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국밥집.
세 분의 할머니가 맥주 한 병 놓고 이야기 중이시다.
가운데 할머니는 팔순은 넘어 뵌다.

"여그 얼매요?"
"이천오백 원요."

호기롭게 천 원짜리 두 장과 동전 다섯 개를 꺼낸다.

"엄니 오늘 돈 많이 쓰부러서 어짠다요."
"아야, 큰 가게 가면 2만원도 쓴 적이 있는디야!"

먼저 일어나셔서 길을 재촉하신다.
허리가 곳곳하시다.
국밥 그릇에 코를 처박고 있다가 남은 두 젊은 할머니들에게 물었다.

"저 엄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팔십… 일곱 되시제."

자주 나오지 않는 매운탕 감 생선이 보여서 샀다.
세 마리에 만 원이다. 부가세 환급 받아서 만 원짜리 몇 장 있다.
나는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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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경부터 퇴비하고 밭고랑 만들기 작업 시작.
지정학적으로 지리산닷컴은 마을 사람들이 하루에 한번은 지나치는 길목.
두 시간 넘게 진행된 말도 안 되는 노가다 끝에 이제야 만들어지는 밭 위로는
말씀들이 쌓인다.

"호랭가 물가겠네. 아 뭐 하는겨?"
"하이고 예쁘게도 맹글어 놨네."
"퇴비는 했는감?"
"배렸구만, 두 포는 너무나 많아."
"아, 그 물자리는 왜 안했남?"
"모종은 샀남?"
"물길은 안 내는감?"
"손바닥만 한 게 물길은 필요 없겠구먼."
"뭐 심으십니까?"
"땀나겄다."
"삼촌 뭐 하는디?"
"모종 한 판은 안 들어갈 텐디(남는 거 나 줘)."
"물길은 요 짬치로 해야 쓰겄구먼."

동네 절반의 댁들과 샌님들의 말씀은
다섯 평 밭 위로 만 평 정도 쌓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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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요일이지만 자료는 여전히 오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왔다. 26년 만에 통화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통화가 끝나고, 반복된 며칠에, 목적 없는 며칠에, 대상 없는 화가 약간 났고
사무실 앞 팍팍해 보이는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정답이라는 몸의 신호가 왔다.
사무실 옮기고 밭이 없었는데 이제 배추를 옮기기 시작하니
땅이 받아 주건 말건 밭을 몇 평 만들어 볼 요량이다.
삽질에 땀은 비 오듯 하고 손가락이 금세 안으로 굽어든다.
지나가는 어르신들 질문이 시작되고 삽질 10분 만에 마을에는
'컨테이너가 배추 심을랑게~' 라는 생방송이 진행되는 듯 하다.
정수 씨가 갑자기 등장해서 트랙터 시동을 켠다.

"비이 보이소."

트랙터가 세 번 움직이자 한 시간 정도의 삽질 분량을 1분에 끝낸다.
워낙 묵혀둔 땅이라 다시 쇠스랑을 가능하면 깊이 박아 넣었다.
돌을 골라내고 주차할 차들과의 구역을 정했다.
위원장님이 갑자기 등장하신다.

"비료 해야제?"
"내일 읍내 가서 사올려구요."
"집으로 와. 한 포 줄랑게."

그렇게 다시 갑자기 퇴비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나는 계속 돌을 골라내었다.
전화가 온다. 번호를 보니 짐작이 간다. 삽질을 그만 두고 미루어 둔 전화를 받았다.
잡지 구독. 영업 담당 직원에게 죄송하지만 아침의 말과 다르게 거절했다.
26년 만에 통화한, 얼굴은 기억나지 않고 이름만 기억나는 동창과의 통화.
그 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마주한 대화의 끝은 잡지 구독이었다.
거시기 신문사 거시기부 과장인데 죽겠다고, 난생 처음 이런 전화한다고.
150명을 채워야 는데 좀 도와달라는.
밥벌이의 고단함과 그가 감수해야 할 비굴한 기분 앞에 바로 거절하기 힘들었다.
영업팀에서 그에게 다시 짜증스러운 기별을 할 것이고 그는 상황을 받아들일 것이다.
26년 만에.
나는 오늘 땅을 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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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아침에 계란 나왔소?"
"몰러. 물어봐야는디. 여름이라……."
"알 나오면 보통 몇 시에 나와요?"

이 질문 이후 사무실 앞에 있던 운조루 형님과
지정댁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어허… 아, 그거이 달구새끼 마음이제 사람이 어떻게 안당가!
#%(&^%$@$^*&&*&^^%$*&)(**)(+)((((*_)(*)_*^%&^$"

의외로 격렬한 반응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아니… 사람이 모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잠시 후에 형이 계란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고 지키고 앉았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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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연이 만발했다.
그 위로 백일홍이 낙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대평댁을 오래간만에 만났다.
포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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