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을 만난 배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속력으로 그 풍랑을 넘어가는 일뿐이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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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지나 박근혜 정부 들어 한국 언론의 투명성은 이제 세계 100위 가까이까지 떨어져 내렸다. 언론의 투명성과 더불어 청렴 지수도 함께 떨어져 내렸다. 이럴 때 합리적이어야 할 세상은 정글로 변한다. 지성은 사라지고 감정과 원시적인 애증만 남으니까. 그럴때 진보를 가장한 장사꾼과 사기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썩어가는 정글에서 하이에나뿐만 아니라 작은 벌레들도 포식자가 되는 것이니까.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세월호를 애도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장사를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난 것이다. 이럴 때 거대한 악은 작은 악의 보호막이 되어준다. 이렇게 정글로 변한 세상의 숲에서 언제나 먹이사슬의 제일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죽어나가는 것이다. 그게 아마도 소망원의 중증 장애인이었을 것이다. - P230

『파우스트』에 보면 닥터 파우스트조차도 창작을 위해 악마의 도움을 받지 않느냐고. 천국은 따분하고 지루하며 지옥은 좀 힘들어서 그렇지 모험으로 가득 차 있는 거 아니냐고, 오죽하면 흥미 있는 것을 말할 때 악마의 OO, 어쩌구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죠.
"유진아 그게 바로 악마의 속임수야. 악마는 창조하지 못해. 오직 흉내 내고 베낄 뿐이야. 악마는 진부하게 하던 걸 계속하지, 그리고 말해, ‘원래 그러는 거예요’, ‘예전부터 이랬어요’, ‘관행이에요.’ 이게 유일한 변명이란다. 하지만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은 선한 것, 그것은 선하신 신의 몫이란다. 신은 인간 얼굴 하나 강아지 얼굴 하나 복제하지 않으셨어. 신의 세계인 선은 다양하고다채롭지만 지옥은 지루하고 공허해……."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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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1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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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어떤 사람이 성스러운 수단을 입고
입을 열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고
마더 데레사와 프란치스코 교황
성녀 아가다와 가난한 자의 성녀 헝가리의 엘리사벳 등의
사진으로 게시물을 도배하면서
성스러운 돈을 모아
그 돈을 다른 좋은 곳에 전하는 척하고 있다면

그가 설사 양의 탈을 쓴 늑대이고,
그가 사실은 어떤 여자의 소녀 시절,
신부의 옷을 입고 소녀를 성추행을 했던 사람이라면

그가 실은 가난한 사람을 위한다며 모금한 그 돈을
세월호 유가족과 밀양 송전탑에서 싸우는 할머니들과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 준다고 모은 그 돈을
현재 어떤 여자와 둘이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사람들은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세상은 그걸 밝힐 수 있을까?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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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꽂이에 있는 책을 보며 어떤 책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 이 책을 골랐다. 2020년이라고 제목에 딱, 있으니 그렇다. 잊고 있었는데 2019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다 말았다. 이제 꺼내려니 2019년이란 숫자가 머쓱해진다. 이 책은 늦기 전에 2020년 타이밍에 맞추고 싶었다.


7편의 단편소설과 평론가의 글을 번갈아 읽고, 심사위원의 소감으로 책이 마무리가 된다. 심사위원의 소감을 읽고 나니 나도 한 편씩 내 소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1. 음복-강화길
결혼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지만 어딘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흐른다. 한국의 젠더 이야기는 소재만 봤을 때 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오래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이야기. 하지만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고간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평론가의 글에서 나의 머리를 친 부분이 있었다. 부모의 감정처리 역할을 자처하는 딸의 역할이 지금 나의 모습이었고, 남동생보다 내가 더 많이 맡고자했던 역할인데, 나도 모르게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것을 깨달은 것이다. 뭔가 억울하고 열받지만 딱히 벗어날 방법도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젠더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고 화를 안낼 수 없는데, 그래도 ‘음복’은 덜 화가 났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이 공감이 돼서 그런 것 같다. 사랑하면 부당한 결혼 생활이라 해도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상상해 본다.)


2.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최은영
쇼코의 미소를 재밌게 읽어서 어딘가 닮아있는 이 이야기도 좋았다. 소설의 밑바닥에 졸졸 흐르는 작가의 사회 의식이 마음에 든다. 외국이나 외국어로 연결된 다른 세계를 소재나 인물로 배치하는 점도 특징인 것 같다. 쇼코의 미소에서도 이 점이 인상적이었다.


3. 그런 생활 - 김봉곤
나는 소수자의 삶을 특별히 혐오하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할 뿐이다. 그래서 소수자의, 소수자에 대한 강한 어필은 조금 거부감이 든다.
‘누가 뭐라 했나요?’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누가 뭐라 한 거는 맞으니까,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법적 요구를 하고 존재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이 소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작가와 작품이 퀴어와 관련이 있어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퀴어든 아니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난 다양한 삶을 존중한다.


4. 다른 세계에서도 - 이현석
낙태죄 폐지. 나도 찬성한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낙태를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한가지 입장으로 정의내리지 못한 나의 부족한 가치관이기도 한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입장과 화자의 복잡한 생각이 나같은 사람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읽는 내내, 쟁점이 뭔데, 뭐 어떤 입장이라는 거지, 라며 조금 복잡하고 답답했는데 결국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이기도 했던 것이다.


5. 인지 공간 - 김초엽
풍부한 상상력을 지닌 작가지만, 그 상상력이 나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상상력을 풀어내는 서사는 크게 임팩트가 없다. 이전에 읽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렇게 벽이 쌓여가는가...


6. 연수 - 장류진
기대하는 작가님. 일의 기쁨과 슬픔만큼 확 빠져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글이 산낙지 같다. 꿈틀거리는 생생한 묘사와 동시대인에게 와닿는 신선한 소재(맘카페 검색) 이렇게 글을 풀어내는 것이 이 분이 소설가로서 지닌 재능인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더 느껴보고 싶은 분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어보시길.


7. 우리의 환대 - 장희원
나쁜 의미는 아닌데, 찝찝했다. 자꾸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만 잔뜩 조성하고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딱히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변죽만 울리다 끝난 느낌. 단편소설의 특징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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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많은 경우 어떤 대상 그 자체를 통해서라기보다 한 사회가 행복이라 여기는 것을 추구함으로써 얻어진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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