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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고수기행
조용헌 지음, 양현모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조용헌의 고수기행(조용헌, 랜덤하우스 중앙, 2006.3.28)
* 족보학 연구가 서수용
돌이켜 보면 근대 이전의 조선 후기는 경상도가 탄압을 받았던 셈이고 경상도 사람이 지역적 차별을 받고 소외를 당했던 역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22)
* 묵방산 산지기 이우원
예술품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연의 대용품’인 것 같다. 문명이란 무엇인가. 자연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자연과 유리된 삶이다 예술이란 자연을 접할 수 없는 문명과 도시의 산물이다.(40)
종로 2가 관철동에서 ‘학사주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일명 ‘2층집’이었다. (중략) 일포가 학사주점을 운영하면서 벽에 서 붙여놓은 구호가 있었다고 한다. ‘마셔도 취하지 말자. 취해도 흔들리지 말자. 흔들려도 외상 긋지 말자!’ 외상이 많았으니 장사가 잘 될 리 없었다.(49)
아미타불은 이 자비이고, 태양이 아닐까. 물론 나의 개인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아미타불이 서방에 계신다고 여겼던 것 같다. 서쪽을 향해 지은 아미타불 도량은 예불하는 사람으로하여금 석양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저녁노을이 주는 평화다.(57)
* 컴퓨터와 사주의 크로스오버 김상숙
* 전업 문필가 이덕일
인문 역사서를 기술하는 과정은 우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들과 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역사서에 나오는 인물은 당대에 가장 뛰어났던 인물들이다. 그러한 인물과 매일 대화하니까 재미있다. 이런 재미 누리는 사람도 한국 사회에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 조직의 보호도 그렇다. 당대의 진실은 조직에 속해 있으면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혼자 있을 때 잘 보인다.(110)
* 자연을 퍼주는 독지가 변동해
* 뼈대 있는 신선 정재승
* 오디오 마에스트로 일명 스님
사찰의 대웅전에 가보면 보통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왜 세 명의 부처님이 한 조를 이루어 모셔져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잇다.
첫째, 깨달음을 이룬 성자의 인격은 두 가지 면이 있는데, 하나는 자비이고, 또 하나는 지혜다. 자비로운 표정은 대체로 미소를 머금은 경우가 많고, 지혜로운 표정은 냉철한 기색을 띠게 마련이다. 이 상반된 두 가지 표정과 역할을 충돌 없이 나타내기 위해서 양쪽에 두 명의 불상을 조성했다고 보는 설이 있다. 오른쪽 불상이 자비라면 왼쪽 불상은 지혜를 담당하는 식이다.
둘째, 오랫동안 수행에 정진했던 노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은 이야기다. 가운데 계신 본존불이 도를 닦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두 사람이 시봉을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중략)
셋째, 깨달음과 예술의 관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설이다. 가운데 자리가 깨달은 도인이 앉는 자리라고 한다면, 좌우의 자리는 예술가가 앉는 자리다.(180)
소리를 즐기는 것이 음악이다. 음악은 존재를 소리로 표현한 것이다. 존재 그 자체는 빛이고 기쁨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 그 자체는 슬픔이 아니라 기쁨이다. 존재 그 자체는 불성이고 신성인데, 어찌 슬플 수 있겠는가. 그 근원적인 존재의 기쁨을 기쁨으로 표현하는 전달 매체가 바로 소리다. 존재와 기쁨의 중간에 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는 그 중간 매개체라고 보면 된다.(185)
“한 번 득음의 경지에 이르면 영원히 그 경지가 유지되는가. 돈오점수라고 하듯이, 득음 이후에도 수행이 필요한가?”
“필요하다. 전라도 명창을 유명한 인물이 바로 임방울이다. 임방울도 이미 득음을 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와 여기저기 활동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흐트러진 것 같다. 세상에서 바쁘게 활동하다 보면 흐트러진다. 흐트러지면 다시 산에 들어가 폐관하고 정진해야 한다. 다시 추슬러야 하는 것이다. 임방울도 흐트러지면 산으로 들어가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186)
예를 들어, 눈이라고 하는 안근은 앞에 있는 사물은 볼 수 있지만, 뒤통수 너머에 있는 사물은 볼 수 없다. 그래서 800공덕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리를 듣는 이근은 뒤에서 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전후좌우의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이근은 1,200공덕이라고 설명한다. 800보다 1,200이 더 크다. 눈보다 귀를 사용하는 것이 전천후 수행법인 것이다.(187)
듣는 소리는 대략 네 가지로 구분된다. 법음, 묘음, 해조음, 관음이 그것이다. 해조음은 바닷가의 파도 소리다. 파도 소리는 항상 들린다. 집중하려면 항상 들리는 소리를 택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 나라의 유명한 관음도량이 공교롭게도 모두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조음을 듣기 위해서다. 동해안에서는 낙산사 홍련암이 유명하고, 서해안에는 강화도 보문사, 남해안에는 남해 보리암이 있다. 한국의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187)
일명은 공덕을 쌓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단계는 물질로 도와주는 단계다. 가장 초보적인 아래 단계에 속한다. 그 다음 단계는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것이다. 술, 담배를 적게 하고, 음식도 가능한 한 육식을 적게 먹고, 또 욕심을 줄이고, 하루에 1시간 이상 혼자 있으면서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선정력이다. 깊은 삼매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른바 기도발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도를 일심으로 하면 정신통일의 상태에 들어가고, 정신이 통일되면 정신세계에서 응답을 한다. 자타불이의 경지다. 이 응답이 기도발이다. 기도를 제대로 하면 좋은 인연을 만난다.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공덕을 쌓다 보면 관상이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고, 그 사람의 에너지의 파동이 바뀐다.(195)
스피커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콘corn 스피커와 혼horn 스피커가 있다. 콘 스피커는 소리를 직접 방사하는 방식이다. 직접 방사한다는 말은 증폭 장치가 달려 있지 않다는 의미다. 보통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오디오에 달려 잇는 사각형의 네모진 스피커다. 콘형은 바로 말하는 형식이다. 그에 비해 혼 스피커는 넓은 공간과 먼 거리에 음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스피커다. 소리를 드라이브시킨다. 증폭시키는 것이다. 마치 입에다 두 손을 모아 말하는 형식이다. 커다란 나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혼 스피커다. 일명이 만드는 스피커는 혼형 스피커다. 한국적인 소리를 내는 데는 혼형이 적합하다. 일명이 지난 27년 동안 개발하는 데 몰두했던 스피커가 혼형 스피커였다.(199)
주변을 관찰해 보면 여자들이 음악은 좋아하지만 오디오 마니아는 없다. 왜 그런가. 일명의 분석에 의하면 여자는 아이를 낳는다. 자기 몸 내부에 이미 세계가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남자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래서 밖에서 추구하게 된다. 밖에서 소리를 완성하고자 하는 욕망이 남자들을 오디오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이다.(200)
일종의 소믈리에다. 포도주를 감별하는 직업이 소믈리에이듯이, 소리를 감별하는 ‘사운드 소믈리에’라고 할 만하다. 일명이 겨루고 있는 명품 스피커 회사를 물어보니 몇 군데가 있다. 미국에는 ‘윌슨 오디오’가 있다. 미국적인 소리를 내는 데 적합하다. 미국적인 소리는 사실적인 소리에 가깝다. 미국인들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탓이다. 그랜드슬램 스피커다. 스피커 가격은 약 2억 원을 호가한다. 유럽에는 ‘포칼’에서 나온 ‘그랜드 유토피아’라는 스피커가 있다. 프랑스 제품인데, 프랑스 제품답게 포도주 냄새가 나는 스피커란다. 이 역시 2억 원 정도 한다. 스위스에서는 ‘골드문트’ 스피커가 유명하다. 독일과의 합작 회사인데, 자연에 가까운 투명한 소리를 낸다.(200)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물에 허물이 없다. 하지만 이 말은 한참 진행된 차원의 이야기다. 일상 생활에 지친 생활인들에게는 먼저 좋은 스피커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기쁨을 느끼는 일이 필요하다. 삶의 피로를 푸는 데 소리가 그 역할을 한다. 그러면 단순해지고 소박해진다.(203)
* 서울공대 출신의 한의학 전문가 이의원
세상에 양이 있으면 음이 있게 마련이다. 대학 강단에서 통용되는 강단동양학이 있는가 하면, 강호의 무림에서 유통되는 강호동양학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강호동양학의 삼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사주는 천시를 포함하는 학문이고, 풍수는 지리를 탐색하는 학문이며, 한의학은 인사를 다루는 학문이다.(208)
* 미국의 태권도 대부 이준구
진정한 고수는 어떤 사람인가.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초식을 꼭 필요한 자리에서 꼭 필요할 때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말이 많고 이유가 많은 사람은 고수가 될 수 없다. 고수는 순간의 일합을 통해 자신을 증명한다. 그러나 고수는 이 순간의 합일을 위해 수십 년을 준비한다.(232)
중년이 되면 척추 아래쪽 명문혈이 뒤로 빠져서 자세가 꾸부정하게 변하는데, 이준구는 명문혈이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앉은 자세가 수직을 이룬다. 명문혈이 곧으면 신장의 정기가 아직 충만해 있음을 뜻한다. (중략) 매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규칙적인 반복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되어야 기술이 된다. 반복해야 세포가 기억한다. 따라서 좋은 습관, 좋은 기술이란 세포가 기억하는 것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255)
* 비전 전문 명상가 한바다
불경기, 청년실업, 북핵 문제, 저출산은 한국이 직면한 사대 우울증이다.(262)
얼굴 표정도 동안에 가깝다. 상대방을 긴장하게 하지 않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이라면 안시라고 해야 맞다. 얼굴 표정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므로, 얼굴을 가지고 상대에게 보시하는 셈이다ㅏ. 얼굴에는 늘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264)
생각을 쉬면 마음이 맑고 고요해져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불가에서는 모든 것을 놓으라는 방하착이라는 가르침이나, 분별심 또는 ‘양변을 여의어라’라는 가르침도 간단히 말해 생각을 쉬라는 것이다. ‘부처도 아니고, 부처 아님도 아니다’ 라는 말이나 ‘불일도 아니고, 불이도 아니다’ 라는 선가의 표현 또한 생각을 통해 진리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로 그 생각’을 쉬게 만든다.(264)
생각을 버리면 너도 없고 나도 없고, 안도 없고 바깥도 없으며, 때린 자도 맞은 자도 없는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생각을 버리는 과정이 바로 명상이다. 명상은 분별하는 마음을 버리게 하고 이 근원의 마음을 되찾게 해준다.(265)
보통 일상 생활을 하다 보면 눈, 코, 귀, 입 등을 통해 들어오는 감각으로 마음이 언제나 왔다 갔다 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근원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근원으로 소급하려면 일상적인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에 매달라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267)
고대사회에서는 지금처럼 매일 목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욕이 갖는 의미는 매우 깊었다. 목욕은 성스러운 행사에 가까웠다. 마음의 때를 벗기고, 거듭 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세례의 진정한 의미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목욕이 곧 물소리를 듣는 일이다. 이렇게 지리산의 피아골처럼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소가 근원의 마음을 찾는 데 유용한 장소다. 지금 이 산장도 물소리를 듣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다.(268)
종자돈이 있어야 씨를 퍼트리고 이자를 치는 것처럼, 집단적인 행복감은 민족의 무의식에 커다란 에너지로 남아 있게 된다. 집단 카타르시스는 재도약할 수 있는 자본금이다. 이 자본금이야말로 긍정하는 힘이 된다. 긍정할 수 있어야 풍류로 갈 수 있다. 우리 나라는 그동안 이 긍정하는 에너지가 막혀 있었다. 월드컵이 긍정하는 힘을 주었다고 본다.(269)
비전은 30 ~ 40퍼센트 정도 실현 가능한 잠재력이다. 그러나 비전을 성취할 주체 집단의 몫과 책임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주체가 그 비전에 대한 사명 의식이나 주인 의식을 강하게 갖게 되면 30 ~ 40퍼센트의 가능성이 더해지며, 여기에 외적인 행운이 따른다면 비전은 성취된다. 이러한 비전이나 운들은 마치 집 앞 시냇가로 몰려드는 고기 떼와 같다. 고기 떼는 유동적인 에너지다. 만일 고기 떼를 잡을 소쿠리가 엎거나 또는 관심이 없어 그대로 놓아두면, 고기는 결국 다른 곳으로 헤엄쳐 가버린다. 비전의 성취를 위해서는 소명 의식과 현실적인 행동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275)
가진 것 없이 이 산 저 산의 산장과 민박집이 거처일 뿐인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들을 축포처럼 터뜨리고 있다. 그와 1박 2일 동안 계곡의 물소리를 들어가며 대담을 나누고 나니 왠지 모를 희망이 생긴다. 너무 걱정할 일이 아니다.(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