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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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은 어떠할 때 일어날까?라는 명제가 뇌리 속을 한참이나 떠나질 못하고 뱅글뱅글 맴돌았다.내 뜻대로 하지 못하고 억지로 누군가의 지시나 강요에 의해 질질 끌려 간다는 내키지 않은 비자발적 복종의 상태나 심리적 반항감이 울분이지 않을까를 생각해 본다.또한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대화를 나누며 의견이 좁혀 지지 않을 때도 별 수 없이 체제에 따르고 조직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수 없기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저자 필립 로스와 글의 주인공 마커스는 1930년대 초반생이다.동시대를 살고 느끼며 공감을 자아내려 했던 저자는 마커스의 삶의 단면을 촘촘하면서도 한 인간의 심리적 내면을 타자와의 관계를 통하여 서술하려 했음을 깨닫게 된다.둘의 공통점이라 하면 유대인의 피가 흐른다는 점이다.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의 히틀러는 홀로코스트라는 대명목으로 유대인을 청소하였는데 작가는 아마도 당시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고 눈에 가시로 여겨지던 유대인의 단면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나도 생각이 든다.

 마커스는 아버지 형제들이 정육점을 하는 푸주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의 잔심부름 내지 가끔은 닭의 똥구멍을 후벼 파면서 내장까지 손으로 적출하는등 궂은 일도 습관화하지만 나이가 들고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정육점에서 벗어나 술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그곳에 들르는 손님들이 대부분 마커스 또래들이어 자연스레 이성을 알게 되고 2차 성징이 오면서 눈이 맞은 상대 올리비아와 영원히 함께 할거 같은 섹스를 즐기기도 하는 마커스는 학구열이 높아 아버지가 사는 고향에서 멀찌기 떨어진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면서 문제의 울분을 가슴에 담게 된다.

 마음의 평정과 학습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기숙사 방을 두 차례 옮기면서 학장에게 그는 찍히게 되고 면담을 하게 되는데 방을 자주 옮기는 이유는 룸 메이트들의 관계가 껄끄럽고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이유로 강제 퇴학 및 군 징집을 당할 거라고 훈시를 듣는다.그리고 당시 한국 전쟁의 와중이기에 한반도로 이동하여 유엔군의 일원으로 싸우다 전사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게 된다.과연 그는 퇴학,군징집으로 인한 전사의 그늘까지 머리 속에 드리워지게 되고 그의 성기를 애무해준 올리비아는 어떻게 된일인지 자살 기도까지 하게 된다.

 마커스는 러셀의 종교관 특히 신에 대한 개념을 철저하게 믿지 않았나 싶다.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유로운 인간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것을.또한 20대 초반의 젊은 남학생들의 얄궂은 장난과 광분이 섞인 ’와인스버그대학의 하얀 팬티 습격 사건’과 채플에도 정기적으로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커스는 한반도의 한국 전쟁에 끌려 가고 한반도에 휴전이 성립될 무렵 차갑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가게 된다.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뜻대로 살 수는 없는 법이겠지만 마커스는 어쩌면 솔직하고 똑똑한 아이로 모난 돌로 학과장에게 비춰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얀 팬티 습격 사건’과 명확하진 않지만 교내에서 보이지 않은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그는 부모가  사이가 좋지 않고 칼질을 밥벌이로 하는 정육점의 가업을 잇는다는 생각은 마커스에겐 심적으로 부담이고 허락을 하지 않았을 것이어 자신이 학업에 매진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사회의 기둥이 되고 싶었던 마커스만의 자유인을 꿈꾸었을지 모른다.

 세상 일이란 어떻게 살고 처세하여야 인간다운 대접과 삶을 영위할 수가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저자 필립 로스 역시 유대인으로서 유대인의 청춘 시절을 마커스라는 인물을 내세워 저자가 보고 느끼고 있으리라 여겨지는 개연성을 통하여 마커스의 자유 의지와 선택이 설 자리가 없는 사회 체제에 맞춰 살아가야만 하는 약한 인간의 단면을 뭉클하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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