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학교 도서관이 희망이다
현직 교사가 본 <학교도서관, 희망을 꿈꾸다>
텍스트만보기   김현(dasolsori) 기자   
도서관, 그것도 학교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먼지 켜켜이 쌓인 채 꽂혀 있는 책들, 학교에서 가장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아이들로 하여금 외면당하는 곳, 단순히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받는 곳. 보통 학교도서관 하면 이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교육부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자는 운동이 펼쳐지면서 지금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조금씩 변모하고 있다. 외형적인 면에서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도서관은 퀴퀴하게 냄새 나는 공간에서 산뜻한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대출 반납 업무만 하던 곳에서 점차 학습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금 학교도서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외형적인 투자로 겉모습은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내적으론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대부분 학교도서관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반교사들이다. 이들은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시간을 학교도서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열정이 없인 학교도서관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없다.

논술 대비하는 책 읽기

몇 년 전에 비해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점차 책을 읽으려고 하는 경향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그 책읽기가 재미나서, 읽고 싶어서 읽기보단 어떤 목적 때문에 읽는다. 대입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읽는 책이란 게 다양성을 지니지 못한다. 한정된 책읽기를 한다.

사실 해마다 학기 초가 되면 유명 대학들의 '고전 ○○선, 중·고등학교 필독서,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필독서'란 이름의 목록들이 서점에 진열되어 손님들을 기다린다. 이런 현실에서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나 하며 망설이는 것도 사실이다. 좋아서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에서 책하면 교과서나 참고서 그리고 숱한 문제집이 주류를 이루어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선 단 한 권의 문제집이라도 더 풀어야 하기 때문에 교과와 관련이 없는 책을 읽으라는 소릴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요즘 들어 대학에 입학하는 데 있어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이러한 책읽기도 궁여지책이지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책 이야길 하다 보니 10여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아이가 있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 아이는 늘 책을 가지고 놀았다. 시험기간에도 그 아이는 책을 읽었다. 그러다 시험 망칠라, 하면 그냥 씨익 웃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주로 읽는 책은 철학 서적에서부터 자연과학, 인문과학 등 다양했다. 그 아이는 대학 입시와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 즐겨 읽었다. 물론 공부도 아주 잘했다. 당시 그 아이를 가르치던 난 오히려 그 아이에게 많이 배웠다 할까, 그랬다. 겨우 문학서적과 철학 서적이나 가끔 뒤적이던 내가 자연과학 같은 종류의 책을 찾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아이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아이는 내가 책의 폭을 넓히는 데 있어서 큰 도우미였다.

그래도 도서관이 희망이다?

근래 들어 학교도서관을 살리자 하는 운동이 일어나면서 일선 학교에선 도서관의 시설을 확충하고 장서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기도 한다. 도서관을 이용한 수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는 시들해진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책도 읽지 않는다. 아니 못 읽는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 <학교도서관, 희망을 꿈꾸다>
ⓒ 우리교육
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보충수업을 하고,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고, 학원으로 달려가고 학교 숙제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정이 가까워 온다. 한마디로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책을 읽어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한다. 초등학교 때 최소한 중학교 때 읽을 책까지 읽어주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교도서관을 '희망의 책 읽기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선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일반교사들과 사서교사들이다. 이들은 학교도서관이 '공교육의 희망'임을 인식하고 도서관을 죽은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결과로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이 그들의 경험을 모아 <학교도서관 희망을 꿈꾸다>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학교도서관의 운영에 관한 모든 것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학교도서관 만들기 ▲학교도서관 운영하기 ▲학교도서관 활용하기 ▲학교도서관에서 즐기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학교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과 도서관을 꾸미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관리, 학부모 명예사서, 도서부 운영 그리고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 등을 세세하게 다양한 자료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일선 학교 도서관 담당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으로 차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근본적으로 도서관을 운영하고 활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아무리 도서관을 운영하는 훌륭한 방법들을 제시해 놓았어도 현재의 인력구조론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이 책의 공동저자의 한 사람인 류주형 교사는 전담 인력(사서교사)의 필요성 제시로 강조하고 있다. 또 학교의 배려가 없으면 도서관 운영을 알차게 하기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교과 교사에게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연수도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 말은 일선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경제적인 문제로 대부분 학교에선 도서관 업무를 사서 교사가 아닌 일반 교사들이 맡고 있다. 수업이 없는 사서 교사들이 도서관 업무를 맡는 학교에서 도서관에서 도서관 문화제나 문학 기행, 또는 저자와의 대화 같은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여 학생들이 도서관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는 단순히 대출 업무에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그 나라의 박물관을 보면 되고, 현재를 보고자 하면 그 나라의 시장에 가보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 나라의 미래를 알고자 하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은 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꿈꾸는 공간이다. 아니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 책 읽는 아이들, 책 읽는 어른들로 가득 찬 공간인 도서관의 모습, 생각만 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러나 꼭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어디서건 책을 읽으면 어떠한가. 책을 읽는 곳이 바로 도서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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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자가 본 평양 “중국 6~70년대와 비슷”
Ⅰ2007-05-24 14:10:43 업데이트

상하이의 주요 언론 중 하나인 동팡자오바오(東方早報)는 지난 20일 장문의 평양르포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왕징(王靚), 웨이싱(魏星) 두명의 기자는 현재 평양의 모습을 중국의 6-70년대와 비교하면서 “외부로의 소통이 단절돼 중국에서도 다 아는 비나 송혜교도 전혀 모른다.”고 아쉬워 했다.

북한의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전후해 2주이상 평양을 둘러본 기자는 현재 북한의 교통, 복장, 문화등을 상세히 기록했다. 르포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했다.

중국 기자가 둘러본 평양거리와 패션

평양시내에서 외국인이 상점을 찾기란 쉽지않다. 특이한 것은 시내의 길이나 도로에는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으며 아무도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북한에서 눈에 띄는 복장은 절대 금지다. 대표적으로 미니스커트나 머리 염색등이 이에 해당되며 반바지도 금지다. 행인들의 복장은 대체로 무채색 계열이며 가끔 밝은 컬러의 옷을 입은 젊은 여자를 볼 수 있다.

여성들의 복장은 검은 투피스에 하얀 양말, 검은 구두 등으로 일률적이며 전통 한복을 입은 여성들도 많이 눈에 띈다.

특이한 것은 2005년 12월부터 머리를 땋지 않고 어깨에 내려뜨리는 여성이나 머리카락이 3cm가 넘는 남성들을 TV에 방송해 호된 비난을 가하고 심지어 그들의 이름과 주소까지 공개해 교훈을 삼게한다.

평양의 교통사정

평양의 주요 교통수단은 버스, 전차, 그리고 중국이 지원한 지하철이다. 승용차는 소수에 불과하며 그 원인은 에너지 부족 때문이다.

평양 도로에 다니는 차는 화물차와 지프, 구형의 벤츠 등이다. 승용차의 검은 번호판은 군용, 하얀 번호판은 정부용, 갈색 번호판은 개인용으로 각각 구분된다.

특히 북한에서 자전거는 사치품이다. 자전거 도로가 있음에도 자전거를 보기가 어렵다.

예전에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가 몇 번 있고나서 김정일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신체 단련이란 명목하에 걸으며 출퇴근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

개인 승용차는 모두 국가에서 박사나 교수, 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에게 나눠준 것이다.

북한의 통신 및 출판, 방송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인터넷은 단지 국내용이다. 북한은 핸드폰과 인터넷 서비스가 기술적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 본인은 매일 인터넷에 접속한다.

북한의 중앙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뉴스는 대부분 군사와 정치에 관한 내용이며 항미 영화와 드라마 등이 많다.

인터넷과 대중매체와의 단절된 삶을 살아온 북한 주민들에게 ‘유행’이란 단어는 아주 낯설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다 아는 한국의 스타 ‘비’나 ‘송혜교’ 도 젊은 나이의 평양사람들은 전혀 모른다.

북한의 호텔과 관광지에는 서점이 있는데 그 곳에서 파는 서적은 북한 신문과 잡지, 화보 등이다. 그외에 출판물 대부분은 김정일과 김일성이 저작한 사상과 관련된 전집이다. 그들의 서적은 다른 서적들에 비해 표지와 인쇄 상태가 훨씬 좋다.

북한의 생활과 문화

북한은 주택부터 의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배급제로 마치 중국의 6,70년대와 비슷하다.

또 북한은 ‘남존여비사상’이 강하고 결혼할 때 신랑 측은 정장 한 벌만 준비하고 나머지는 신부 측이 준비한다. 결혼 후 아내는 무조건 남편을 시중드는 것이 불변의 진리다.

사진=서울신문 포토 라이브러리

나우뉴스 신청미 기자 qingme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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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캐릭터로 책으로… 왜 우리는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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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이보다 진실한 것 또 있나요?
• 캐릭터로 책·상품으로… 왜 열광하는가
• 똥에 대한 잘못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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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인쇄매체에 오르내릴 때는 반드시 ‘X’라는 용어로 치환되어야 했던 금기(禁忌)의 단어. 그러나 오랜 관습과는 달리 똥은 어린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주제이자 어른들에겐 건강과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최근 각광 받고있다. 무엇이 우리를 똥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먼저 서점을 들여다보자. 똥을 소재로 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특히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두 책 건너 하나 씩’ 배설물을 등장인물로 앞세운다. 어른을 위한 책들도 ‘똥’의 신상명세를 역사적으로, 혹은 사회문화적으로 해석해 보여준다.

캐릭터 업계에서도 돈벌이가 쏠쏠한 효자 품목의 소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배변과 관련된 건강정보를 손쉽게 풀어놓은 ‘똥 전시회’(2001년)가 열렸는가 하면 방귀를 형상화한 모델이 등장해 어린이를 이끄는 교육프로그램도 인기가 대단하다. 비데를 선전하는 TV광고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졌을 만큼 노골적이지만 요즘은 익살로 받아들여 진다.

독특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엽기몰에서는 행운똥, 개똥 모형, 똥 캐릭터 볼펜꽂이, 똥침 지시봉 등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이트 운영자인 이정민씨는 “30대가 소비계층의 30%를 차지하는 등 똥 캐릭터 상품은 연령과 상관없이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독특한 캐릭터에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다름 아닌 웃음이다. 똥을 보고 심각한 표정을 지을 사람은 없지않나”고 덧붙였다.

파주 헤이리에 있는 쌈지의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는 주말 이면 하루평균 3,500여명이 찾는 주말 나들이 명소다.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똥을 형상화한 캐릭터 ‘똥치미’의 공간. 똥을 부여 안고 황홀해하는 ‘완소똥’(완전 소중한 똥) 캐릭터를 들여다 보노라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윤아 쌈지 홍보실장은 “점잖은 대중 앞에 똥 이야기를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들려주는 상징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고 인기비결을 말한다.

도서시장에서 ‘똥’의 선전은 좀 더 구체적이다. 교보문고 홍보실 이우일씨는 “제목에 ‘똥’자가 들어가는 도서 83종의 판매량이 2005년 1만3,905권에서 2006년엔 2만2,062권에 달하는 등 독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며 “아동에게는 신체발달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어른에겐 90년대 이후 꾸준히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몸 철학에 대한 지적욕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결과”고 분석했다.

똥에 반응하는 대중의 태도가 이렇게 호의적인 이유는 의외로 분명하다. 어른은 똥을 형상화한 상품이나 서적을 접하면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아이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이서경 경희의료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프로이트가 말한 ‘항문기’에 해당하는 1~3세 어린이들은 배변 후 똥을 보고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무엇인가를 창조했다는 기분을 갖게 된다”며 “이렇게 변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율성이 형성되고 자신이 결국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아이가 똥과 관련된 캐릭터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발달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른은? 이 교수는 “성인이 똥, 엽기코드, 화장실유머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이런 어린 시절의 창조적 해방감을 무의식적으로 되살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기성사회의 일원인 개인이 ‘사회적으로 터부시 되는 소재에 더욱 끌리는 반동(反動)현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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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쇼핑몰의 황제, 음악 사냥 나서다
  • 아마존닷컴 CEO 제프 베이조스
    1만여 음반사 MP3 음악파일 제공할 계획
    복제 자유화로 음악시장 지각변동 할 듯… 음반업계엔 ‘악몽’ 시나리오
  •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입력 : 2007.05.24 23:40 / 수정 : 2007.05.24 23:43
    • “아마존닷컴도 디지털 음악 사업에 나선다. 우리가 판매하는 음악은 복제방지 장치가 없는 음악이다. 어떤 MP3 기기에서도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미국 아마존닷컴(Amazon. com)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사진) 회장 겸 CEO가 드디어 디지털 음악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악판매 사이트인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처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이 없는 음악파일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닷컴은 올해 안으로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하는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뮤직 스토어’를 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베이조스 회장은 “아마존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1만2000여 음반사의 음악을 MP3 파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음악파일을 개인 컴퓨터나 애플의 아이팟(iPod),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준(Zune) 등 본인이 보유한 디지털 음악 재생기기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판매목적이 아니라면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음악을 CD에 저장해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달 애플·EMI·마이크로소프트(MS)에 아마존까지 DRM 없는 음악판매에 나섬에 따라 전세계 음악시장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들은 DRM이 디지털 음악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음반업계는 DRM을 없애면 불법복제가 만연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디지털 음악사업에 나선 아마존닷컴

      음악CD는 원래 아마존닷컴의 주력 상품이었다. 지난 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할 때부터 책과 음악 CD를 팔아왔다. 당시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주문하는 인터넷 쇼핑이 생소한 시대였다. 책과 CD는 제목과 작가·연주자 등 기본정보만 알면 누구나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는 최적의 품목이었다.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아마존닷컴은 전자제품·의류·음식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베이조스 회장이 디지털 음악시장에 진출키로 결심한 데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의 최근 행보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디지털 음악사이트 아이튠스를 결합한 사업으로 세계 디지털음악 유통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영향으로 기존 CD 중심의 음악시장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닷컴의 음악 CD 판매량도 감소, 더 이상 디지털 음악시장 진출을 미룰 수가 없게 됐다.

      그 동안 베이조스 회장이 디지털 음악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세계 음반업계 1위인 소니BMG와 유니버설뮤직(세계 2위), 워너뮤직(세계 4위) 등 아마존닷컴에 음악CD를 공급하는 대형 음반회사의 묵시적인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음반회사는 지금까지 CD 판매에 주력하면서, 디지털 음악의 경우 반드시 DRM을 붙여서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음반사의 방침을 따라 온 베이조스 회장이 처음부터 DRM이 없는 음악파일을 제공키로 한 데에는 세계 3위 음반회사인 EMI그룹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EMI는 지난달 애플과 맺은 제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닷컴에도 DRM을 삭제한 음악을 무제한 공급할 방침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공급할 예정이다.

      아마존닷컴이 판매하는 디지털 음악의 가격은 얼마일까. 세부적인 가격 조건은 디지털 음악매장을 개설할 때 발표될 예정니나, 업계에선 애플 아이튠스의 판매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EMI가 제공하는 DRM 없는 음악을 1곡당 가격을 1달러29센트에 판매한다. 이는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DRM 있는 음악(99센트)보다 30센트 비싼 것이다.

      베이조스 회장이 뒤늦게 뛰어든 디지털 음악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인사이드 디지털 미디어의 필 레이 애널리스트는 “아마존닷컴이 애플이 독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시장을 상당 부분 빼앗아오고, 경쟁구도를 형성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입장에선 아마존닷컴이 등장이 반갑지는 않지만, DRM 없는 음악이 디지털 음악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익을 조금 나누는 대신 시장의 파이를 훨씬 키우겠다는 뜻이다.

      음악파일 자유롭게 복사·유통하는 시대 열리나

      EMI 입장에선 애플·아마존닷컴과의 잇단 제휴로, 디지털 음악 사업에 대단한 탄력을 얻게 됐다. EMI는 버진메가·텔레노어·뮤직브리게이드·아스피로 등 유럽의 디지털 음악업체와도 제휴, DRM 없는 디지털 음악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MI그룹의 에릭 니콜리 CEO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음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구입 비용보다 얻는 이익이 많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음악에서 DRM을 없애자는 주장은 올 2월 초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이 4대 메이저 음반사를 상대로 DRM 폐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EMI를 제외한 다른 메이저 음반사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EMI와 애플이 DRM 없는 음악 서비스를 시작하고, MS도 동참키로 결정하면서 DRM 폐지론은 점차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음반산업 종사자의 62%가 DRM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 음악사업 부문의 데이브 골드버그 대표는 “DRM 없는 음악의 매출이 DRM 있는 음악보다 훨씬 높다”면서 DRM 장치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DRM 없는 음악 판매를 허용하면, 불법복제가 만연한다는 고전적 논리다. 한 사람이 다운로드 받은 음악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게 복사해 들을 수 있다. 음반업계로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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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43·사진) 아마존닷컴 회장

    • ▲/사진=블룸버그 제공

    • 94 년 아마존닷컴을 창업,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시켰다. 99년 타임지(誌)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2000년엔 우주선 개발회사 ‘블루 오리진’을 설립,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36억달러(약 3조3480억원). 지난해 포브스 조사에서 미국 부자순위 70위에 올랐다.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 디지털 콘텐트의 불법 복제와 변조를 방지해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MP3 음악파일에 암호화된 고유 사용권한을 부여해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인터넷 음악판매 사이트 ‘멜론’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삼성전자 MP3 플레이어에서 듣지 못하고, 반드시 SK텔레콤에 가입된 휴대전화로만 들어야 한다. 최근엔 동영상의 저작권 보호에도 DRM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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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재현시시각각] 출판계의 `명품관`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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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역사에서 18세기는 참 멋진 시대였다. 학문과 예술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기운이 솟구치던 문예 부흥기였다. 시대 흐름을 타고 양반에서 중인, 심지어 천민 중에서도 많은 기인(奇人).이사(異士)가 배출돼 세상을 살찌웠다. 책 장수 조신선(曺神仙)도 그중 한 사람이다.

    당시 책 장수는 서쾌(書) 또는 책쾌(冊)라 불렸다. 가게에 앉아 손님을 기다린 게 아니라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팔았으니 일종의 방문판매원이자 출판 마케터였다. 책이 양반의 전유물이던 시절, 조신선은 지체 낮은 거간꾼이면서도 제자백가의 온갖 서적과 의례(義例)를 꿰고 있었다. 스스로 "책의 내용은 모르지만 어떤 책은 누가 지었고, 누가 주석을 달았으며, 몇 질 몇 책인지는 충분히 안다. 그런고로 천하의 책은 모두 내 책"이라고 자부했다. 당대 최고 책 장수의 실력에 감탄한 정약용.조희룡.조수삼 같은 쟁쟁한 지식인들이 그의 전기를 남겼다('조선의 프로페셔널'.안대회).

    조신선의 시대는 갔지만 요즘 출판계.서점가의 쟁점으로 떠오른 '명품관'소동은 책의 생산.유통에 대해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교보문고 다음가는 서점 체인으로 꼽히는 영풍문고가 몇몇 큰 출판사에 명품관이라는 이름으로 전용 매장을 '분양'하기로 결정한 것이 발단이다. 다음달 중순 영풍문고 서울 종로점에 11평 규모의 매장 공간 다섯 개를 확보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 한 대형 출판사 5곳에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분양협상 과정에서 백화점 임대료처럼 출판사당 월 300만원씩 부담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영풍문고 관계자는 "매장 인테리어 비용과 직원 인건비 등 출판사 측 별도 부담이 커 임대료는 따로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전용 매장을 유치해 고객을 늘림으로써 매출 확대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해명이다.

    대다수 출판사는 서점 공간을 백화점처럼 분양한다는 발상 자체에 반발한다. 서점은 기업의 영리 공간인 동시에 공공성 높은 문화 공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 달에 수십 종을 펴내는 대형 출판사로서는 신간 다수가 2~3주 만에 진열대에서 밀려나는 안타까움을 전용 매장에서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출이 많은 5개사만 골라 혜택을 주면 전국 2만4580개 출판사(2005년 9월 말 현재) 중 2만4575개사는 독자를 만날 기회를 또 빼앗기는 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책은 다 명품이다. 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다. 서점은 다양한 독자가 다양한 책을 접하고 구입하게 도와야 하는데, 몇몇 출판사에 매장을 파는 건 말도 안 된다. 작은 출판사가 더 정성들여 전문성 높은 책을 만드는 사례도 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서점 때문에 이미 많은 동네 서점이 문을 닫거나 학습참고서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2003~2005년 사이에 전국의 동네서점 160곳이 없어졌지만 100평 이상 서점은 오히려 62곳이 늘었다. 이번 분양 소동 말고도 일부 대형 서점은 고객의 발걸음이 잦은 통로에 특정 출판사가 일정 기간 매대(賣臺)를 설치하는 대가로 수십만원씩 받아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출판인회의의 이정원(도서출판 들녘 대표) 회장은 "매대 거래 병폐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있어 실태를 조사 중"이라며 "매장 분양이나 매대 거래가 성행하면 자금력이 약한 군소 출판사는 설 땅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도 군소 출판사는 검색창 광고나 이벤트 비용을 대지 못해 독자의 판단을 구할 기회조차 잃는 형편이다.

    한 장소에서 동서고금 지식의 결정체를 골고루 맛보고 구입하는 대형 서점의 백화점적 특성은 분명히 큰 매력이다. 그러나 출판사가 그렇듯 서점도 큰키나무와 작은키나무, 들꽃과 이끼가 어울려 공존하는 일종의 '생태계'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공산품 시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들은 '노블레스'만 누리지 말고 '오블리주' 실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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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푸른고개 2007-05-2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형출판사에 매장을 분양한다면 영풍에 대해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