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림 시집 창비시선 218
신경림 지음 / 창비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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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시인의 <뿔>이라는 시집을 음미하면서 사람이 사는 세상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누군가 말로 표현해 줄 수 없는 서사적이며 아픈 역사를 소리 없는 저항으로 울림을 가져 옴을 느끼게 했다.

 저자의 말씀처럼 시를 짓는 시인이 갖어야 할 본연의 자세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는데,억지로 소재를 끌어다 만들려 하고 독자의 시선과 인기에 영합하려는 자세로 인하여,현대 한국시들이 왜소해지고 울림이 없다는 것이다.

 시,소설등이 그렇듯 작가의 인생관,삶,사회적 이슈등이 한데 어우러져 때로는 울부짓기도 하고 큰 울림을 통해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참된 작품이고,자연스럽고도 큰 울림을 지닌 시로 돌아갈 것을 간절하게 말하고 외치고 있는듯 하다.

 총55편의 시로 이어진 이 작품은 1~5부로 나누어지는데,1부에서는 떠도는 자의 노래를 주로 노래하고 있다.

 2.3부에서는 해방후 독재정권,군부정부의 시작부터 한국의 젊은이들에 의한 정치 민주항쟁까지의 사회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4부는 늘 가까이서 모시던 저자의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을 보여주고 있다.

 5부는 기행시로 베트남과 연변길을 따라 그곳의 산하,길손들을 보면서 말을 나누고 정념을 노래한 시들이 주가 된다.

그러고 보니 1.2.5부는 시인이 어딘가를 떠돌아 다니며 나그네만이 느끼는 시정,정념,삶의 길등을 노래하고 있는데 아무리 거칠고 누추한 행색이지만 사람이 가는 길은 아름답다고 승화하고 있는거 같다.

 2.3부는 한국의 지난 50년간 꽃다운 청춘들의 민주화의 외침과 달콤한 권력의 연장을 기도하는 세력간의 아비규환 같은 세월을 압축하여 노래하고 있으며,여기에는 탱크와 비명소리,환호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은하>를 보면 "놈은 닥치는데로 집어 삼키는 거대한 고래"같다고 노래한 대목은 섬뜩함마저 들었다.

 4부는 시인의 가족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강렬하고도 애틋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승에서 밤낮 얼굴 맞대고 떠들고 위해주고 다투던  

사람들 거기 가서 다 만났을 테니

 이승에서 띄우는 내 편지 어머닌 펴볼 겨를도 없을

게다

 개인의 삶이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가 될 수도 있고,나그네가 되어 굽이치는 찰나의 요동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승화시켜 나가는 아름다운 인생길을 느꼈고,사회는 늘 힘있는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닌 꿈틀대는 지렁이마냥 가만 있지만은 않은 무서운 존재라는 것도 새삼 음미하게 되었다.

 압록강,도문에서 남녘 땅을 바라보며 두 동가이 나고 만 이념의 비운,한반도를 생각하며,시인은 조국의 아픔도 함께 고뇌했을거 같다.


 시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삶 속에서 찾아 오는 섬광같은 울림과 자연스러운 산하가 우뚝 서있는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소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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