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물질만능주의와 약자가 강자에게 지배당하는 사회의 현상 및 부조리 속에서 그래도 한 스님이 우리에게 잔잔하게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겸허해지고 부단히 앞을 향해 정진하라는 뜻으로 전해왔다.

스님은 산 속 오두막 살림을 하시면서 손수 산나물도 뜯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면서 그야 말로 홀로 사는 즐거움 속에서 자기 성찰을 고수해 왔던거 같다.특히 꿈과 이상이 사라지면 마음과 몸이 쉬이 늙어 간다는 말씀에 자신을 한번 더 채찍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들이 어쩌다 건강을 잃고 앓게 되면 우리 삶에서 무엇이 본질적인 것이고 비본질적인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무엇이 가장 소중하고 무엇이 그저 그런 것인지 저절로 판단이 선다.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자취가 훤히 내다보인다.값있는 삶이었는지 무가치한 삶이었는지 분명해진다. P33인용

또한 현실 정치에 대해서도 올곧은 말씀을 하신다.한반도 대운하 사업계획은 이 땅의 무수한 생명체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고 파괴하는 끔찍한 재앙을 불러 오고,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몸이고 살이고 뼈이므로 일개 투기업자나 건설업자의 이권만 살려준다는 것이다.

스님은 미적 감각에도 뛰어나신거 같다.여인네의 살결처럼 매끄럽고 보드라운 도자기의 매력에 감흥을 갖고 계신거 같다. 일례로 보요원에 들러 마음에 드는 다기를 만지작 만지작 하니까 지헌 님께서 눈치를 채시고 선뜩 싸서 주셨다는 것인데 초를 넣어 불단을 밝히니 불빛이 마치 부처님의 형상과 닮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찰에서의 스님은 신참들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한 거 같다.하루 스물네 시간 하는 일이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가며 순간순간 하는 일이 곧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며 한 겨울에도 기름보일러 대신 손수 산에 올라 나무를 해서 아궁에 불을 지펴 밥을 짓고 온돌을 따스하게 했다고 한다.

살면서 누구나 말씀을 많이 듣는데 그것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으며 자기 체험이 없는 말에 메아리가 없듯이 그 어떤 가르침도 일상적으로 생활화되지 않는다면 무익하다고 설파하신다.

스님은 짬만 나시면 책을 즐겨 읽었던 거 같다.수많은 돌자갈 속에서 보석을 얻는 느낌으로 양서를 찾아 읽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특히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 젊어서 유익하고,젊어서 책을 읽으면 늙어서 쇠하지 않으며 늙어서 책을 읽으면 죽어서 썩지 않는다고 하셨다.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법문의 길에 들어서 오랜 세월 고행하고 수행하시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표가 되고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셨던 법정스님의 참다운 뜻이 평범한 제게 성찰의 시간이 되었던 거 같다.빈 손으로 왔으니 빈 손으로 간다는 그의 유지처럼 수의 한 벌 입지 않으시고 초연하게 다비하는 모습을 매체를 통해 보노라니 권력과 물욕에 가득찬 군상들은 더욱 겸허하게 행동하고 없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빛의 한국이 왔으면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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