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따라 멋들어진 경치 구수한 이야기
아이들과 가볼만한 여행지 ② 나주 영산나루마을
한겨레 정상영 기자
» 영산나루에서 배를 타고 영산강을 거슬러오르는 뱃길체험은 영산나루 마을의 가장 흥미로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다.
여행 웹사이트 ㈜우리투어네트웍스의 도움으로 전문 여행해설자로 활동하는 관광학과 교수, 문화관광 관련 공무원, 문화유산 해설사, 여행사 관계자 65명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해 아이와 손잡고 떠나고 싶은 체험여행지 베스트5를 뽑았다. 그중 2등인 나주를 지난주에 이어 소개한다. ‘아이들과 가볼만한 여행지’는 2회로 마무리한다.

담양 용추봉에서 흘러내린 영산강이 비옥한 나주평야를 적시며 영산포를 거쳐 함평의 고막천과 만나는 나주시 공산면 신곡1구에 영산나루마을이 숨어있다.

마을 뒷산의 생김새가 봉황이 엎드린 꼴을 닮아 봉곡마을로 불리던 이 아담한 농촌마을에는 42가구 70여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산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보리밭과 노란 배추꽃이 만발한다. 여름에는 6만여평의 형제방죽을 붉게 물들이는 홍연, 가을에는 황금물결을 이룬 영산강 뚝방길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 물결을 이루는 마을 앞 영산나루터. 이곳에서 붕어의 겨울잠을 깨고 배가 떴다.

영산마루터 건너편 다시면 동당리 석관정 앞 너른 벌에는 파릇파릇한 보리밭과 강변을 따라 한없이 이어지는 갈대밭이 어우러져 색다른 겨울풍경을 자아낸다. “오랜만에 배를 타서 그런지 느낌이 참 좋아요. 강 주변에 갈대밭이 너무 멋있어요. 기회만 되면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아빠 조기인(44·교사)씨와 엄마 이명희(40)씨, 동생 영우(10·남춘천초등학교3)와 함께 강원도 춘천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여행을 하다 우연히 영산나루마을을 들렀다는 현우(14·남춘천중학교1)는 신났다. 동생 영우도 “강에서 배를 탄 것은 처음인데 너무 재미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영산나루를 떠난 배가 오른편으로는 봉산 아래 깎아지른 절벽과 왼편으로는 인근 다시면의 무성한 갈대밭을 헤치며 강물을 거슬러 유유히 나아가자 모두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마을 뒤편 광산 김씨의 제각인 금강정이 보이고 주몽세트장이 고개를 내밀 때까지 마을대표 김승식(55) 이장의 구수한 설명이 이어진다.

» 마을 뒷편에는 대하 드라마 <주몽>을 촬영하는 삼한지테마파크가 자리잡아 천여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영산강 거슬러오르는 뱃길체험
보리밭·갈대밭 감탄 절로
근처 주몽 세트장이 발길 잡고
인절미·연 만들기 하루가 뚝딱

조기인씨는 “강원도와 너무 다른 풍경이다. 한적하고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과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영산강의 경관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나주를 여행하면서 천연염색문화관의 염색체험과 함께 매우 유익한 여행코스로 꼽고 싶다”고 일러준다. 50여분쯤 영산강 뱃길 체험을 마치고 배가 다시 영산마루 쪽으로 내려와 석관정 아래 이별바위 아래에 이르자 김 이장이 “일제시대 징용 끌려가는 남편을 따라오던 젊은 아내가 영산강이 가로막자 푸른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숙연해진다.




영산강 방죽과 나루터의 애환이 어린 나주 영산나루마을은 지난해 나주에서 처음 농촌체험 마을로 선정된 뒤로 색다른 농촌체험을 맛보려는 가족들이 찾아온다. 지금처럼 겨울에는 떡메로 인절미 찧기, 홍갓과 배추로 김장하기, 가오리연과 방패연 만들기, 보리밟기, 영산강 뱃길여행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봄에는 뚝방길 자전거 하이킹과 보리화분, 보리못자리 써레질, 봄나물 체험이 이뤄지고, 여름에는 뗏목 체험과 강 천렵 즐기기, 고택 마당놀이, 감자 수확, 들깨·참깨 파종, 고추 수확, 가을 뚝방길 자전거 하이킹, 추수 체험, 보리 파종, 서리태 수확, 콩타작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양초를 만들어 소망을 담아 영산강에 띄우는 영산배따라기, 보리개떡과 엿 등 옛날 간식 체험, 필드하키와 비슷한 전통민속놀이인 강변 장치기·정치기 등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김 이장은 “저녁 7시 무렵 영산 배따라기를 할 때 경제가 힘들어서 그런지 부자 되게 해달라는 소원이 많다. 로또복권 1등 당첨되게 해달라는 글을 적어넣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 여행 전문가가 뽑은 아이들 체험 여행지 베스트5
아빠 권용재(41·한국농촌공사 김포지사)씨와 함께 1박2일의 농촌체험에 참가한 구승(12·인천 곰단초등5) 승혜(10·곰단초등3) 남매는 “모두 어울려서 김치 만들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 인절미도 만들어서 맛있게 먹었고 가오리연도 만들어 신나게 날려 보았다”고 자랑한다. 아들 이준현(10·서울 가주초등3)군과 함께 방문한 주혜영(한국전파진흥원)씨는 “아이가 삭막한 도시에서 공산품만 보다가 생활 속에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체험해보는 일정이 유익했다”고 말한다.

한적한 영산강변 길을 따라 영산 나루마을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볼거리들이 많다. 천연염료로 염색을 들여보는 천연염색 체험과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의 천연염색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나주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3~7세기에 조성된 세계 유일의 아파트형 복합묘제 고분인 복암리 고분군, 텔레비전 대하드라마 〈주몽〉의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한지 테마파크 등 천년고도의 멋스러움과 조우할 수 있다.

나주/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인근 천연염색문화관 이색체험
아이들 마음이 울긋불긋

파란 하늘 아래 한무리의 아이들이 노랗고 붉은 손수건을 마구 흔들며 신나게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선생님 너무 신기해요.” “너무 예뻐요. 우리 또 염색해요.”

광주시 광산구 첨단모모유치원 어린이 70명이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천연염색문화관(www.naturaldyeing.or.kr) 체험실에서 치자와 황토, 코치닐 등 천연염료로 손수건을 물들이는 천연염색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갓 나온 자신들의 작품을 보고 서로 무늬를 맞춰보고 목에 둘러본다. 손수건을 가방처럼 사용하는 여자 어린이도 있다.

유치원 교사 김지혜(28)씨는 “아이들이 너무 신나한다. 그 전에도 유치원에서 꽃잎을 두드려서 부분적으로 염색을 해본 일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전체염색과 무늬염색은 처음이어서 몹시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천연염색문화관에는 방학을 맞아 천연염색 체험을 하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폐교 터 2600여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지어진 천연염색문화관에는 상설전시장, 기획전시실, 판매공간, 체험장, 세미나실 등을 갖춰 천연염색 관련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문화관은 무형문화재(천연염색장) 2명을 배출한 나주의 천연염색의 전통을 보존하는 것을 비롯해 작품활동과 보급·조사 및 연구·전문가 양성 등 천연염색과 관련한 다양한 기능을 해나가고 있다.

천연염색문화관의 게스트하우스에 미리 신청하면 숙박을 하면서 천연염색 체험도 할 수 있다. (061)335-0091.

글·사진 정상영 기자

여행 수첩

농촌체험 마을인 영산나루마을이 있는 공산면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드라마 세트장으로 〈주몽〉을 찍는 ‘삼한지테마파크’, 금광토굴의 젓갈,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13만평 습지에 백만송이 홍련화가 만발하는 우습제 등 볼만한 구경거리가 솔찮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 나들목→ 국도 1호선 광주 방향 → 함평4거리→ 국도 23호선 공산면 방향→ 공산철물점 좌회전→ 신곡리 영산나루마을

▶잠자리

영산나루마을에는 석관정 민박(061-335-3891)과 태양 민박(061-335-9587), 금강정 민박(061-335-2758), 감나무 민박(061-335-5740) 등 민박집 4곳에서 사시사철 농촌체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몽〉 촬영이 있는 날에는 민박을 할 수 없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먹거리

영산나루마을은 마을 앞 영산강에서 잡아올린 살찐 토종붕어로 끓인 붕어 매운탕, 배추와 무, 갓, 메밀 등 6가지 채소의 새싹으로 만든 새싹채소비빔밥이 유명하다.

곰탕으로 유명한 나주답게 과원동 금성관 앞 ‘곰탕의 거리’에 3대째 곰탕을 끓여내는 나주곰탕하얀집(061-333-4292)을 비롯해 원조를 자처하는 곰탕집들이 있다. 또 영산동 선창 앞 옛 영산포구 ‘영산포홍어의 거리’에는 홍어1번지(061-332-7444) 등 홍어 전문 식당들이 즐비하며, 다시면 가운리 구진포 ‘장어의 거리’에는 미꾸라지를 먹고 자란 장어를 구워내는 신흥장어집(061-335-9109) 등 장어 전문 식당들이 있다.

▶특산물

영산나루마을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보리, 목포 등지에서 실어온 멸치와 새우, 조기, 꼴뚜기, 명란, 아가미 등으로 30~40가지 젓갈을 담가 금광토굴에서 숙성시킨 금광토굴 젓갈과 김치, 마을에서 직접 만드는 영산나루 한과 등이 있다.

▶주변 볼거리

나주에는 고려 성종 6년인 987년 12목에 향교를 설치할 때 창건된 보물 제394호 나주향교 대성전,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시대 나주목인 금성관(유형문화재 제2호), 백제 침류왕 때인 366년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다도면 덕룡산 동쪽 기슭에 세운 고찰 불회사 대웅전(보물 제1310호) 등이 이름난 문화재다. 또 불회사 근처에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한때 해남 대흥사의 본사로 대가람이었으나 현재는 건물이 소실돼 주지 혜원 스님이 9년째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운흥사에서 익살맞은 돌장승 한쌍을 만날 수 있다.

▶문의

영산나루마을 이장 김승식 (061)335-3553. 011-9603-3552. 영산나루마을 홈페이지 naru.go2vil.org. 나주시청(www.naju.go.kr) 문화공보실 (061)330-8542·8108. 삼한지테마파크 (061)335-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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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에 정신이 퍼뜩 “난 누구냐”
새벽3시, 고요한 산사의 선방
108배뒤 ‘참나 찾는’ 참선시간
번뇌 망상 하나씩 내려놓고
발우공양 하며 ‘공생’ 깨달음을
한겨레 정상영 기자
» 화엄사
화엄사 탬플스테이

아직 미명에 휩싸인 화엄사 산문을 들어서자 차가운 새벽 공기에 맑은 소나무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100평 남짓한 범음료(선방 이름)에는 포교국장 대요스님과 더불어 새벽 3시 도량석을 시작으로 법당에서 예불과 108배를 마친 수련생 20명이 아침 참선에 빠져 있다. 서울과 경기도, 부산, 마산 등에서 모여든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잿빛 승복 차림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

544년 백제 성왕 22년에 인도에서 건너온 연기조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화엄사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천년 고찰의 정갈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템플 스테이를 하기에 좋은 대가람이다. 올 여름에는 외국인 500명을 포함해 모두 1500여명이 화엄사를 다녀갔으며, 겨울에는 지금까지 300여명이 참가했다. 직장인이 가장 많고 교수와 교사, 학생, 자영업 등 직업도 다양하다. 대요 스님은 “템플 스테이가 끝나 묵언을 풀고 산중법담 시간에 대화를 나누다보면 뜻밖에 불교 신자보다 가톨릭 신자들이 더 많다. 개신교인들도 더러 눈에 띈다”고 귀띰한다.

» 화엄사
산사의 생활 자체가 구도과정이지만 특히 참선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세상 번민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대요 스님이 앉는 자세와 호흡법을 설명한 뒤 화두를 툭 던진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참 주인공이 있는데 그 주인공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과연 어떤 것이 참 나인고?” 이따끔 한점 바람이 무심히 울리는 풍경소리만 청아하게 들릴 뿐 고요한 정적이 선방을 감싸고 있다. 모두들 화두를 좇아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찰해 보느라 미간마다 골이 새겨진다. ‘나는 과연 무엇인가’ ‘참 나를 찾았는가’

아직 새벽잠이 덜 깬 김한결(8·서이초등2학년)이 터져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가리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의자 생활을 해오다 가부좌로 앉아 있으려니까 불편했는지 이따끔 몸을 들썩거리다 몰래 아빠 김정규(41·토목설계사·서울 서초구 서초1동)씨의 눈치를 본다. 묵언수행 중에는 일체 소리를 내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의 여유가 참 없는 것 같았어요. 방학을 맞아 아이와 단 며칠이라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저도 세 시간 이상 앉아서 제 자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본 것은 처음입니다. 아이도 저도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결이도 “108배도 힘들었지만 참선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형아랑 싸운 것을 많이 반성했어요. 앞으로는 많이 안 싸우겠다고 결심도 했고요”라고 털어놓았다.

올해 대학진학을 앞둔 최문주(19·마산성지여고3) 양은 “기대한 만큼 시험을 못 쳐서 방황하다가 이러다가는 대학에 가서도 방황할 것같아서 템플스테이를 삶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어서 혼자서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참선을 하면서 고3 때 힘들었던 일과 후회스러웠던 일, 부모님께 죄송했던 일 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라 괴로왔다”면서 “하지만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대학에 가서 전공하고 싶은 법학이 과연 내 적성에 맞는지, 앞으로도 열심히 할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침 참선을 끝내자 발우공양이 시작된다. 발우란 ‘양에 알맞은 그릇’이란 뜻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누어 갖는 평등공양의 뜻이 담겨 있다. 조금도 낭비가 없는 절약공양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대요 스님이 가볍게 죽비를 세번 치자 모두를 합장 반배하고 발우를 펼친다. 또 죽비가 한번 울리고 선정의 자세에서 어시발우와 국발우, 천수발우, 반찬발우에 절 음식을 조심스레 받는다. 정갈한 산나물이 먹음직스럽다. 하지만 욕심을 내어서는 안된다. 공양에서는 밥 한톨도 남겨서는 안 되므로 먹을 만큼만 받아야 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보리를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비록 입에 맞지 않는 절 음식이지만 ‘오관게’를 외고 공양을 하는 모습이 짐짓 근엄하다. 가진 것이 많든 적든, 함께 나눠 소박하게 먹는다.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이루는 공동공양의 정신이 엿보인다.




밥을 먹고나면 천수발우에 담긴 천수로 발우들을 깨끗히 헹군 뒤 퇴수통에 모은다. 퇴수통에 고춧가루와 밥알 찌꺼기가 보이자 대요 스님이 그 물을 나눠 마시게 한다. “발우공양은 이 시대의 가장 맑은 음식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춧가루 한개도 남겨서는 안되는 청청한 식사법이죠.” 모두들 퇴수를 받아 마시며 괴로워 하는 표정들이 역역하다. 헛구역질을 하는 이도 있다.

원주 스님인 덕제 스님이 아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절에는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귀라는 동물이 살고 있는데 배는 태산만 하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보다 작다고 한다. 스님들이 먹고 남은 고춧가루 하나라도 버리면 아귀가 먹다가 목에 걸려서 숨이 막혀 죽는다고 한다. “저는 아귀가 자연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 찌꺼기가 결국 자연과 환경을 파괴시키는 이치와 같지요.”

선방을 몰래 빠져나와 희뿜하게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법당 앞 경내로 나섰다. 국보인 각황전을 돌아서자 4사자삼층석탑으로 향하는 108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희끗희끗 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오르면서 대요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되새긴다. “여러분들이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세속의 모든 번뇌망상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고 올라가시라. 그리고 적멸보궁을 참배하고 다시 108계단을 내려오면 세상을 사는 108가지 지혜가 생길 것입니다.”

구례(화엄사)/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온 가족 손모아 황토 염색 해볼까?
구례 ‘황기모아’ 체험장 인기…황톳물로 옷·손수건 등 염색

구례구역에서 섬진강을 따라 6㎞쯤 달리다 구례읍 계산리에 이르면 섬진강을 앞마당처럼 거느린 다무락 마을이 나온다. 유곡마을이라는 본 이름 대신 전라도 사투리로 담장을 뜻하는 마을 초입에는 황토 체험학교 ‘황기모아’가 있다. ‘황토의 기를 모은다’는 뜻을 가진 이곳은 창업주인 류숙(56)씨가 지난 1999년 폐교된 계산분교를 개조한 뒤 황토를 비롯해 명아주 토란 민들레 물푸레 진달래 쑥 황칠 인삼 등 이 땅의 토종식물을 이용해 만든 78가지 천연염료를 이용해 침구류, 의류, 소품류, 지장수단, 황토팩 등 생활용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 곳 황토체험장에서 자신이 가져간 옷이나 천에 황톳물을 들이는 염색체험을 할 수 있다.

» 구례 ‘황기모아’
학교에 들어서자 파란 하늘 아래 누렇게 물든 황토천이 바람에 날리고 있고, 운동장 한가운데 놓인 10m 가량의 미니 철로 위에는 유인옥(34·주부·서울 마포구 성산동)씨 가족들이 황톳물 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홍예진(9·서울 성서초2)양은 “황톳물 들이는 것을 처음 해보는데 너무 재미있다”면서 “면티를 예쁘게 물들여서 아빠에게 드릴 것”이라고 자랑한다. 동생 윤화(5)양도 이제 갓 태어난 동생에게 선물할 거라면서 황톳물통에 여러번 담근 자기 손수건을 끄집어내 보인다. 유인옥씨는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구례를 여행하면서 우연히 황기모아를 알게 됐다”면서 “아이들 방학숙제 중 체험학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우리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고 말했다.

황기모아의 조성래(40·전남 순천시 해룡면 상삼리) 팀장은 “관광객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하면서 황토염색의 좋은 점을 깨닫는데 보람을 느낀다”면서 “주로 본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속옷, 손수건 등을 가져오는데 아토피피부염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엄마들이나 할머니들이 아기 기저귀감 천을 많이 가져온다”고 일러준다.

황기모아에서는 황토염색뿐만 아니라 대나무 염색과 치자 염색 등 천연염색 체험을 비롯해 양초 만들기, 비누 만들기, 구례에서 나는 우리 밀을 이용한 오색 수제기 만들기, 초코렛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문의 (061)783-5515, 5942~3. www.hwanggi.com

구례/글·사진 정상영 기자

여행수첩

지리산과 백운산, 섬진강이 어우러지는 청정관광지 구례는 예부터 ‘구례 10경’이라 불리는 관광명소를 자랑한다. 지리산 3대 주봉 가운데 하나인 1507m 높이의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 바다인 ‘노고단 운해’가 제1경이요, 천왕봉에 이어 지리산 제2봉인 1732m 높이의 반야봉에서 맞이하는 ‘반야봉 낙조’가 제2경이다. 가을의 ‘피아골 단풍’과 ‘섬진강 청류’, 이른 봄 ‘산동 산수유꽃’, ‘섬진강 벚꽃길’, ‘수락폭포’, ‘천년고찰 화엄사’, ‘오산과 사성암’, ‘노고단 설경’이 차례로 ‘구례 10경’ 반열에 든다.

▶가는길

서울 → 경부고속도로 → 판교 나들목 →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 전주 나들목 → 남원 → 춘향터널 → 순천·구례간 국도 → 화엄사

서울 → 경부고속도로 → 회덕 나들목 → 전주 나들목 → 남원 → 춘향터널 → 순천·구례간 국도 → 화엄사

서울 남부 터미널 - 구례 고속버스(1일 6회 운행), 서울 - 구례구역 기차 이용. 구례구역 - 화엄사 시외버스(30분 간격), 구례종합터미널 - 화엄사 시외버스(20분 간격).

▶잠자리

화엄사 아래 리틀프린스펜션(061-783-4700)을 비롯한 깨끗하고 저렴한 통나무펜션들과 모텔, 지리산한화리조트(061-782-2171) 등이 있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지리산 심원계곡 심원마을의 황토흙방(061-782-5846)과 토지면 내동리 농평마을에 옛 흙벽집을 간직한 농월관 황토민박(061-782-5945) 등에서 민박과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산동면 좌사리에서 순수 천연온천수에 게르마늄과 탄산나트륨 성분이 풍부해 피부병과 신경통, 관절염, 부인병 등 성인병에 특효가 있는 지리산온천랜드(061-783-2900~10)의 야외온천탕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다.

▶먹거리

화엄사 아래 상가에는 지리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로 만든 산채정식 전문 해성식당(061-782-3816)을 비롯해 맛깔스런 음식점들과 구례읍에 참게매운탕 전문 전원가든(061-782-4733) 등에서 구례의 맛을 즐길 만하다.

▶특산물

뭐니뭐니해도 구례에는 지리산에서 나는 송이버섯과 표고버섯, 고사리, 더덕, 취, 도라지 등 산나물이 유명한데 구례장날(3·8장)에 가면 값싸게 살 수 있다. 또 지리산 작설차와 한봉(꿀), 전남 지정 1특품인 우리밀과 구례오이, 산수유, 고로쇠약수 등이 있다.

▶주변 볼거리

지리산 자락 아래 예부터 화엄사와 함께 화천양사로 불리는 천년고찰 천은사, 동쪽과 북쪽 두곳 부도탑이 아름다운 지리산 첫 사찰 연곡사 등 사찰, 토지면에 있는 조선시대 옛 사대부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고택 운조루 등이 있다.

▶문의

화엄사(www.hwaeomsa.org) (061)782-7600. 템플스테이(www.templestay.com). 구례군(www.gurye.go.kr) 문화관광과 (061)780-2224~5, 780-2352~3. 구례구역 (061)782-7788. 구례시외버스터미널 (061)782-3941. 구례공용터미널 (061)780-2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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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 이젠 도올이 김훈을 인터뷰하다 [중앙일보]
`정치 리더십으로 양극화 해결 못하면 희망 없어`
오랜 벗인 두 사람은 만나면 항상 즐겁다. 개나리 핀 동숭동 낙산 옛 성터에서 파안대소하는 소설가 김훈과 기자 도올. 임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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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희한한 일도 많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나를 가장 많이 인터뷰한 기자가 있다면 김훈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난 기자가 되었고, 김훈은 당대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의 한 사람이 되었다. 엊그제 우연히 그가 병자호란을 주제로 한 또 하나의 소설, '남한산성'을 탈고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의 말을 건네는 중에 기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기자 도올이 소설가 김훈을 인터뷰해 보면 어떨까?

김훈과 나는 대학(고려대)을 같이 다녔다. 그는 영문과에서 영시를 외우고 있었고 나는 한시에 탐닉하고 있었다. 1982년 귀국했을 때 우리 사회에서 나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도 한국일보 기자 김훈이었다.

"암울했지요. 6.25 전쟁의 찌꺼기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고, 찢어지게 가난했고, 박정희 군사독재 권력이 태동했고, 베트남에 가서 우리 친구들이 죽어갔고, 더 거대한 지옥이 예비되어 있었던 그 시대에 난 밝은 희망만을 품고 워즈워스, 바이런, 셸리, 키츠를 암송하고 있었죠. 그들의 낭만주의 혁명성 속에는 인간의 희망, 번영, 평등, 자유가 보장되어 있었어요."

- 난 대학 시절에 이미 영문과 김치규 선생님과 한시를 주고받곤 했는데, 김 선생님은 대단한 영시의 시인이기도 하셨죠.

"김치규 선생님은 주로 고전을 가르치셨고 전 여석기.이호근 선생님께 더 많이 배웠어요. 운에 맞춰 암송하는 숙제가 많았는데 지금도 19세기 낭만주의 시를 대부분 정확히 암송해요. 전 주입식 교육의 위대성을 그때 깨달았어요. 도대체 주입식 교육이 왜 나쁘죠? 디시플린을 안 가르치는 교육을 과연 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까?"

- 그때부터 이미 소설 쓰기를 작심했나요?

"'옥스포드영어사전(OED)'을 많이 뒤져야 했기에 주로 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었는데 하루는 우연히 '난중일기'라는 책이 눈에 띄었죠. 이은상 선생이 번역한 책이었는데 영시에 비하면 참 딱딱하고 드라이한 한 군인의 단편적 진중일기에 불과한 책이었어요. 그런데 암울한 현실을 끝까지 암울하게 뚫어 나가더군요. 19세기 낭만주의 시들처럼 찬란한 희망에 의지하지 않고 절망을 끝까지 절망으로 버티어내더군요. 그때 난 낭만주의적 희망의 허구성을 깨달았어요. 동시에 모든 이념의 허구성을 같이 버렸어요. 그랬더니 삶이 더 절망스러워지더군요. 그리곤 대학도 졸업 못했죠. 소설을 쓸 엄두도 안 났고요."

- 그런데 한 가닥의 빛도 안 보이는 그 절망감을 어떻게 버티어 냈습니까?

"기자생활로 이럭저럭 뒹굴다가 83년 봄 우연히 '세계의 문학'이라는 잡지에서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문장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번역의 중요성을 말하는 매우 단순한 내용의 글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도올 선생님의 글이었어요. 저에게는 그것은 새로운 문체의 발견이었어요. 볼티지가 있는 글이었죠."

-기자로서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좀 쑥스럽군요. 그런데 볼티지라니?

"볼티지가 있어야 감전이 되잖아요. 사유의 깊이와 압축감, 과감한 절제, 그리고 거침없는 포효, 그리고 리듬감 있는 음악성, 그리고 생동하는 그림이 퍼뜩퍼뜩 스쳐 가는 영상미 이런 것들이 혼합되어 전압이 확보되는 것이죠. 왜 내가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설을 한번 써 보시라고 했잖아요. 전 그때부터 다시 문학에 희망을 걸기 시작했어요. 새로운 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죠."

-김훈과 같은 문호에게 나의 정신세계가 조금이라도 도움되었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역시 '칼의 노래'에서 대중이 사랑한 것은 김훈의 절제된 문체일 거예요. 그리고 그 문체가 이순신이라는 한 군인이 치열한 전화의 한가운데서 느끼는 고독한 심리적 내면을 파고들었다는 데 여태까지의 소설이 건드리기 어려웠던 강렬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훈의 문체가 너무 까다롭고 유미론적이고 너무 체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은데?

"많은 사람이 내 문장을 수사학적 문장이라고 평하는데 전 오히려 형용사, 부사 없는 글을 쓰고 싶어해요. 주어, 동사의 뼈다귀만으로 된 동편제 같은 글, 서편제의 계면이 빠진 그런 진솔하고 우람찬 우조 같은 글 말이죠. 그런데 주어, 동사조차 수식이라고 까대면 난 죽어야죠. 아니면 선(禪)의 침묵으로 가야죠."

- 역시 영문학도다운 얘기군요.

"영어를 잘해야 한국말도 잘해요. 국제적 감각이 있어야 한국말이 풍요로워지는 것이죠. 김 선생님도 그렇잖아요. 전 우리말의 조사가 싫어요. 우리말에서 토씨를 빼면 나머지를 메우는 개념어, 지시어, 행위어는 대부분 한문이에요. 영어는 '아이 러브 유'하면 토씨 없이도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우리말은 '가'니 '를'이니 이런 토씨를 쓰지 않으면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알 수 없죠. 토씨 없으면 신택스가 성립 안 해요. 법전의 우리말을 보세요. '사기는 타인을 기만하여 재물을 편취한 죄'라고 하면 토씨 빼놓고는 다 한자죠.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수백 년 동안 그것을 열심히 쓰지 않은 죄를 우리가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죠. 우리말은 아직 개념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토씨만 있는 언어! 참 걸리적거려요. 전 조사의 매개 없이 단어와 단어가 맞부닥쳐 전압을 발생시키는 그런 언어를 쓰고 싶어요."

-김훈은 그런 언어에 집착한 나머지 사회의식이 박약한 자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사회의식? 뭔 말라빠진 사회의식입니까? 그건 노무현이 자유무역협정(FTA)을 한다고 이념적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예요. 진보인 줄 알았더니 보수네? 이따위 얘기들이 모두 개념 규정이 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개념 규정을 하는 데서 파생하는 오류일 뿐이죠. 진보니 중도니 보수니 이따위 말들이 다 엉터리고, 노무현에게는 애초부터 진보도 보수도 없었던 겁니다. 의미 없는 비연속에다가 일관성을 운운치 말자는 것이죠."

- 도덕적 일관성(moral integrity)이 있으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한 국가의 목표가 도덕일 수는 없습니다. 이익이죠. 이익 추구에 실패하면 부도덕해질 뿐이죠."

- 맹자는 국가의 목표가 도덕적이면 오히려 부강해진다고 말했는데?

"그건 까마득한 이상이죠. 그렇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 그럼 한.미 FTA는 잘한 짓이고 그로 인해 한국민이 잘살게 되리라고 전망하십니까?

"그런 걸 점칠 수 있는 능력은 저에게 없습니다. 단지 우리 사회에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념, 빈부, 교육, 의료, 재산, 기회,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정치적 리더십이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없으면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어요. 돈 많은 사람들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 주고 그들로부터 세금을 더 뜯어내면 되죠."

- 진부한 신자유주의 언어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한다면?

"글쎄요. 전 인간의 바탕은 개별적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사회적.공동체적 존재라는 전제하에서 주장되고 있는 모든 가치가 개별적 존재 속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공허합니다. 전 사실 이런 철학을 도올 선생님의 방대한 저작으로부터 배웠습니다. 동의하시잖아요?"

- 내 사상에도 분명 아나키스틱한 측면이 있지요.

"칸트가 말하는 양심이나 자유의지, 이런 것도 우리 존재의 근원이겠지만 저는 폭력과 악이야말로 세계의 근원적 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 약육강식에 우리 존재를 내맡기자는 것입니까?

"프랑스혁명, 동학혁명, 볼셰비키혁명이 모두 약육강식에 반대하고 일어났지만 결국 또다시 약육강식에 얽매이는 사회를 만들 뿐이죠. 악에 저항하고 승복하고 또 저항하고, 그런 모순된 꼬라지가 나 김훈의 꼴입니다. 역사는 진보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전개되는 것이다. 이것은 도올의 명언입니다."

- 그래 소설가가 되어 행복해졌습니까?

"생각보다 책도 좀 팔렸고, 애들이 다 직장 구해 집을 나갔고, 아내는 여행 열심히 다니고, 대부분 집에 홀로 있습니다. 토굴을 지키는 스님같이, '혼자 있음'(Being alone)의 존엄을 즐기고 삽니다. 우리 사회 병리현상의 상당 부분이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해 생기는 것 같아요. 외롭다는 핑계로 파당을 만들고 추저분한 짓을 하는 것이죠."

- 저런, 부럽소. 내가 해야 할 이야기를 하시는구료.

"안 그래요. 선생님은 항상 자신의 성취를 부숴 버리고 다시 시작하시잖아요. 그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통쾌감을 주는데."

-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내가 잘 불렀죠.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저도 그래요. 항상 초년병, 영원히 신인 작가로 살다 죽겠습니다."

*** 소설가 김훈은

1948년생. 기자로 활동하다 50대에 소설가로 늦깎이 데뷔한 그는 첫 본격 장편소설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받았다. 첫 단편소설 '화장'으로는 200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언니의 폐경'으로 2005년 황순원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상복 많은 작가'로 통한다.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등의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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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의 낮] 쇼핑몰·호텔·오피스 빌딩이 한곳에
  • 미술관 옆 '미드타운'이 궁금해
  • 조선일보 도쿄=글·사진 정재연 기자 whauden@chosun.com
    입력시간 : 2007.04.11 21:20
    • ▲ 미술관도 멋있지만 식당은 더 근사하다. '국립신미술관' 내부에 자리잡은 레스토랑 '폴 보퀴즈 르 뮤제'
    • 유원지풍 대관람차가 천천히 도는 오다이바, 수천 인파가 뒤섞이는 시부야역 교차로, 10대 ‘니폰필’ 패션의 발생지 하라주쿠는 애들이나 구경 가라지요. 비즈니스로 도쿄에 가는 우리 어른들은 아직 문 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3월30일 오픈) ‘도쿄 미드타운(Tokyo Midtown)’, 건축물과 아트를 동시에 구경할 수 있는 ‘도쿄국립신(新)미술관’에서 ‘비즈니스적’ 영감을 얻고 옵시다. 우리의 전략? 낮에는 럭셔리하게, 밤에는 소박하게. 일단 제일 중요한 환율은 4월10일 현재 100엔이 784원(매매기준율)선.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 도쿄 국립신미술관 / 정재연기자

    • ▲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외부로 생중계하는 '미드타운'의 레스토랑
    • 도쿄에 간다면 ‘미드타운’부터 볼 것. 지금 도쿄 사람들도 한창 구경가는, 도쿄 최고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롯폰기 힐스는 부동산 그룹 모리의 작품, (롯폰기 힐스 바로 옆,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한)미드타운은 미쓰이 부동산의 프로젝트다. 오피스빌딩+쇼핑몰+메디컬센터+호텔+정원+미술관이 들어선 복합시설이다. 잠깐, 그렇다고 아침부터 미드타운으로 달려가긴 좀 그렇고, 일단 ‘도쿄국립신미술관’에서 우아하게, 문화적으로 시작한다.

      신미술관과 미드타운은 걸어서 5분 거리. 일본 건축가 구로가와 기쇼가 설계한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7월2일까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하는 ‘모네와 그 후예들’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9월26일~12월17일에는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1660)’도 온다니 출장 일정 잡는데 참고하시길. 화요일 휴관. www.nact.jp

      지하 아트숍은 벌써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물건을 어찌나 잘도 선별해 진열해 놨는지, 디자인에 힘 준(그 값이 가격표에 그대로 반영되긴 했지만) 물건 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장이 쿵쿵 뛰겠다. 전시 보고, 아트숍 보고 점심은 프랑스의 유명 요리사 폴 보퀴즈(Bocuse)의 이름을 앞세운 ‘브라세리 폴 보퀴즈 르 뮤제’에서 먹자.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맞닥뜨리는 수십미터 높이의 기둥. 마치 원뿔을 거꾸로 박아 놓은 형상인데 그 꼭대기에 흰 천을 깔아놓은 테이블들이 보인다. ‘아니, 저 위가 식당이야?’라며 깜짝 놀라게 만드는 풍경이다. 점심세트 메뉴는 1800엔(2코스), 2500엔(3코스)으로 그리 충격적이지 않다.

      그럼, 이제 미드타운(www.tokyo-midtown.com)으로. 카페트나 반들반들한 나무가 깔린 바닥, 곳곳에 놓인 가죽의자, 천장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분수 등이 전반적으로 고급 호텔 라운지 같은 분위기. 이곳은 그냥 쇼핑센터가 아니다. 도심 속 거대한 ‘소비의 오아시스’. ‘릿츠 칼튼 호텔’, 1600만원짜리 건강검진으로 화제가 됐던 ‘존스 홉킨스 메디컬 센터’서비스, 고급 식료품점 ‘딘 앤 델루카’ 등 온갖 폼 나는 것들의 전당이다. 전통의 화과자점 ‘토라야’ 매장은 일반 갤러리 보다 근사하고, 스포츠 웨어 ‘푸마 매장’도 ‘푸마 블랙 스토어’라는, ‘한 발 더 나간’ 이름을 달고 있다. 속옷 브랜드 ‘와코루’도 그냥 우리나라에서 보는 와코루가 아니다. ‘와코루 디아’라고 해서 블랙과 형광 컬러가 어우러진 100만원대 란제리를 선보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마저 누드톤 나무 창살을 단 고급스런 외관으로 서 있다.

      압권은 편집 매장 ‘레스티르’. 가격표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두운 조명 아래 온통 검은색 인테리어를 비트가 강한 음악과 ‘(요즘 패션용어를 빌리면)언웨어러블’한 발렌시아가, 입생로랑, 존 갈리아노등의 의상이 채우고 있다. 한마디로 꼼꼼하게 옷 고르러 가는 곳이 아니라 도쿄적 패션 공간을 체험하러 가는 곳.

      오픈 키친도 모자라 주방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세 대의 모니터로 외부에까지 생중계하는 식당, ‘(요즘 일본 현대 미술을 일컫는)마이크로 팝’ 풍으로 꾸민 흡연실, 옷을 보여주기는 커녕 쇼 윈도를 그냥 우윳빛 유리로 가려버린 ‘클로에’ 숍에 이르기까지, 미드타운의 매장들은 전력을 다해 디자인 경쟁을 벌인다.‘도대체 이게 다 뭐냐’ 하는 분들, 이런 번지르르한 분위기가 싫은 분들, 서울로 치면 강북, 혹은 강남이라도 신사동 가로수길 분위기를 좋아하는 쪽이라면 빨리 시부야 아래 다이칸야마나, 요즘 이색 ‘가구의 거리’로 한창 뜨려고 한다는 메구로쪽으로 가버리시라. ‘나카 메구로’에는 자동차 공업사 한쪽에 카페를 꾸미는 식의 ‘마이너’ 분위기도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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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시티가이드 제2탄 도쿄여행-미드타운 / 정재연기자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미드타운 / 정재연기자


    • 지역별 가볼만한 곳

      긴자(銀座)


      가장 ‘긴자적인’ 건물은 핑크색 외관 곳곳에 기괴한 모양의 창문이 뚫린 ‘미키모토 2’ 빌딩. ‘미키모토 진주’, 하면 떠오르는 우아한 레이디풍 분위기의 카페와 9층 레스토랑 ‘대즐(Dazzle·03-5159-0991)’이야말로 긴자 분위기에 푹 빠지기 좋은 곳. 긴자에는 이왕이면 주말(‘차 없는 거리’ 실시)에 가서 인파에 완전히 휩쓸려 보자. 미쓰코시(三越) 백화점 지하에서 예술적인 찹쌀떡(보통 개당 140~160엔선) 한 개를 아껴 먹으며 형형색색의 디저트와 도시락을 감상하자.

      백화점 길 건너에는 1869년 개업했다는 빵집 ‘키무라야(木村屋·03-3561-0091)’가 있다. 한 손에 쏙 쥐어지는 작은 팥빵이 126엔. 굉장한 맛이라기 보단 전통을 이어가는, 수수한 옛날 맛에 점수. 이밖에 문구백화점 ‘이토야’도 많이들 가는 곳. 그러나 아주 희귀하고 고급스러운 펜이나 수첩을 찾는 게 아니라면 그냥 신주쿠·시부야 등 곳곳에 있는 잡화점 ‘로프트(Loft·때 수건이 색깔 별로 걸려있는 시부야 ‘로프트’는 나름 고객감동 현장)’나 ‘도큐 핸즈(Tokyu Hands)’를 뒤지는 게 더 재미있다. 긴자 ‘에르메스 빌딩(딱 ‘에르메스 풍’인 미술관도 있어서 가볼 만 하다)’ 구경 갔다면 근처 화장품 잡화매점 ‘마쓰모토 키요시’에서 요즘 한창 유행인 일본 뷰티 아이템을 건져보자.

      아오야마(靑山) & 오모테산도(表參道)

      프라다, 디오르, 토즈(‘볼록 유리’로 유명한 프라다 건물보다 오모테산도의 이 ‘토즈’ 건물을 더 쳐주는 사람도 많다) 등 명품을 담아놓은 건물이 너무 근사하고 하나같이 유명해 ‘명품 아니라 건축 순례 간다’는 명분도 생긴다.

      ‘미드타운’이 생기기 전까지는 가장 최신 ‘쇼핑센터’였던 오모테산도 힐스의 카페나 초콜릿 바에서 쉬어가거나, 진열장에 30여개에 달하는 핑크·레드·보라 등 알록달록한 과일 타르트와 케이크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베리카페 어윈 망고(아오야마 막스마라 건물 건너편)’도 강추(블루베리 쉬폰 케이크 등이 한 조각에 650~800엔). 오모테산도에서 하라주쿠 쪽에 있는 ‘갭(Gap)’ 매장 건너편 ‘키디랜드(Kiddy Land)’는 각종 캐릭터 상품이 총출동해 있어 어린 자녀나 조카 등 어린이 선물 사기 좋은 곳.
    • ▲ 좀 더 소박한 풍경이 기다리는 메구로의 옷 수선집


    • 메구로(目黑)

      메구로 중에서도 ‘나카 메구로(中目黑)’에는 세련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가 살아있다. 다이칸야마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만족할 듯. 메구로천 양쪽으로 작은 숍들이 이어진다. 책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이색 책방 ‘카우 북스(Cow Books)’도 이곳에 있다. 화과자점인데도 톤 다운된 세련됨을 선보이는 ‘히가시야(www.higashiya.com)’도 들려볼 만 하다.

      마루노우치(丸の內)

      반듯한 마천루 사이를 걷는 기분 좋은 산책을 보장한다.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에서부터 긴자까지 걸어가 보자. 수트 빼 입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다. 중간에 쉬기 좋은 곳은 새하얀 타일 벽이 근사한 ‘딘앤델루카(미쓰비시 트러스트 빌딩 1층)’. 에스프레소 (350엔)를 주문하면 작은 초콜릿을 한 조각 준다.
  • [토쿄의 밤] 신주쿠는 뻔한 곳이라고?… 별들이 소곤대는 '밤'에 가보자
  • 조선일보 도쿄=글·사진 정재연 기자 whauden@chosun.com
    입력시간 : 2007.04.11 21:25
    • ▲ 초미니 술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신주쿠 '골든 가이' 밤 풍경. 소박하고 오래되고, 작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골목
    • 누구나 도쿄 간 김에 한번쯤 가보는 신주쿠(新宿), 낮에 가면 별로 예쁘지 않은 신주쿠는 밤에 갈 것. 신주쿠역 오다큐 백화점과 ‘비쿠 카메라’ 쪽으로 나와 우회전, 회전초밥집 앞에서 또 우회전 하면 고소한 냄새가 솔솔 피어 오르는 귀여운 꼬치 골목 ‘야키도리요코초(やきとり橫丁)’와 ‘추억의 거리(思い出橫丁)’가 기다린다. 두 골목은 서로 나란히 위치해 있는데, 한 줄로 서서 걸어 들어가야 할 만큼 좁은 길 양쪽으로 ‘오픈 바’ 형태의 꼬마 꼬치집이 늘어선 ‘추억의 거리’ 쪽이 전형적인 일본식 ‘미니’ 문화를 느끼기에 더 좋다.

    • ‘신주쿠, 뭐 뻔한 곳 아니야?’라고 했다가, ‘신주쿠 골든가이(Golden 街·신주쿠역 히가시구치·東口)’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1960년대 급진주의자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문을 열었다’ 혹은 ‘2차대전 당시 암시장이 있었다’는 설이 있는데, 100여곳에 달한다는 작은 술집들이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1~2층으로 붙어 있다. 손님 대여섯명만 들어가면 꽉 차버릴 듯 작은, 꼭 선물상자같은 술집의 초미니 문짝과 창문, 각각 다르게 생긴 앙증맞은 간판이 모여 어딘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마법적인 공간에는 음모든, 로맨스든 뭔가 슬슬 무르익는 듯 수상쩍은, 그러나 너무나 매력적인 분위기가 고여있다. 영업 시간은 집집마다 다르다(대략 초저녁~오전 5시). 한 외국 여행서에는 “일본에서 볼 것은 완벽한 포장의 기술, 그리고 청결함”이라고 했다. 일본의 완벽한 ‘패키징’과 깔끔 떠는 모습은 이런 술집 밀집 뒷골목에서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보드카 바’를 표방하는 ‘이시노하나(石の花·03-3200-8458)’에서는 주인이 기타 치고, 15년 전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했다가 이젠 단골이 됐다는 손님이 노래를 부른다. 독한 보드카 말고 ‘집에서 담근 매실주(500엔)’도 있다. ‘믹스 너츠’ 등 안주는 400~900엔대. 단, 자릿세가 1300엔으로 좀 비싸다. 일본 술집은 손님 한 명당 기본으로 ‘자릿세’가 붙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골든가이에는 신용카드를 받는 집이 거의 없다.
    • ▲ 프린스 호텔 파크 타워 사진

    • 골든가이 특유의 즐거운 폐쇄공포증을 경험하기 싫다면, 좀 널찍한 바 ‘본즈(Bon’s·03-3209-6334)’로 간다. 맥주 600~700엔 선. 칠리 소시지 700엔, 피자 700엔. 자릿세 1명당 500엔. 역시 신용카드는 받지 않는다. 예산은 빠듯한데 한 잔 하고 싶다면, 당연히 ‘와라와라’로 가시라. 가격대비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데다가, 신주쿠건, 아키하바라건, 없는 곳이 없다. 빨간색 바탕에 ‘笑笑’라는 간판만 찾으면 된다. 일어를 전혀 못해도 상관없다. 일단 들어가서 일행이 몇 명인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스미마셍’하고 우렁차게 종업원 불러서는 영어 표기에, 사진까지 확실하게 실린 초대형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주문하면 된다. 낯선 출장지에서 혹시라도 주눅 든 출장자가 제일 맘 편하게 ‘나마비루(생맥주)’ 한잔 시원하게 들이킬 수 있는 곳. 생맥주는 300~400엔선. ‘다섯가지 모듬회’ 1029엔, 김치210엔, 명란젓 치즈튀김 294엔, 닭꼬치 모듬 609엔. 뒷골목 취향이 아니라면, 택시 타고 ‘프린스 호텔 파크 타워’로 갈 것. 이곳 33층 바 ‘스텔라 가든(03-5400-1111·새벽1시까지·사진)’에서는 오렌지빛 조명이 들어온 도쿄 타워를 거의 얼굴을 맞댈 지경으로 가깝게 볼 수 있다. 일본 가이드 북들이 ‘최고의 야경 스폿’으로 꼽는 곳이다. 야경을 살리기 위해 실내 조명을 죽였고, 의자는 모두 창문을 향해 배치했다. 이곳에서 칵테일 ‘도쿄 브리즈(2000엔·역시 ‘자릿세’ 500엔 추가)’를 마시다 보면, ‘애들은 가라, 어른이어서 좋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듯. 자정이 넘으면 도쿄 타워의 불이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한다. 연인이 타워의 불이 꺼지는 순간을 함께 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데, 이 낭만적인 야경을 앞에 두고 있다 보면 한국의 가족이 그리워진다. 출장 마지막 밤, 홀로 도쿄에 ‘아듀’를 고하기 좋은 곳이다.

      먹거리&호텔

      일본 라멘

    • ▲ ‘아카사카 라멘’의 ‘TV 챔피언 라멘(1000엔)’
    • 먹으면 먹을수록 빠져버리는 이 중독성 강한 음식. 칼로리 폭탄이지만 일본 출장길에 먹지 않을 수 없다. ‘아카사카 라멘(www.akasakaramen.com/in dex2.html)’은 ‘라멘의 지존’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나. 본점이 최근 아카사카(赤坂) TBS빌딩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 처음에는 특유의 ‘돼지 냄새’ 때문에 ‘욱’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계속 떠먹다 보면, 느끼하고 걸쭉한 국물이 입에 딱딱 붙는 바람에 숟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아카사카 ‘기본’ 라멘 680엔, 만두 45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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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 '아카사카 라멘' / 정재연기자

      초밥
    • ▲ 요즘 도쿄서 인기라는, 살짝 구운 ‘아부리 도로(398엔·스시 잔마이)’

    • 일본에 가서 딱 한가지만 해야 한다면, 당연히 초밥 먹기다. 학생들이야 회전초밥집 가지만, 비즈니스맨이라면 좀 더 업그레이드 해보자. 일본의 수산시장인 ‘츠키지 시장’에 위치해 있어 신선도에서만큼은 최고를 자부하는 ‘스시 잔마이(すしざんまい·www.kiyomura.co.jp)’는 연중무휴·24시간 영업. 츠키지 시장에만 점포가 세 군데(한 곳은 회전초밥집). 본점 보다, 본점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는 별관이 그나마 줄을 좀 덜 선다(‘본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들 그쪽으로 먼저 몰린다’고 종업원은 말한다). 사진과 영어 표기 곁들인 메뉴판도 있고, 외국인도 많아 발음이 별로라도, 자신있게 ‘오도로 오네가이시마스(오도로 주세요)’를 외칠 수 있는 분위기. ‘오도로(참치大뱃살)’ 398엔, 최상품질의 장어 400엔, 성게알 398엔, 고등어 148엔, 계란말이 98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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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씨티가이드 제2탄 도쿄편 '스시잔마이' / 정재연기자 


      미쓰이(三井)가든 호텔 긴자

      뻔한 비즈니스 호텔이 싫다면, 부티크 호텔 분위기를 찾는다면 긴자의 ‘미쓰이 가든 호텔’을 추천한다. 싱글이 1박에 16800엔(조식불포함). 일본의 비즈니스 호텔답게 싱글룸은 침대, 책상, 안락의자가 들어가면 옴짝달싹 못하게 꽉 차버릴 정도로 작지만, 전망이 끝내주기 때문에(2237호에서는 멀리 도쿄만과 레인보우 브릿지가 보였다) 답답하지 않다. 22인치 LCD TV에,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 창, 푹신하고 새하얀 침구와 메밀 베개, 한쪽 벽면을 몽땅 차지한 거울, 유리문 달아 놓은 샤워부스와 욕조, 해바라기 샤워기 등 그 좁은 곳의 공간 활용을 확실히 했다. www.gardenh otels.co.jp

      치산 그랜드 아카사카

      한국 출장자들은 한국 지사들, 한국 술집이 밀집된 아카사카에 볼 일이 많다. 마침 지난해 말, 아카사카에 깔끔한 비즈니스 호텔이 문을 열었다. ‘치산 그랜드’의 싱글룸은 작지만, 의외로 침대가 크다(가로140㎝). 레드 등 발랄한 컬러를 사용해 분위기를 살렸다. www.solarehot els.com

      항공사 마일리지 쌓기

      ①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한다. 예를 들어 ‘스카이패스 롯데 마스터 카드’는 1000원당 1마일 적립.

      ② 실제 탑승시 마일리지 자동 적립(할인 티켓 중 마일리지 적립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③ 탑승시 출장자가 소속된 회사의 ‘상용우대제도(CMBS)’에 따라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회사와 개인이 둘 다 CMBS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탑승자 개인 마일리지와 별도로, CMBS에 적립된 마일리지는 회사 임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다.

      ④ 환전·송금시 은행별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경우가 있다.

      ⑤ 이밖에 출장시 항공사별 제휴 호텔에서 숙박하거나, 특정 렌터카 업체를 이용하면 마일리지를 추가 적립할 수 있다.

  • [매거진후기] 일본 미술관에선 볼펜을 못 쓴다?
  • 조선일보
    글 사진=정재연 기자 whauden@chosun.com
    입력시간 : 2007.04.11 21:34
    • ▲ 도쿄 국립신미술관
    • 해외 관광청을 주로 홍보하는 마케팅 업체의 이모 부장을 최근 만났다. 서로 일본 다녀왔다는 수다가 이어졌다. '어디서 뭘 쇼핑했다'고 늘어놓기엔 민망하고, 어느 정도 문화적 내공을 앞세우려는 30대 이상 사이에서 몇 년 전까지 '일본 갔다 왔다'고 하면, 롯폰기 힐스 "'모리 미술관' 가봤어요?", "가 봤지요"가 정해진 대화 수순. 지난 1월 이후로는 "롯폰기의 '국립신(新)미술관'가 봤냐"가 단골 질문이 됐다.

      "거기 식당 끝내주죠? 아트숍도 근사하고. 그런데 너무 스타일링에만 힘 준 것 같아요(이렇게 토 다는 것도 '문화적'임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의 특징)." "요즘 미술관은 패션이죠, 뭐. 대형 쇼핑몰과 주상복합 빌딩을 띄우는데 미술관이야 말로 확실히 폼 잴 수 있는 도구니까." 그러고 보면, 이번에 도쿄에 들어선 복합시설 '미드타운'도 은근히 산토리 미술관과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디자인 전시장을 갖췄으므로 '우리는 (쇼핑몰 들어선 상업공간이 아니라)문화공간'이라는 식이다. "스타 건축가를 앞세운 최신 미술관에 갈 때마다, 다리가 아파 '이제 그만'을 외칠 때까지 그림을 보고 또 보는 유럽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죠."

      '미술관은 역시 유럽' '뉴욕도 좋다'식의 '맞아 맞아' 대화가 이어지던 중 이모 부장이 하는 말. "제가 신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다가 볼펜으로 수첩에 메모를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경비원이 다가 오더니 '볼펜으로 쓰지 말라'는 거에요. 혹시 실수나 사고로 작품에 손상이 갈까봐 그러나 보더라고요. 그러더니 너무 예쁜 연필을 주는 거 있죠. 손잡이에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디자인이 특이했어요."

      어? 그러고 보니 나도 미술관에서 연필을 받은 적이 있다. 몇 년 전, 모리 미술관에서 '빅토르 앤 롤프'의 의상을 앞세운 패션전시회를 보던 중. '전시가 굉장히 재미있긴 한데, 음, 너무 상업적이군'이라고 잘난척하며 수첩에 볼펜으로 "역시 모리는 상업적"이라 적고 굵게 밑줄 긋는 순간, 경비원이 슥 다가왔다. 그리고 연필을 내밀었다. '아니 뭔 큰일 난다고 펜도 못 쓰게 해?'라는 짜증은 손가락만한 플라스틱 손잡이에 연필심이 살짝 꽂힌, 맘에 꼭 드는 연필 디자인을 본 순간 싹 사라졌다(스위스 등 일부 유럽 미술관에서도 연필을 준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관람객이 볼펜 사용을 자제하게 한다. 볼펜 발견 시, 그냥 스톱시키는 게 아니라 연필을 제공한다. 이 때 연필은 그냥 아무 문방구에서나 사온, 못 생기거나 특징 없는 것이면 안 된다. 미술관이라면 자고로 특별한 디자인의 연필을 제공해야 한다.' 뭐 이런 식의 대응 방법이 재미있다. 그런 일본적 겉치레와 '오바'가 여행의 색다르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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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귤 관두면 뭐할지…정부 대책? 이젠 안믿어”
    제주 감귤 농가
    한겨레 허호준 기자
    “무신거 먹엉 살아야 할지 모르쿠다. 경해도 농사는 해얍주, 어떵?”(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농사는 해야지 어떻게 해요.)

    지난 9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리 강윤범(55)씨의 한라봉 하우스 시설에는 소형 굴삭기가 굉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굴삭기는 5년생 한라봉 나무들을 뿌리채 연신 뽑아냈다. 한라봉은 4년째부터 수확이 가능하고, 5년째는 한그루당 6㎏(3만원) 정도 수확한다. 강씨는 수년동안 고생한 ‘돈’을 버리고 있는 셈이다.

    »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 자신의 감귤밭에서 강창이(64)씨가 시름에 잠겨 있다.

    자식 대학보낸 감귤밭 내버릴 수도 없고…

    뽑힌 한라봉 나무를 부지런히 옮기느라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강씨는 “미국산 오렌지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시설 재배한 한라봉은 경쟁이 안된다. 그래서 다른 작물을 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라봉을 뽑아낸 곳에 망고를 심을 예정이다. 망고는 심은 뒤 4~5년 뒤에 수확한다.

    그는 현재 한라봉 1200평, 감귤 750평, 망고 600평 등을 시설재배한다. 경비를 빼고나면 연간 5천만원 정도 돈을 번다. 30년 가까이 감귤 농사만 해왔다는 그는 “지금 상태만 돼도 농사를 해볼만 하지만 미국산 오렌지류의 수입과 한-중 에프티에이까지 체결되면 농촌에는 그야말로 재앙이 닥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설재배는 투자비가 많이 든다. 강씨도 1억3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 그는 “시설재배하는 농가들은 평당 10만~13만원의 초기 시설투자비가 들어 1500평 이상이면 5천만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다들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대책을 세운다는데, 신뢰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 그는 “정부가 농촌을 위해 믿을만한 대안을 언제 제시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사례도 제시했다. 도지사가 5차례나 에프티에이 협상장을 찾아다녀도 된 것이 하나도 없고, 감귤 재배 역사가 40여년이 되는데도 시장에 팔 정도의 품종을 제주도 자체적으로 개발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소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듯 되물었다.

    수천만원 빚은 또 어떻게 갚을지 막막

    보성리 옆동네인 대정읍 구억리 감귤밭에서 만난 강창이(64)씨는 비닐작업복과 마스크를 쓴 채 혼자서 2500여평의 감귤밭에 창가병 방제용 농약을 뿌리고 있었다. 기자를 만나자 담배부터 꺼내 문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협상 내용을 아느냐’고 묻자, “농사만 짓는 사람이 계절관세니 뭐니 하는 말뜻을 알겠느냐”며 “그래도 감귤은 이제 끝이라고 하니 앞으로 뭐하면서 살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40여년 동안 농사 이외에는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다는 강씨는 그동안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 8천여평의 밭을 소유하고 있다. 노지감귤 2500평과 한우도 12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몇년 전에 생산량을 줄여야한다는 제주도의 방침을 받아들여 감귤밭 3500평을 없앴다. 그는 “아들 둘을 대학까지 보낸 감귤밭을 없앤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또 감귤밭을 내버릴 수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 제주도 주요작물 재배 면적
    한라봉 시설재배 포기도

    제주시 한경면 산양리에서 부인과 함께 농약을 치고 있던 전업농 이동익(50)씨는 지난해 에프티에이 기금 지원을 포함해 3천만원의 빚을 얻어 1천여평의 감귤 비가림 시설을 만들었다. 그는 “비가림 시설 감귤은 3월에 출하되기 때문에 저관세 오렌지류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어쨌든 감귤로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지만 대안이 없어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전체 농가의 86%(3만1천여가구)가 감귤을 재배하고 있고 농가 수입의 51%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미 에프티에이로 감귤농사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만 있을 뿐, 마땅한 대체 작목이 없어 농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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