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경제 선진국 일본이라는 공간과 테두리에서 고독한 중년 남성과 여성을 만났다.둘은 각기 살아온 환경과 입장은 다르지만 사고무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풍요 속에 고독감과 쓸쓸함에 배어나게 하는 '나가사키'는 지명만큼이나 서양 문물의 상징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원폭이 투하된 곳이기에 원폭과 함께 희생이 되었거나 살아 났더라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이 후유증과 뒤엉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의 내면 세계와 처해진 삶이 가슴 찡하게 울려 온다.

 50대 중년 여성이지만 원폭으로 일가 친척을 모두 잃고 홀로 살아가는 중생이고 실업 수당으로 근근히 삶을 꾸려 오다 그것마저 동이 나자 거처를 잃고 배낭 하나,장바구니 하나로 행려하다 사람 냄새가 덜한 중년 남성의 집으로 똬리를 틀게 되고,중년 남성(시무라 고보) 또한 하나 남은 여동생과의 왕래도 없이 사는 쓸쓸하고 고독의 냄새가 질펀한 작자이다.어떻게 보면 고독한 사람들과 죽이 척척 맞을거 같지만 중년 여성의 잘못된 접근이 묘하게 흘러가는데 아무리 신경이 둔하다지만 자신의 집에 수상한 거동과 자취를 알게 되는 시무라 고보는 사무실에 웹캠을 설치하여 결국 수상한 자가 가택 침입을 한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를 하며 둘은 재판정에 원고와 피고라는 신분으로 서지만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채 판결은 5개월간 감옥살이만 하면 되고 벌금도 없는 홀가분한 결과에 가택 침입 여성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집과 가족을 잃고 방황하던 중년 여성이 찾아간 혼자 사는 독신남의 벽장 살이 1년은 지지리도 궁색했지만 독신남이 집을 나서고 혼자 있게 될때는 어둠 속의 벽장을 훌훌 털어 내고 미닫이 문틈으로 비쳐 오는 햇살을 받는게 그녀의 유일한 행복이고 자유였던 것으로 보여진다.또한 배가 고프면 요구르트 하나,절인 자두 하나,김밥 하나로 냉장고 문을 열때가 처절한 요기의 고동 소리와 꿀꺽 넘어가는 소찬은 그녀의 생명을 이어주고 또 다시 밤이 오고 독신남이 귀가 기척이 들릴 때면 어김없이 두더지마냥 벽장 속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쥐 죽은듯 생활한 것이 1년이라니...독신남 역시 탁 털어 놓고 지낼 친구도 없고 제2의 인생 파트너가 될 여친도 없는 고독한 존재로서 그녀와 법정에 나란히 섰을 때에도 그녀에게 불리한 증언 한 마디 하지 않은 선량하다 못해 주때없는 사람으로까지 비쳐지는데 동병 상련의 정이 마음 속에 꿈틀거리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현대는 이미 개인주의가 도를 지났고 홀로 사는 싱글도 많아 외롭다든지 쓸쓸하다라는 개념을 넘어 이를 즐기는 부류들이 많은거 같다.그만큼 사람과의 왕래 및 소통보다는 지식과 정보가 고독과 쓸쓸함을 대신해 주지 않은가 싶다.희로애락,예의염치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되고 사람과의 접촉과 소통으로 인해 살아가는 맛과 의미가 있을텐데 시대와 조류는 고독한 군중이 고독을 느끼지도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현시대가 그리 가슴 뿌듯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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