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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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하고 수줍은 듯한 환한 미소에 넉넉한 이미지를 지닌 박완서작가의 생전 유고집이 되고 만 이 작품을 대하면서 작가의 실처럼 가늘고도 기나긴 길을 옆에서 보고 듣는 착각에 빠지게 되고 평소 매체를 통하여서든 남긴 작품을 통하여서인지 그 분의 일상과 생각,감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1931년 개풍에서 태어난 작가는 여덟살 무렵 서울로 상경하게 되고 학자풍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글을 읽고 공부를 잘 하는 모범생이었던거 같고 당시(해방후) 중학6년을 마친 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지만 6.25전쟁이 발발하게 되면서 믿고 중심이 되었던 친오빠마저 잃게 되면서 가장 아닌 가장의 역할을 해야만 했던 마음의 고통과 삶의 번민이 싹이 텃던거 같다.일화이지만 가정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미군 PX에서 몇 달간 월급제로 일하던 중 고박수근 화백과의 기묘한 인연이 소개되는데 박수근 화백은 당시 착하고 정직하며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그가 그린 벌것벗은 나무,아기를 업고 가는 여인의 모습이 작가에겐 크게 인상을 받았고 6.25의 전화는 성장통으로 이어졌고 결국 그는 미혹의 나이에 등단하게 되는데 데뷔작 또한 '나목'으로 정했을 정도로 박수근 화백의 그림으로부터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고 '나목'을 심사했던 고이청준 작가와의 인연도 실어 놓아 친근감마저 들게 되었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던가? 작가는 서울 아파트의 회백색 마을을 벗어나 배산임수를 낀 서울 근교로 이사를 하여 작고 무렵까지 10여년을 살면서 창가엔 산수화 나무,정원엔 잔디를 깔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여생을 보냈다.호미로 풀을 뽑으며 땀이 흐르고 지치면 잔디밭에 넙쭉이 드러 누우며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잠깐의 휴식과 그녀만의 사색의 나래를 펴지 않았을까 한다.

 또한 작가로서 함량을 넓히고 창작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한 독서 그 중에서도 시를 즐겨 읽고 음미했던거 같다.나도 가끔 시를 읽고 음미하려 애쓰지만 봇물처럼 쏟아져 흘러 들어오는 트렌드 작품에 정신이 팔려 자주는 읽지 못하지만 짧고 운율감이 느껴오는 시는 삶을 살찌게 하고 상징적인 요소가 가미되므로 자연과 사회,개인의 삶을 반추하고 조명할 수가 있어 가까이 대하면 대할 수록 시의 맛은 잘 익은 사과 맛 같기도 하고 오래 묵은 된장 맛 같기도 함을 느낀다.

 작가는 학창 시절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거 같다.수줍음도 타고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단짝과 함께 교복 가운을 뒤로 젖히며 백주에 영화관 안으로 직행하며 영화를 관람하는 쏠쏠한 맛을 느꼈다고 회고한다.영화 관람 도중에 정전이 되어 영화가 중단되면 기다렸다가 영화가 끝날때까지 다보고 나야 거금을 준 영화값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학교로 가면 어느덧 날은 저물고 동기들 모두 귀가하고 작가는 다음날 선생님께 혼이 날까봐 잠을 이루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한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앞서 보내고 텅빈 마음을 달래고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 작품 쓰는 일에 더욱 열중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았을까 싶다.그 중에 시간은 소리없이 흘러갔고 시간만이 그녀의 상처를 치휴하고 씻겨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작가로서의 명성과 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백두산,홋카이도의 오타루,제주도 등의 여행은 사람과 자연,문화,풍물을 접하면서 작품의 소재,구상 등에도 커다란 일조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필요한 사람이고 싶고,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

 
현대 10대 문학가중 한 분으로서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열린 사회와 소통으로 다가서려했던 박완서작가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지만 맑고 고운 심성과 감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오래도록 보여준 점에 크게 감명을 받았고 작품에서 짙게 배어 나옴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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