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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방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박래부 지음, 안희원 그림, 박신우 사진 / 서해문집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서재.
여기 실린 작가들만큼 넓직하고, 책으로 가득 넘치는 서재는 아니더라도, 책 속에 묻혀 생각을 키우고 보다 충만한 시간을 누리고 싶은 생각은 누구에게나 희망사항일 것이다. 규모보다는 그 공간의 의미에 대한 갈망이리라. 그러한 갈망과, 언젠가 갖게 될 공간에 대한 '꿈꾸기'를 위해서라도 이 책의 기획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작가, 특히나 유명작가들에게 '서재'란 무엇인가? 특히나 전업작가인 경우에는 자신의 온갖 사유와 탐구, 정리와 창조를 위한 '삶의 가장 치열한 공간'이 아닐까? 그러한 생각에서 내 나름의 고약한 잣대로 줄을 세워보면 어떨까? 강은교 > 김용택 > 공지영 > 신경숙 > 이문열...(김영하는 연구실만을 보았으니 번외로 치고..)
오랜 기간 문학판을 취재를 했던 저자의 경험은 인터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현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획의도를 살펴볼 수는 없겠지만, 작가들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어 그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또 나갈 길을 살펴보기에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단지 방구경은 아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말이다.
또 한가지.
선정 기준이 무엇이었을까? 강은교, 이문열, 김용택 등의 선배작가들과 40대 중반의 공지영, 신경숙, 김영하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는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왠지 한 권에 담기에는 뭔가 깊이와 넓이에 있어서 조화롭지는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얻을 수 있었던 작가들의 목소리.
강은교 시인의 '현재시단'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한 대목.
"학생들이 요즘 시 안 쓰는데, 시 쓰는 사람들도 잘못한 점 많았고요. 너무 어렵게 쓰려고 하는 거예요. 자기를 위해서만 쓰고 있지요./시에는 자기를 위해 쓰는 기능이 있고, 타인에게까지 가지고 가는 기능이 있는데, 자기를 위해서 쓰는 일에서 멈춰 버리고 말아요. 그 사람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은 도통하는 일이지요.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따라갈 길이 있나. 결국 시를 안 읽지요."(130~131쪽)
또한 시에 대한 열정.
'아, 언제 저 매미처럼 울 수 있을까. 매미의 유언인 저 울음. 언제 늘 마지막 같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안녕히.'(139쪽)
또한 아이들 교육과 관련한 교육자 김용택의 충고.
"애들에게 글 쓰는 것, 그림 그리는 것 가르치면 안 돼. 잘 보는 법을 가르치는 거여. 산, 나무, 농사일하는 거,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걸 자세히 보게 하는 거여. 그래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지./도시에서는 그림 그리는 기술을 가르쳐. 기술이라는 건 금방 애들이 귀찮아 해. 맘대로 그렸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그려라, 저렇게 그려라' 하는 거야. 잘못 그리면 혼나. 잘 그리는 놈은 성질나니까 하기 싫어져버리는 거야. 아이들 상상력을 죽이면 안 돼. 나는 미술학원에서 배워 그린 그림을 아주 싫어해."(220~221쪽)
* 노트(3쇄) 135쪽 2행 찾이리 -> 찾을 이 또는 찾을리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