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쇼핑몰의 황제, 음악 사냥 나서다
  • 아마존닷컴 CEO 제프 베이조스
    1만여 음반사 MP3 음악파일 제공할 계획
    복제 자유화로 음악시장 지각변동 할 듯… 음반업계엔 ‘악몽’ 시나리오
  • 김종호 기자 tellme@chosun.com
    입력 : 2007.05.24 23:40 / 수정 : 2007.05.24 23:43
    • “아마존닷컴도 디지털 음악 사업에 나선다. 우리가 판매하는 음악은 복제방지 장치가 없는 음악이다. 어떤 MP3 기기에서도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미국 아마존닷컴(Amazon. com)의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사진) 회장 겸 CEO가 드디어 디지털 음악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세계 최대의 디지털 음악판매 사이트인 애플의 아이튠스 뮤직스토어처럼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이 없는 음악파일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닷컴은 올해 안으로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하는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는 ‘디지털 뮤직 스토어’를 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베이조스 회장은 “아마존닷컴이 보유하고 있는 1만2000여 음반사의 음악을 MP3 파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음악파일을 개인 컴퓨터나 애플의 아이팟(iPod), 마이크로소프트(MS)의 준(Zune) 등 본인이 보유한 디지털 음악 재생기기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판매목적이 아니라면 아마존닷컴에서 구입한 음악을 CD에 저장해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달 애플·EMI·마이크로소프트(MS)에 아마존까지 DRM 없는 음악판매에 나섬에 따라 전세계 음악시장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들은 DRM이 디지털 음악 확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음반업계는 DRM을 없애면 불법복제가 만연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디지털 음악사업에 나선 아마존닷컴

      음악CD는 원래 아마존닷컴의 주력 상품이었다. 지난 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할 때부터 책과 음악 CD를 팔아왔다. 당시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주문하는 인터넷 쇼핑이 생소한 시대였다. 책과 CD는 제목과 작가·연주자 등 기본정보만 알면 누구나 안심하고 주문할 수 있는 최적의 품목이었다. 사업이 점점 커지면서 아마존닷컴은 전자제품·의류·음식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게 됐다.

      베이조스 회장이 디지털 음악시장에 진출키로 결심한 데에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의 최근 행보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디지털 음악사이트 아이튠스를 결합한 사업으로 세계 디지털음악 유통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의 영향으로 기존 CD 중심의 음악시장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닷컴의 음악 CD 판매량도 감소, 더 이상 디지털 음악시장 진출을 미룰 수가 없게 됐다.

      그 동안 베이조스 회장이 디지털 음악 판매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세계 음반업계 1위인 소니BMG와 유니버설뮤직(세계 2위), 워너뮤직(세계 4위) 등 아마존닷컴에 음악CD를 공급하는 대형 음반회사의 묵시적인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음반회사는 지금까지 CD 판매에 주력하면서, 디지털 음악의 경우 반드시 DRM을 붙여서 판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음반사의 방침을 따라 온 베이조스 회장이 처음부터 DRM이 없는 음악파일을 제공키로 한 데에는 세계 3위 음반회사인 EMI그룹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EMI는 지난달 애플과 맺은 제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닷컴에도 DRM을 삭제한 음악을 무제한 공급할 방침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공급할 예정이다.

      아마존닷컴이 판매하는 디지털 음악의 가격은 얼마일까. 세부적인 가격 조건은 디지털 음악매장을 개설할 때 발표될 예정니나, 업계에선 애플 아이튠스의 판매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EMI가 제공하는 DRM 없는 음악을 1곡당 가격을 1달러29센트에 판매한다. 이는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DRM 있는 음악(99센트)보다 30센트 비싼 것이다.

      베이조스 회장이 뒤늦게 뛰어든 디지털 음악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인사이드 디지털 미디어의 필 레이 애널리스트는 “아마존닷컴이 애플이 독차지하고 있는 디지털 음악시장을 상당 부분 빼앗아오고, 경쟁구도를 형성해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입장에선 아마존닷컴이 등장이 반갑지는 않지만, DRM 없는 음악이 디지털 음악시장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익을 조금 나누는 대신 시장의 파이를 훨씬 키우겠다는 뜻이다.

      음악파일 자유롭게 복사·유통하는 시대 열리나

      EMI 입장에선 애플·아마존닷컴과의 잇단 제휴로, 디지털 음악 사업에 대단한 탄력을 얻게 됐다. EMI는 버진메가·텔레노어·뮤직브리게이드·아스피로 등 유럽의 디지털 음악업체와도 제휴, DRM 없는 디지털 음악의 공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EMI그룹의 에릭 니콜리 CEO는 “소비자들이 디지털 음악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구입 비용보다 얻는 이익이 많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음악에서 DRM을 없애자는 주장은 올 2월 초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이 4대 메이저 음반사를 상대로 DRM 폐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EMI를 제외한 다른 메이저 음반사들은 일제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EMI와 애플이 DRM 없는 음악 서비스를 시작하고, MS도 동참키로 결정하면서 DRM 폐지론은 점차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주피터 리서치에 따르면 유럽 음반산업 종사자의 62%가 DRM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 음악사업 부문의 데이브 골드버그 대표는 “DRM 없는 음악의 매출이 DRM 있는 음악보다 훨씬 높다”면서 DRM 장치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찮다. DRM 없는 음악 판매를 허용하면, 불법복제가 만연한다는 고전적 논리다. 한 사람이 다운로드 받은 음악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게 복사해 들을 수 있다. 음반업계로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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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43·사진) 아마존닷컴 회장

    • ▲/사진=블룸버그 제공

    • 94 년 아마존닷컴을 창업,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시켰다. 99년 타임지(誌)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2000년엔 우주선 개발회사 ‘블루 오리진’을 설립, 저렴한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36억달러(약 3조3480억원). 지난해 포브스 조사에서 미국 부자순위 70위에 올랐다.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저작권 관리장치. 디지털 콘텐트의 불법 복제와 변조를 방지해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주는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MP3 음악파일에 암호화된 고유 사용권한을 부여해 불법복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인터넷 음악판매 사이트 ‘멜론’에서 내려받은 음악은 삼성전자 MP3 플레이어에서 듣지 못하고, 반드시 SK텔레콤에 가입된 휴대전화로만 들어야 한다. 최근엔 동영상의 저작권 보호에도 DRM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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