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책이 절반 이상···2007 출판시장 '기형'


뉴시스|기사입력 2008-02-04 13:48



독서삼매경에 빠진 시민들

【서울=뉴시스】

아동도서가 지난해 출판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젊은 어머니들의 독서 교육열이 반영됐다는 풀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가 2007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발간된 신간 도서를 바탕으로 출판 통계를 발표했다. 발행량과 분야별 현황, 평균 정가, 평균 면수 등을 산출했다.

작년에 나온 책은 1억3250만3119부로 집계됐다. 2006년 1억1313만9627부보다 17.1% 늘었다. 이 가운데 어린이 책이 168.9%나 급증하는 이상 비대 현상을 나타냈다.

아동서는 전체 책 중 50.16%(5674만7059부)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독서문화 세대인 1960년대생의 자녀 독서교육열 때문이다. 아동도서의 홈쇼핑 판매 확대와 전집 등 방문판매 활성화도 아동서 급성장을 거들었다.

그러나 아동서적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하향세를 보였다. 총류(119.4%), 철학(25.3%) 등은 상승했으나 다른 분야는 발행 종수와 부수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만화(15.99%), 문학(15.31%), 학습참고(11.85%), 사회과학(8.22%)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발행종수 중 23.1%에 이르는 번역도서 시장에서도 아동도서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아동서가 2811종으로 선두였고 만화(2646종), 문학(2349종), 사회과학(1433종) 순으로 집계됐다. 언어권별로는 일본(4544종), 미국(3753종), 영국(970종), 프랑스(775종) 등의 순이었다.

아동도서의 또 다른 특징은 책 두께가 얇고 가격도 싸다는 점이다. 아동서는 평균 정가인 1만1872원보다 훨씬 저렴한 9224원으로 나타났다. 책 두께도 평균 266쪽의 절반도 되지 않는 103쪽으로 가장 얇았다.

한편, 지난해 신간 도서의 발행량은 4만1094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발행 종수가 9.7% 감소했다. 종당 평균 발행부수는 3224부로 29.7% 증가했다.

<관련사진 있음>

윤근영기자 iamy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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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문화] 백담사 만해마을에 다녀와서 [중앙일보]

 
1월에 강원도 인제 백담사 만해마을에 한동안 머무르다가 왔다. 그곳에는 글 쓰는 작가들의 집필을 위해 숙식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하찮은 시인에게 공으로 방을 주고 밥까지 먹여 주니 호사가 따로 없었다. 저절로 글쓰기에 몰두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박경리 선생이 계시는 원주의 토지문화관도 작가들에게는 따뜻하고 고마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보조금을 일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문화예술위원회가 요즘 쥐어터지고 있다. 이를 두드려 패는 쪽은 영화진흥위원회와 학술진흥재단까지 싸잡아 ‘좌파 문화권력’으로 몰아붙인다. 지난 10년간 정권이 좌파 문화예술인들을 앞세워 체제를 부정하고, 예술을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이용했으며, 친북·반미 선동을 꾀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런! 나는 환한 대낮에 심봉사가 되고 말았다. 이것은 분명히 한국판 매카시즘의 새로운 점화다. 심지어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 관계 기관에서 일한 분들의 이름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좌파의 싹을 자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평생 창작활동에 애써온 귀한 이름들이 이데올로기 번식을 위한 제물로 쓰이고 있다. 명예훼손 운운하는 케케묵은 문장을 쓰기조차 민망하다. 드디어 문화의 공안정국이 도래한 듯하다. 비판론자들은 과격하다. 겉으로는 문화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타락’ ‘선동’ ‘색출’ ‘진상조사’ ‘점령군’과 같은 용어를 서슴없이 동원한다. 펜 한 자루 쥐고 살아온 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런 현실 앞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한풀이 치고는 너무 섬뜩한 분위기 조성이 아닌가? 정말 이래도 되나?

이른바 ‘좌파 문화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이나 단체들은 하나같이 예산 집행의 편파성과 불균형을 근거로 내세운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정작 ‘돈’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차기 정부에서 새로운 문화권력으로 부상하고 싶다는 의지를 은연중에 드러내는 행위로 읽힐 뿐이다. 좌파 척결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무기로 내세우는 전략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듯하다. 한국전쟁 직후의 문화예술계가 이랬을까? 문화대혁명의 폭풍이 중국 대륙을 거세시킬 때 과연 이랬을까?

착각하지 말자. 문화권력의 헤게모니를 쥔 자들이 문화를 만드는 게 아니다. 한 시대 문화의 주도권은 훌륭한 작품이 만든다. 작품의 생산자인 작가와 작품을 향수하는 국민이 그 나라의 문화를 만든다. 좌파의 문화는 좌파라서 형편없고, 우파의 문화는 우파라서 우수한 게 아니다. 작품은 좌우를 따지지 않는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문화의 미래란 없다. 하도 답답해서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좌파든 우파든 상상력으로 승부를 하면 어떨까? 상상력이란 걸 표준도량형으로 계량할 수 없다면 문화 향유자들의 판단에 맡겨 좌우 어느 쪽이 감동을 주는지 재보자는 것이다. 영화를 개봉할 때는 감독의 이념 성향을 포스터에 적고, 누가 더 많은 관객을 모으는지 시험해 보면 어떨까? 문학이나 출판도 마찬가지다. 책을 출간하기 전에 표지에다 작가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표시하고, 어느 쪽 작가가 예술성과 대중성을 더 깊게 갖추었는지 독자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나는 좌파의 줄에 서겠다. 나는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고, 민예총 회원이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므로! 웃자는 이야기다. 그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공간으로 문화를 활용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므로.

만해마을에 머무를 때, 두 차례나 폭설이 내린 적 있다. 하루 종일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데, 문득 어떤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강원도 인제는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 그 너머로 이어진 하늘도 눈을 쏟아 붓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이북에 사는 이들도 똑같은 눈을 맞고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만 마음이 싸해지는 것이었다. 역시 좌파적 상상력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인가? 내가 만해마을에서 밥 좀 얻어먹었다고 이러는 거 아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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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날 때부텀 가난 구뎅이에 빠진 사람이 있거덩. 가들은 구걸하는 어매 등에 업히가 거리에서 자라고 걷게 되믄 알아서 지 묵을 걸 찾아야 되는 기라. 혹은 지 건강을 다 바쳐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이 있지. 가들은 나이 묵으믄 더 팔 수 있는 건강도 없어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꼬. 가들의 땀에 쩔은 생활을 찍고 있으믄 살과 뼈로 이롸진 빈곤의 몸통을 덥썩 만져보는 것맹키로 섬찟한 기라.

내는 사진 작업 할라꼬 현실적 고통을 차라리 즐깄거덩. 어떤 어렵음도 사진의 거름이 된다꼬 여깄으니까. 어떤 불행도 쾌감으로 수용할 수 있다 카는 오기로 넘몰래 미소짓곤 했지. 쌀 사놓으믄 연탄 떨어지고 연탄 들라노면 쌀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기라. 아픔맹키로 우리를 깊게 하는 기 없고 가난한 자의 행복만큼 진실한 거는 없어. 내 생애는 젤로 낮고 더럽은 땅을 입맞추믄서 흐르는 물로 남을 기야.

 

 

<꽃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과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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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안경

 

올해 잡아먹은 안경이 네 개째다

5년째 안경 하나로 버티는 아내는

어디 재벌집 아들하고 살지

같이 못 살겠다고 한다

 

하나는 지역 민중연대 발대식 날이었다

새로운 조직을 띄우는 날

난 이제 구로지역 일에서는 좀 빠지겠다는 생각이었다

십몇년 쫓던 일에서 빠진다 생각하니

뭘 하나 잃어버린 듯 허전했다

안경 하나쯤이야 했다

 

또 하나는 여름에 잃어먹었다

남들이 이젠 그만 하라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노동자캠프 어쩌고 하는 일을 또 벌이면서다

변통은 물론 술이었지만

하지 말라는 일을 또 하나 저질렀다는

무거움이 뭐 하나라도 덜어내려마 했다

안경 하나쯤이야 했다

 

세번째는 얼마 전 농민대회에 나가서다

해 저물녘 제일 악독하다는 1001부대와 맞서 싸우다였다

아차 싶은 순간에 안경이 휙 날아갔지만

내달리지 않으면 머리가 깨질 참이었다

오십대도 찾아보기 힘든 농민들

그 어른들 싸움에 안경 하나쯤 내놓는 거야 뭐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또 하나를 잃어먹었다

잊고 지내던 구로공단 옛사람들을 만난 날이었다

386이 정권을 잡았다고 떠들어대는 세상에서

하나같이 잊혀진 사람들

대우어페럴 서광 에이엠케이 나우 협진정밀

가리봉전자 삼경복장 대성전자 슈어프로덕츠

그곳에서 처음 노동운동을 열었던 노출 1세대들

아직도 참가비 만원에 허리가 휘는 사람들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선배

얼마 전 빔에 깔려 네 손가락이 뭉개졌다는 선배

악수를 하다보면 손가락이 없어 허전한 이들 많았다

기쁨과 설움을 많이도 처먹었던가보다

집에 들어와보니 안경이 없었다

 

처음엔 안경 한두 개쯤이야 했다

사람들은 다시 또 죽어나가고

세상에 보기 싫은 꼴이 한둘 아닌 마당이다보니

난 자꾸 안경이라도 잃어버리며

보기 싫은 세상에 작은 항거라도 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난 억울하다

내가 왜 이 못된 세상에 안경까지 잡아먹혀야 하나

힘없는 아내에게 그 짐을 늘 지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바란다

편파적으로 구체적으로 바란다

안경이나 뺏어가는 소극적 싸움이 아닌

진정한 싸움을, 내게 걸어달라고

차라리 내 영혼의 눈을 거둬가달라고

 

 

- <창작과비평> 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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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일기 6

 

노산악인의 어깨에 산그늘이 희미하게 내려앉는다

이미 자랑이랄 것도 없이 되어버린 과거의 행적들이

온통 주름으로 남은 듯한 얼굴을 돌려 천천히 등을 보일 때

아, 선한 사람의 세월이 저런 것이구나 마음 복잡하였다

대만의 옥산도 일본의 북알프스도 여기는 없다

다만 현실이 있을 뿐

밟고 선 땅이 자꾸 기울어지는 까닭을 한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뒤뚱거리는 그의 발걸음이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듯하다

확신과 의지로 갈 수 있는 길이 어디까지일까 아니

어디서부터일까

하지만 맞지 않는 안경을 끼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살아진다는 것, 목숨은 질긴 것이므로

그가 돌아서며 엷게 미소짓는다 나는 다시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이태리에서 벗에게 보낸 누군가의 엽서를 기억한다

정성스레 쓴 간결한 문장이 헌책방에서 산

라즈니쉬의 명상록 갈피에 끼워져 있었다

먼 여행길에서 고국의 벗에게 보낸 자신의 글이

전혀 모르는 여자의 수중에 들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지금은 그들에게 잊혀진 우정을 괜히 내가 못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난 여자들의 우정을 믿지 않지만 남자들에 대해선 간혹 생각한다

(나는 그가 사진에 담아준 후지산과 북알프스를 잘 간직하고 있다)

그는 더 돌아보지 않는다 그의 외투자락이 바람에 잠시 펄럭하더니

그만이다 나도 그만 돌아선다

가게의 통유리 너머 낯선 얼굴이 하나 떠 있었다

나는 중얼거린다

외로움은 외롭다고 말할 때 이미 넋두리가 되어버린다!

 

 

 

<창작과비평>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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