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황석영 중단편전집 1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객지’라는 단어에는  객지살이,타관살이로 먼길을 떠나는 가족,친척,이웃간에 몸 성히 잘 다녀오라고 애틋한 인사말을 나누던 어릴적 기억이 있고,꼭두새벽같이 작업복에 모자 눌러쓰고 어깨엔 도시락,수건등을 메고 콩나물 시루같은 시내버스를 타고 도회지로 막노동 떠나는 이웃어른들의 모습이 선연하다. 지금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겠지만 국민학교 그 시절의 한 컷들이  더욱 가슴을 파고 든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갖은자의 횡포와 막노동판 일용직의 인내,설움등이 날카롭게 교차하는듯 일전불사도 서슴치 않을듯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또한 작가는 한 떨기 바람의 숨결조차도 빠뜨리지 않고 생생하게 묘사해 주어 현장감은 가일층 일품이었다.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사용자측의 십장,서기,감독조,소장과 피사용자측의 대위,동혁,장씨,목씨,판술씨,한동씨등으로,만을 매립하는 서해안 간척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대결쪽으로 흘러간다.

 이곳에서 힘겹게 일하는 노동자들의 면모는 참으로 기막힐 정도이다.어떤 분은 이혼을 하고 미장이 따라 나섰다 쉽게 일하면서 쉽게 벌 수 있는 것도 인생이라 해서 전전긍긍한 삶을 꾸리고 있고,어떤 분은 숙부의 해외원정 돈벌이 가면서 자리잡히면(조만간) 부르겠다는 편지에 의지해 막연하게 공사장으로 들어 온 분등 많이 배우고 주머니 두둑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열심히 일한 만큼 댓가가 따르기를 바라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공사장 바닥에서의 십장이나 감독조의 비인간적인 대우, 제때에 전표가 나오질 않아서 뒤따르는 온갖 불편,설상가상이라고 늘어나는 빚더미 속에서 노동자들은 마음 속의 응어리를 표출시켜 노동개선을 요구하기로 발벗고 나선다.

 일차적으로 치밀한 개선요구서와 연대서명등을 노동법규 논리보다는 콩볶아 먹듯이 감성적인 구걸식으로 사용자측에 요구하려다 보니,그들에 의해 몇몇은 물리적인 힘에 의해 대적도 못하고 큰 부상만 입게 된다. 

 고참인부에 의해 건내진 건의서와 연서장을 소장에게 전해지지만 노동조건 요구가 파업으로 연계되어 ’폭도’라는 폭력성 언어까지 들으며 그들은 시간을 끌며 노동자의 요구조건등을 들어 주려 하지 않는다.

 결국 노동자들과 사용자측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결실을 맺지 못하고 그들은 공권력 즉 경찰의 힘에 의지해 노동자들을 강제해산시키고  뭔가 힘없는 노동자들을 쫒아내려 음모를 드러낸다.

 사용자측에 의해 부상당한 대위를 비롯한 부상자및 인부들 대다수는 산 속으로 기어 올라 진지를 펴고 연막작전으로 나가니 사용자측에서는 국회에서 현장시찰등의 현안등이 걸려 있어 내심 불안한 나머지,우선은 노동자측의 노동개선요구 4가지 항목을 거의 수용하는 선에서 귀가 솔깃한 인부들은 부상당한 자들부터 하산시겨 치료를 받게 하고(물론 사용자측의 노동개선요구 수용은 감언이설임),홀로 산에 남은 ’동혁’만큼은 그네들의 수용이 진실이 담긴 게 아닌 노동자들을 일시적으로 달래려는 우롱임을 안다.

 그의 머리속에는 진정으로 노동자가 사용자와 함께 가고 함께 성장하는 멋들어진 노동시장의 모습을 꿈꾸며  입에 남포를 대고 빈 마음에 놀라며 강렬한 희망이 솟아오름으로 충만되어 있었다.그리고 상대편과 동료 인부들 모두에게 "꼭 내일이 아니라도 좋다".라고 다짐하며 스스로 산화하는 모습으로 귀결된다.


 정치,경제,역사,문화등 역사이래로 권력,금력을 휘두르는 자에 의해 대다수의 민초들이 스러지고 명멸해 갔다.안타까운 현실이지만,동혁이라는 인물처럼 조그만한 힘이(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 조금씩 조금씩 인류의 불편함을 개선해 나가고,특히 아직도 열악한 노동조건하에서 신음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많은 분들이 갖은자들의 참된 깨달음과 실천에 의해 노동조건이 노동자 위주로 개선되어 그들이 비젼을 갖고 살아가는 날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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