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려는 북벌을 꿈꿨다 2
이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농민들을 위시해 힘없는 약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를 일삼아 살던 고향을 등지고 어디론가 다들 떠나 버린 마을은 맥수지탄을 연상케 하듯 집과 마당,동구밖은 온통 잡초와 먼지,탄식만이 시간의 덧없음을 알려주고 세상이 정지되어 버린 조선의 산하가 연상이 되었고 당시 약자로서 천민의식으로만 살았던 민중들의 허기진 시대 상황이 타임머신을 훨훨 타고 그 시대로 훌쩍 넘어간듯 했다.

 운부가 장길산을 만나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싶어하셨다던 나라라고 했는데 양반도없고 상놈도 없는 나라.주인도 없고 노비도 없는 나라.열심히 일하는 농민들과 노비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나라이고 임금과 신료들은 백성들을 위해 일하고 백성들은 임금과 신료들에게 새경을 주듯 세금을 바치는 신명나는 나라를 꿈꾸었던 것이다.그리고 정몽주의 13대 후손을 임금으로 앉히고...그러나 그 꿈과 이상이 누구에 의해 기도되고 진행이 될지 이야기의 흐름이 박진감 넘치게 흘러감에 숨을 죽이고 사태의 추이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말았다.그만큼 서사적이면서도 작가가 사료에 의한 치밀한 이야기의 전개가 흡인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2부는 운부의 사신으로 한양에 잠입한 이영창과 파란만장한 삶을 꾸려가는 윤휴의 딸 윤정과의 연정의 수수작용과 삶의 파트너가 되는 과정,썩어 빠진 나라를 뒤엎고 새나라를 세우기 위해 이리 저리 점과 선으로 이어지는 행려들의 숨가쁜 이야기와 바람둥이 숙종을 납치하여 전등사에 꿇어 앉히는 반란과 이를 눈치채고 하극상의 반란 세력을 추적하고 체포하면서 꿈과 이상이 물거품이 되고 마는 허탈한 얘기들이 촘촘하게 논문을 써내려 갔음을 실감했고 각색된 등장 인물들의 살아 숨쉬는 숨결과 하소연,인생 이야기,고초,굳은 결의,허탈함,감동스러운 대의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영창은 경기 여주 신륵사와 부석사에서 만난 윤정모와 윤정과의 인연은 시작이 되고 어떤 면에서는 영창과 윤정은 살아가는 방식과 꿈은 다소 차이는 나지만 남인들에 의해 숙청된 아버지 윤휴의 원한을 갚고 싶어 하고 영창 또한 새나라를 건설하는데 서로의 뜻은 어느 정도 좁혀 오며 이심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정신적인 위안과 안식처를 확인하게 된다.특히 남인 강경론자인 윤휴는 생전 북벌론자의 일인자였기도 했기에 어쩌면 영창의 정신적 반련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영창 그는 이절의 집에 삼광사한이 모이고 형제가 되기를 결의하고,함께 나라를 세울 것을 맹세한다고 뜻을 모으고  왕실에서 보면 역모를 모의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정감록에 완산백의 차남 심이 '금강산으로 옮겨진 내맥의 운이 태백산.소백산에 이르러 산천의 기운이 뭉쳐져 계룡산으로 들어가니,정씨의 팔백 년 도읍할 땅이로다'고
적혀 있다.풍수지리나 예언서등은 맞기도 하고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정사를 하는 임금과 신료들이 제대로 된 머리,백성을 제일로 생각하며 국사를 행하였더라면 우스꽝스러운 환국이 한 임금대에 4번씩이나 행해지고 백성의 삶이 도탄에 빠지지는 않았으리라.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은 일단 권력을 손에 쥐면 그렇게도 권력이 달콤하기만 하고 자신의 정치 이해세력과 저울질 해가면서 돈,권력,명예를 모두 아전인수격으로 독차지하려고만 하니 어디 삼척동자라도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절에 의해 모든 것을 자백받게 된 조정에서는 역모들의 배후 세력들을 잡아 배후의 근원과 진상을 파헤치려 하지만 구름처럼 떠있는 존재인 운부는 결국 심산유곡으로 사라지고 초개와 같았던 영창은 주륙에 의해 주검으로 변하며 그들이 이룩하려 했던 신명나는 세상을 이룩하지 못한채 무위로 끝나 버리고 만다.영창이 그토록 사랑하고 혼인의 결실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이승이 아닌 피안의 세계에서 서로를 알아차리고 다시 만나 못다한 사랑과 뜻을 이루어 후세에 전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숙종 실록을 근거로 탄탄한 상상력과 사실을 가미한 이 소설은 가슴 뭉클하다.간신배도 있고 나약한 심성의 숙종이라는 임금도 있었지만 도탄에 빠지고 하루 하루 살아가기가 힘겨웠던 민중들의 꿈틀거림과 요동쳐 오는 함성은 비단 숙종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더라도 그 옛날 중원까지 호령하고 위세를 떨쳤던 한민족의 기상이 아직도 귓전을 울리는거 같이 살아 있고 장편 서사시를 기대와 설레임으로 펼쳤고 가슴 먹먹함을 안은채 살며시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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