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꽤 유명한 저자의 오랜만의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의 특장으로는 즐겨읽었던 시 한 편을 통해 자신의 지난 기억이나 생각, 또는 고민 등을 풀어놓는 방식으로 쓰여진 것이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의 시 한 편을 통해서 그 의미와 삶을 자상하게 소개시켜준 점(아마 이 책을 통하지 않았다면, 단 한번도 '압둘 와합 알바야티'라는 인명을 검색하지 않았으리..^^) 등 유익한 내용이 가득하고, 또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상처에 대한 깊은 천착은 실로 (이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절절하다.

 체 게바라의 <나의 삶>을 포함하여 다수는 그 한 편의 시에 대한 작가의 시선과 의미를 통해 나름대로 재해석해보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일부는 '시와 서간체의 글이 무엇으로 연결되는 것인지.. ' 하는 혼란을 주기도 한다. 해석의 다양성으로, 또는 그 시보다 더 절절한 작가의 회상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단, 한가지 혼란스러운 것은... 'J'에 대한 해석이다. 물론 작가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혹 J가 JEJUS의 이니셜이기도 하겠다 싶은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J...좀 더 단조로운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적한 곳으로 가야 인간이 가진 마음의 찌꺼기들이 밖으로 잘 나오게 하셨나 싶기도 했지요.(79쪽)

J, 당신을 그리워하다 병도 든 적 없습니다. 당신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다가 마음 한 번 제대로 찢어져 본 적 없습니다. 그녀가 20세기의 성녀라는 사실은 이해됩니다. 다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온 마음을 다해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으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실은 성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143쪽)

반면에 그렇지 않아보이는 대목도 있다.

J, 보내주신 편지 잘 받았습니다..(중략).. J, 이 편지를 읽으며 마음 아파하실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당신은 새벽에 일어나 시몬느 베이유의 글을 읽으며 저를 생각했다고 쓰셨지요.(99~100쪽)

인격화된 신앙체로 보던, 아니면 둘 다를 포함하는 다양한 함의를 지닌 추상화된 그 '무엇'으로 보던 독자의 몫일 수도 있겠으나, 형식의 틀로써 서간체를 택한 입장에서는 보다 친절할 필요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다. 혹 다른 해석이 있으신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하기도 하다.

산도르 마라이, 압둘 와합 알바야티.......... 그리고 충격적인 규모의 책 광고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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