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해방후의 한반도의 역사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의 이념의 속국으로 무의식적으로  오랜 세월동안 정신적 지배를 받고 받아야만 했던 암울한 시기로 말미암아  정권을 쥔자에 의해 수많은 인사들이 체제의 역행죄로 탄압과 고문,감옥 생활,보호 관찰등 일련의 가시밭길 같은 삶을 살아야 했고,남은 가족마저 연좌제로 몰려 사회 생활을 제대로 못한채 절름발이의 삶을 지탱해야만 했다.

 아직도 한국은 남과 북이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양대 이념의 대치하에 언제 남과 북이 하나로 될지 모르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살아 가는데,이 글의 주인공 '윤혁'이라는 인물을 통하여 분단국가의 아픔을 이해하고 사상과 이념이 얼마나 가공할 만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해방후 북한은 남한에 사회주의 세력을 확대하여 남한을 공산화할려는 기도하에 '윤혁'과 '박동원'은 남파 간첩으로 침투하여 용공 세력을 포섭하려던중 당국에 의해 검거되고 갖은 고문과 사상의 전향을 강제적으로 강요를 받지만,윤혁의 순망치한같은 존재인 박동원은 끝내 사회주의 우월성과 신념에 의해 사상 전향을 거부한채 안타까운 생을 마감하게 되고,윤혁은 갖은 고문과 회유가 원치 않은 사상의 전향자로 발을 딛게 된다.

 1990년대 전후로 독일의 브란덴부르크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해체되면서 박동원과 윤혁은 자신들이 굳건하게 신봉했던 정신적 지주가 와해되면서 내면적으로는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되는데,윤혁은 보호 관찰 대상자로 국가에서 정해진 일정한 거소에서만 생활을 하면서 김형사라는 자의 지속되는 감시와 사회주의의 약점과 자본주의의 장점등에 대해 세뇌 교육을 받으면서 김형사의 주장에 겉으로나마 동조를 하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 정부에서는 남북 대표자급 회담을 물밑에서 준비하고 성사시키기 위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장기수 이인모씨를 그의 처자식이 살아 있는 북한으로 보내게 되면서 윤혁의 30년 이상 그의 모태신앙처럼 받쳐온 이념이 마음 속에서 기름기가 퐁퐁 같은 세제 방울에 의해 차츰 씻겨 내려 가는 계기가 찾아 온다.

 구멍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 그에게 발견된 두 오누이의 애틋한 사연을 알게 되면서 그는 친손자.손녀마냥 말벗도 되고 따뜻하게 대해 주면서 사상에 대한 갈등과 번민등이 사르르 녹아져 가고,보호 관찰소에 알게 된 젊은 청년 강민규는 윤혁의 굳건한 사회주의 사상과 일어 실력을 알고 그에게 여러 차례 번역일을 의뢰하면서 경제적인 수입과 더불어 그는 더욱 안정적으로 변해 간다.

 그의 인생이 새롭게 반전되는 계기는 아무래도 그의 일생을 있는 그대로 적어 책으로 만든 '수기'일 것이다.수기를 읽고 감동을 받아 그를 찾아온 최보육원장은 윤혁의 지나온 삶을 이해하게 되고 남은 생을 보육원에서 함께 보내자는 제의와 함께 못이기는 척하고 동행하게 되며 친손자.손녀마냥 키워 왔던 경희와 기준도 보육원에서 같이 살게 된다.그는 보육원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는 삶을 자청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1970년대 거리와 벽에는 '때려 잡자 공산당,간첩 현상 수배 신고하면 천만원,간첩선을 신고하면 5천만원'등의 벽보와 현수막등이 나붙었던 기억이 생생한데,윤혁과 박동원같은 소위 고정 간첩들에 의해 수많은 인사들이 포섭당하고 용공세력으로 매도 당하면서 당국에 의해 갖은 고문과 공포의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한국은 해방과 더불어 미군정하에 실시된 조사에서 노동자,농민들이 계급의 해방을 70%정도가 원했다고 하니,그 당시 사회주의에 대한 매력은 컸다고 할 것이며,남한과 북한의 수뇌에 의한 이념과 체제로 말미암아 이를 거역하고 배신하는 세력들은 불순분자로 낙인 찍혀 처참한 고문과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윤혁'의 삶은 사회주의라는 이념의 시녀이고 꼭두각시로서 남파되어 수십년의 세월을 초조함과 갈등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만 되는 처지였지만,늙어서 오갈데 없는 입장에서 두 송이 꽃같은 소년.소녀와 강민규의 강력한 정신적 지원과 보육원장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동토와 같았던 심장이 펄펄 끓는 심장으로 변하여 남은 생은 자신보다 못한 주위를 보살피면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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