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처럼
김경욱 지음 / 민음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눈물의 여왕,침묵의 왕으로 시작되는 서문이 이채로웠는데,'동화처럼'이라는 제목마저 나에겐 수채화처럼 다가왔고 뭔가 풋풋한 청춘시절을 그려내지 않았을까라는 예측을 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대학에 입학하고 MT를 다녀오면서 자연스레 동아리를 만들죠.이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노래패'에서 만나 인연이 될듯 하다가도 끝내는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억지로 인연을 만들어 가는 듯하다 헤어지고 또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해야만 하면서 성숙한 자기 내면을 다져 간다는 이야기에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장미와 명제는 눈물과 침묵이 있었다.모두가 어린 시절 가정의 영향이 주효했던 거같다.장미에게는 성깔이 파르르하고 냉정하게 내치는 엄마에게 구박을 받고 장롱 속에 쪼그리고 앉아 자폐증에 걸린 아이처럼 우울하고 눈물을 쏙 빼내야 직성이 풀리고 원래의 감정으로 되돌아 오고,일찍 어머니를 여읜 숫기 없는 명제는 과묵하고 할말도 아끼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듯 해야 할 말이 있을때에도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천성적인 침묵의 왕인듯 하다.

 또한  명제의 집안은 전라도 쪽이고 장미의 집안은 경상도 쪽이라 혼담이 오가고 정식으로 인사를 하며,일상적인 대화에서 나오는 말씨가 구수하고 정겨우며 투박해서 이 글의 양념이라고 해도 좋을거 같다.물론 나는 두 지방의 말을 알아 들을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명제와 장미의 세 번 헤어지고 세 번 만나는 과정에 그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은 어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던 거같다.명제는은행원으로 일하던 장미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 참으로 식은땀 흘리며 찾아 다니는 모습을 보는데,장미의 마음도 싫지만은 않았던듯,장미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치킨 집에서 '인물 품평회'라도 하듯 명제를 지켜보면서 '됐다'싶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지만 결혼 첫 날부터 뭔가 일이 꼬이게 된다.

 여행사의 부도로 인해 유럽 여행의 환상이 깨지고 대신 제주도에서 신혼의 단꿈을 꾸려 하지만,제주도 안내자 서정우와 장미와의 벗으로서의 만남이 명제에게는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기대했던 단꿈은 명제의 왕침묵과 수컷으로서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장미는 그만 단봇짐을 싸고 귀경하게 되며,명제 또한 엎친데 덮친격으로 IMF의 매서운 한파를 피할 수 없었던듯 구조 조정의 덫에 휘말리면서 실직을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장미는 대학 시절 짝사랑으로 불태웠던 서정우와의 만남을 갖으면서 사랑다운 사랑이 무엇인지를 명제와 비교하면서 알게 되고,명제는 노래패 회장 털보 선배와 함께 인터넷 야구 게임 제작에 합류함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며,명제 또한 재기발랄하고 빵빵한 집안이던 한서영이를 만나면서 살아 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예상치 않았던 썸씽도 하게 되는 과정이 이어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명제는 장미에 대해 표현 못하고 여자의 마음을 읽지 못한듯 뒤늦은 후회를 편지를 통해 전달하면서 장미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게 되고,조류 독감으로 운영하던 치킨집마저 한산하게 되면서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쇠하여 가고 결국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는데,장미의 아버지는 사위가 그리워 찾게 된다.명제에 대한 야속함과 사랑 받지 못한 장미의 마음도 바닥을 드러낸듯 명제에게 아버지가 입원했다는 말을 전하고 명제는 장인 옆에서 병수발을 거든다.이를 지켜 보던 장미는 닫혀 있던 마음의 엔진이 가동을 시작한듯 명제를 바라보는 닫힌 마음이 자동문처럼 스르르 열리게 되고,겨울 유리창에 명제는 집게 손가락으로 눈물의 여왕과 침묵의 왕자를 그리면서 둘은 뻑뻑한 눈물샘이 자극이 되면서 회한으로 변한듯 다시 재결합하게 된다.

 이 글은 어쩌면 작가의 동년배를 모델로 그린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학 시절의 노래패와 1997년의 IMF의 한파로 인한 구조조정,1998년의 월드컵등에 대한 묘사를 통해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고,누군가를 좋아하는 것과 함께 영원히 간다는 것은 지난의 일이기도 하며 삶 속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중심 마음을 갖고 사는 자체도 어렵지만 늘 마주보고 대화하고 잠자리를 함께 하는 부부에게는 세상을 넓고 길게 보면서 살아 가는 지혜 또한 소중함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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