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켜든다고 치켜들었는데 결국 발이 턱에 걸렸고, 순간 빙글, 앞구르기 하듯이 고꾸라지며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이문재 시인이 「바닥」이라는 시에서 그랬지. "모든 땅바닥은 땅의 바닥이 아니고 지구의 정수리" 라고. 그러니까 이것은 지구의 정수리와 나의 정수리가 맞부딪치는 우주적 모멘트였던 것이다.

하도 들어서 외울 정도인 그런 유의 비슷비슷한 점괘들 중에 그래도 하나 마음에 남은 건 ‘이 사람 마음 한구석에는 절이 지어져 있다‘는 말이었다. 같은 말이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표현이어서였을까.
그 말을 들은 이후로는 이런저런 일들에 치여서 쉬고 싶거나 속이 시끄러울 때면 내 마음속에 지어져 있다는 절을 상상해보곤 했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조금 평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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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으면 저편 어딘가의 다른 문이 항상 열린다. 완전히 ‘닫는다‘는 인생에 잘 없다. 그런 점에서 홍콩을 닫고 술친구를 열어젖힌 나의 선택은 내 생애 최고로 술꾼다운 선택이었다. 그 선택은 당장 눈앞의 즐거운 저녁을 위해 기꺼이 내일의 숙취를 선택하는 것과도 닮았다. 삶은 선택의 총합이기도하지만 하지 않은 선택의 총합이기도 하니까. 가지 않은 미래가 모여만들어진 현재가 나는 마음에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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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의 존재는 브론스키와 안나의 마음속에, 자신들이 지금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방향이 가야 할 방향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자신들의 힘으로는 매순간 가야 할 방향에서 점점 더 먼 곳으로 향하는 배를 멈출 수 없다는 것, 이런 어긋남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결국 파멸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나침판을 통해 깨닫는 항해자의 심정을 불러일으켰다.
순진한 눈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 아이는 그 두 사람이 알면서도 알고 싶어 하지 않던 것. 바로 그것으로부터 그들이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 주는 나침판이었다.
359쪽

‘아, 정말 환하구나! 두렵긴 하지만, 난 그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아.
이 멋진 밝음이 좋아••••••.남편! 아, 그래••••••. 그래도 덕분에 그와는 깨끗하게 끝났잖아.’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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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270쪽

봄은 계획과 설계의 시간이다.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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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책. 여행도 좋고 책도 좋은데, 여행과 책의 콜라보는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내 취향까지 더하자면 여행지에 있는 책방 구경하고, 책도 사는 것. 책을 읽는 것은 시도해봤는데, 꺼내지 않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었던 경험이 있어 그 후로 책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때 가져갔던 책이 <모든 요일의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며 여행의 후유증을 치유했던 기억이 난다.

https://jiyuume.blog.me/221203657673

한 번은 나츠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고, 일본 시코쿠의 마츠야마란 지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막연하게 시코쿠 여행을 꿈꾸던 중 사카모토 료마라는 일본 근대 역사의 인물을 알게 되었고, 료마와 관련이 있는 지역이 시코쿠의 고치란 지역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시코쿠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료마가 간다>란 책을 1권만 읽다만 채 여행을 갔고, 여행을 다녀온 후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을 인상 깊게 읽기도 했다.

https://jiyuume.blog.me/221210779822

https://jiyuume.blog.me/221573958899

 

이 책은 여행한 장소와 관련이 있는 책을 소개해 주고 있다. 가령 러시아가 여행지라면 <안나 카레니나>를, 아이슬란드라면 <스노우 블라인드>를 소개하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여행지라도, 읽지 않은 책이라도,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마 여행과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끄덕끄덕하면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궁합이 잘 맞는 여행과 책은 서로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행을 가기 전 숙소, 음식점, 관광지 등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관련된 책도 여행지와 연결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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