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불교의 윤회설에서 기인한 인연의 실체는 무엇일까,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내 전생은 있었을까,지금 살아가면서 나와 부딪히고 헤어지는 만물들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은 얼마나 내 마음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지 맑고 곱게 피어 나는 한 송이 꽃과 청아한 나무들과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인연을 되내겨 본다.

 학창 시절,’수필’과 ’인연’으로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있는 피천득선생님의 인연은 억지 춘향격의 이해타산의 만남도 아니고,순간 번뜩거리는 폭죽같은 만남도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을 한바퀴 읽어 가는 내내 내 마음의 욕망과 욕심은 누군가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나,그러한 것들을 나는 내 마음 속에 채워 넣으려고 생욕을 부리지 않았는지 싶다.한편으로는 이기적인 본성의 발로일테이고,때로는 심약한 자의 허위 날개짓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다.

 80여편의 글들이 아련하게 다가오고 색깔은 없지만 우리네 선조들의 하얀 모시적삼과 삼베옷을 입고 뙈약볕 아래에서 송글송글 땀을 흘리며 거짓없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순수한 일상이 참으로 선연하게 다가왔다.

 제일 마음에 드는 글,’아사코’와의 이야기는 세 번의 만남과 잔잔한 대화 속에 청순하고 고운 자태의 모습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는 선에서 아사코를 마음 속에 간직해야 했는데,두 번,세번은 아니 만나야 했던 것일지 모른다.그리워하는 것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상에의 예의이고 갖추어야 할 미덕일지 모른다.아사코는 세월과 함께 한 가정의 아내로 현실에 충실한 채로 살아 가는 모습에 작가의 로맨스의 꿈은 사라지고 만것이 아닐까?


 하늘에 별을 쳐다볼 때 내세가 있었으면 해 보기도 한다.신기한 것,아름다운 것을 볼 때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생각해 본다.=만년=


 나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 간다.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일까 싶지만,천 길, 만 길을 걸어 보기도 하고,천 사람 만 사람을 만나 본들 내 마음엔 허한 마음밖에 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거 같다.

 태아의 마음처럼 순진무구하고 사념을 떨치고 어디론가 푸른 녹음 속의 인연을 만나러 가야겠다는 맑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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