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최후의 숨결
에밀 부르다레 지음, 정진국 옮김 / 글항아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구한말 조선에 대한 서양세력의 침략과 그들의 각축장이 되었던 대한제국의 모습을 4년여의 기간 조선 각지를 누비고 보고 들은 것을 사진과 함께 멋지게 기록해 놓은,프랑스의 철도 기사 에밀 부르다레의 글을 읽으면서 기울어 가던 대한제국의 정황과 민초들의 생활 모습,외세의 역풍등을 알게 되었다.또한 역사서라고 하면 흔히 왕족 중심의 정사를 다룬 실록이나 편년체가 아니라,외국인의 눈으로 직접 그려 놓은 글이라 신뢰성과 함께 조선말기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좋은 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프랑스 철도와 광산 개발에 관련된 기술자문,프랑스어 학교에서 일하는 가운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니,광산 개발에 따른 이익권을 쟁취하기 위한 관련국의 이권다툼,프랑스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학동들의 생각,꿈,희망등을 읽어 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당시 조선은 ’은자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서양 제국들에게 알려 지지 않은 봉건적이고 조상을 숭배하는 유교 국가였기에,외부 세력과의 개방과 개혁적인 사상보다는 내치를 다지고 기울어가는 국권을 다스리는데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또한 그가 조선을 여행하고 떠날때쯤에는 불행한 역사,을씨년스러웠던 을사늑약이 체결된 해이기도 해서,이 도서를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이 어둡고 아팠다.

 사진으로 보는 구한말의 각지의 모습도 아련하고 조상들의 삶의 흔적과 숨결이 물씬 전해져 옴을 느끼게 되었고,선조들의 일상과 국운이 마치 회색빛에 물든 나머지 금방이라도 소각되어 없어질 듯한 아찔함도 있었고,너무나도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한 백성들의 웃는 모습,서양인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모습등이 닫혀 있던 쇄국의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게 하였다.

 개항초의 제물포항구의 초가집들,적산 가옥들,바다위에 떠있는 돛단배의 한적한 모습들,서대문의 위용과 프랑스 공사관을 두고 멀찍이 보이는 목멱산,남산의 자태,쓰개치마를 입고 어디론가 총총히 걷는 아낙네의 모습,상투와 수염을 기른 장정들의 거무잡잡하고 생기잃은 모습,꽃상여를 이끌고 망자의 넋을 위로하는 장례식 모습,서낭당과 무당들을 통해 잡귀와 행운을 기원하는 샤머니즘의 사상등이 익숙한 장면이면서도 그 시절의 일반적인 살아가는 방법이고 모습이었던 거같다.

 저자 에밀 부르다레는 서울부터 시작하여 기차를 타고 제물로 가고,다시 송도의 일상의 모습을 남겼으며,서북부의 도읍지 평양의 모란봉과 금강산 유점사등을 통해서 명승지와 고적지를 읽어 갔을 것이며,마지막 여정 바람,물,여자가 많은 제주도의 모습을 남기고 있다.

 국운이 쇠하여 가고 민초들의 삶도 그다지 밝지 않았지만,조상들의 일상은 순박하고 남을 해코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었던 거같다.다만 양반과 상민은 존재했으리라.말을 탄 양반의 단정하고 말쑥한 옷매무새가 옆에서 시중들고 양반의 비위를 맞추며 길 떠나는 이들의 표정과 옷매무새는 너무나도 상이함을 느끼게 된다.

 어둡고 힘들었던 그 시절의 객관적인 여행 에세이를 진흙 속에서 진주를 캔듯,내 마음은 참으로 흡족했다.지나간 우리의 역사를 투명하고 실재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이러한 자료를 오래도록 소장하고 자식들에게도 물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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