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것은 지나간 어린 시절을 더듬어 볼 수가 있었다는 점과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는 상처와 연민,비밀들이 한꺼번에 밀려 온다는 것이다.특히 철은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지고 들려 오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당시엔 이해가 가지 않고 막연하게 호기심으로 다가 갔던 일들이 어른이 되고 나면 새삼스레 미소를 짓게 하기도 하고 좀 더 나은 과거의 환경 속에서 나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편린이 구질구질하게 느껴지지도 않을테고 보통 사람들의 말과 행동,도덕과 윤리의 기준으로 보았을때 특이하게 남는 한 컷 내지 두 컷 정도는 희미한 필름마냥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내면에서 잠자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10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소소한 일상과 유년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1세대를 뛰어 넘는 이성간의 사랑과 기혼이지만 빈가슴,빈자리를 채워줄 상대가 이성이 아닌 동성을 동경하고 사랑을 희구하는 마이너리티적인 요소가 주를 이루면서 우정과 사랑,상실과 허무함,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해체되면서 겪게 되는 유년기의 고독과 방황등은 쓰린 마음으로 남아 있기에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기혼인 교수가 제자를 이성으로 대하며 마음 편한 친구로 대화 상대로 교제를 하는 모습에서 제자는 황당함을 느꼈겠지만 진실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교수에게 마음을 주고 곁에 있는 애인과의 관계가 어떻든지 교수를 연모하게 되는데 결국 그는 림파종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고 마음 속에 쌓인 연모의 정이 한 순간 무너지면서 설움과 회한의 눈물을 짓는거 같다.(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코네티컷에선 평범하고도 가정을 지키는 주부이지만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성의 연인이 있었는데 어린 아들은 엄마와 벤틀리 아줌마와의 범상치 않은 말과 행동을 근거리에서 보고 듣는다.뜨거운 포옹과 키스가 어른이 되고서야 엄마가 동성애를 갈구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데,일반적인 생각과 말,행동은 누구나 갖기를 바라지만 소수자들의 말과 행동,관계는 대부분 비극적이고 쓸쓸한 종말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10편의 단편은 글의 주인공의 10대에서 20대 초반이기에 감수성과 예민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시기로 보여지지만 작가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제,부모,이웃,친구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평이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거 같다.특히 지나간 시절의 암울하고 우울하기만 한 시절도 지내놓고 보면 후회와 자책,비겁함과 부지의 소치등을 깨닫게 해주는 거같다.인간에게 비밀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는 감춰진 비밀과 기억을 하나 하나 담담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한거 같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고,들어 본 사연들이 되살아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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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람다 2011-05-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스런 서평 잘 읽었습니다.

우보 2011-05-25 15:08   좋아요 0 | URL
써니람다님,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