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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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어린 시절은 순진무구하고 투정부리며 응석을 부렸음직한 일들이 많을 것이다.시대나 사회가 처해져 있는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 포연과 신음으로 보인다면 어른이 되어선 마음의 트라우마는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거 같다.

 프랑스의 소녀 에텔은 1920년대 대공황이 오고 세계가 전쟁의 참화 속에서 앞날을 예측할 수 없었던 시대를 살아가고 이야기는 전개된다.부모님이 사이가 좋지 않고 사랑을 듬뿍 받지도 못했지만 증조부의 자애롭고 따뜻한 얘기를 들으며 그나마 전쟁의 참화를 잠시 잊는듯 하다.초등학교 시절 무렵,리투아니아에서 이민 온 제니아와의 만남은 우정이라는 새싹을 트우게 하는데 제니아는 에텔을 만나면서 생활고,자신과 언니의 가난을,가족의 비참한 생활을 잊고 벗이 생겼다는 설레임과 환희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서 허기는 배가 고프면 배를 채우는 동물적인 본능이 아님을 알게 된다.부모님으로부터 못받은 사랑,전화의 와중에 살아 남으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에텔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그리움을 잊지 못하는거 같다.그리고 그러한 유년 시절의 굶주린 정신적 상처가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유년 시절의 정신적인 허기증상이 없었더라면 기나긴 세월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지 못했고 이 소설은 증조부 솔리망과의 희미한 추억으로만 끝날 것이다.

 증조부 솔리망의 타계로 에텔은 어느덧 성년을 맞이하고 지긋지긋한 전화도 종언에 가까워지며 새로운 인생,삶을 찾기 위해 현실에 맞서 싸우고 쟁취하며 신지평을 바라보며 이국으로 이동하려 한다.그녀가 생각하는 허기는 또한 이미 만들어졌고 만들어지려는 보이지 않는 구멍을 채워나가려 함을 알게 된다.또한 에텔의 성격상 현재 발생하는 일들을 늘 뒤늦게 알아차리고 한참 지난 과거가 되었을때야 겨우 간파하고 기억하며 알아차린다.그것은 유년 시절의 제니아,로랑 펠드,부모님의 냉랭한 모습,모드와의 관계등이 결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인거처럼 보인다.

 인간은 물질적으로 부족함없이 풍요로운 환경과 사회 속에서 자라고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에텔마냥 증조부와의 달콤한 추억이 전쟁 참화,남같은 부모님의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에텔은 자만심,교만,고통받고 버림받으며 배신마저 당했다는 자괴심등을 느꼈기에 실존적 삶을 향하여 또 다른 미지로 다가가려함을 느끼게 된다.한 사람을 보면서 진정으로 한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에는 개인의 이력과 생각,체험담등을 경청하고 보듬어 갈 줄 아는 아량이 넓은 관점을 갖어야 함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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