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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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부르는 사람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기쁨과 사랑과 위로를 전달하는 매개자 역할을 한다.

흔히들 노랫꾼하면 실의에 빠지고 도탄에 빠진 우리네의 슬픔을 환희로 바꿔주고 망자의 혼을 달래주고 그 혼이 영원히 편안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불러주는 구슬프면서도 체념섞인 만가,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가운데에서 스크럼을 짜고 목청껏 불렀던 오월의 노래,판소리와 민요의 구성지면서도 독특한 창법으로 민중의 한을 달래주었던 노래들...그 노래들을 따라 보헤미안마냥 이 도서는 흘러갔다.

주인공도 어린 시절 할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시골의 정취와 <성주풀이>등을 귀동냥하며 뜻모를 인생의 허무함과 슬픔을 노래로서 익혀나갔던 거같다.다만 가정이 원만하게 돌아가지 못하며 아버지마저 속칭 세컨드집을 제집 드나들듯 하다 결국 간음과 술로 생을 마감하게 되며,주인공의 성격도 자연스레 밝고 활기찬 모습보다는 음울한 면이 마음 한 켠에 도사리고 있겠다 싶었다.

민주화 열풍이 한창이던 1980년대 대학공연의 민요패에서 서로 알게된 연우,선화,승미등이 이 글을 이끌어 가는 주역이고,연우는 승미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선화에게 이끌려 자취를 감추며 자신을 잊어달라는 비망록을 남기고 남미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게 되면서 ’나’와 승미는 그들을 찾으러 사방팔방으로 발품을 부지런하게 판다.선화에게 음악의 끼를 물려준 어머니,성남에서 포장마차를 하면서 대금으로 좌중을 감동시키는 대학선배,피가 다른 선화언니의 주거지를 찾으면 연우도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 칠레의 어느 산자락에서 연우와 선화가 춤사위를 보이고 해금을 불어대는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알고 뒤돌아선다.

연우가 결혼한 몸이고 부인이 있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선화에게 그토록 마음을 빼앗긴 것은 대학시절 민요패에 선두로 나서다 전경들에 의해 연행이 되지만 다시 살아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신명나게 불어대던 ’해금’의 깊이 서린 정한에 한몸,한뜻으로 나가려 했던거 같다.
해금 소리의 마디마다 흐느끼고 숨죽이고 환호하고 포효하는,하소하고 매달리고 토라지고 달려와 안기는,청명하고 부드럽고 밝고 따뜻한 저소리.난바다를 떠돌면서 고향을 향해 가던 오디세우스를 파멸시키기 위해 세이렌이 연주한 악기가 선화의 해금일까.그 천변만화 감미롭고 서글픈 연주로 날 유혹하는 선화가 상반신은 여자요 하반신은 새의 모습을 지녔다는 세이렌의 화신일까 P246참조
결국 연우와 선화는 칠레의 어느 바닷가 절벽에서 해금만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채 둘은 방황의 늪을 견디지 못하고 산화하고 만걸까?

개인적으로는 판소리,민요,만가,민중가요등 약자들의 편에서 흥얼거리고 소리사위를 보여주며 신과 인간의 사랑,영혼,환희,위로를 조금이나마 알게된 시간이었고,칠레의 피노체트정권에 맞서 노래로 민중을 달래려 했던 하라,시인이고 아옌데 정권하에서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한 네루다의 참혹한 죽음도 정치적 희생양이지만 민중들에게 커다란 존경을 받고 있음도 알게 되었으며,저자의 어린시절의 성장모습등의 묘사가 무척이나 서정적이고 순박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갔던 어른들의 투박한 모습도 제 자신의 어린시절과 비교하면서 읽다보니 어느덧 마음은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지내던 시절로 되돌아간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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