,쓰고 버리는 물건이 쏟아져 내리는 난지도의 하루는 희뿌옇고 매캐한 냄새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몸 건강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쉬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범인들은 모르지만 쓰고 남은 전자제품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성 물질이 땅 속 깊이 숨겨져 있다가 ’때는 이때다’하면서 토지의 용트림이 결국 꽃섬 마을을 화염으로 뒤덮고 임시 가옥들이 불에 전소가 되면서 땜통은 결국 화마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눈에 보이지 않은,일반인의 귀에는 애매하게만 알고 있는 쓰레기장 주변의 이야기가 결국은 현대인의 삶의 징표이고 생산과 소비의 틀 속에서 비의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삶은 늘 지치고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애달픈 존재이기도 하다.인간은 신이 내린 자연을 거스르고 파괴해 나간다면 결국 자연의 대재앙은 시간의 문제일뿐 언젠가는 인간에게 앙갚음을 하리라 생각한다.지금 나만을 위한 행복이 아닌 후세대를 위한 행복 쌓기를 실천적으로 보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힘과 권력을 쥐고 자연과 생태를 파괴해 나가는 소수의 그릇된 생각과 이기심이 힘없는 자들만이 소리없이 희생되어 가고 저자는 묵시적으로 경종을 던져주고 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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