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날 때부텀 가난 구뎅이에 빠진 사람이 있거덩. 가들은 구걸하는 어매 등에 업히가 거리에서 자라고 걷게 되믄 알아서 지 묵을 걸 찾아야 되는 기라. 혹은 지 건강을 다 바쳐 일해야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이 있지. 가들은 나이 묵으믄 더 팔 수 있는 건강도 없어가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꼬. 가들의 땀에 쩔은 생활을 찍고 있으믄 살과 뼈로 이롸진 빈곤의 몸통을 덥썩 만져보는 것맹키로 섬찟한 기라.

내는 사진 작업 할라꼬 현실적 고통을 차라리 즐깄거덩. 어떤 어렵음도 사진의 거름이 된다꼬 여깄으니까. 어떤 불행도 쾌감으로 수용할 수 있다 카는 오기로 넘몰래 미소짓곤 했지. 쌀 사놓으믄 연탄 떨어지고 연탄 들라노면 쌀 떨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기라. 아픔맹키로 우리를 깊게 하는 기 없고 가난한 자의 행복만큼 진실한 거는 없어. 내 생애는 젤로 낮고 더럽은 땅을 입맞추믄서 흐르는 물로 남을 기야.

 

 

<꽃에게 길을 묻는다>. 문학과지성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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