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학교’ 앞 학생·교사들 눈물바다
학교쪽 봉쇄…교장, 아이들 손팻말도 찢어

장수중, 23일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승인
 
 
한겨레 김성환 기자 정민영 기자 박임근 기자
 








 

»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 통보를 받은 최혜원 길동초등학교 선생님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을 들어보이며 울먹거리고 있다. 닫힌 교실문과 뜯긴 컴퓨터, 셔터가 내린 복도문 등이 담겨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일제고사 해직교사’ 출근투쟁


1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길동초등학교 본관 건물 앞.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교사 최혜원(25)씨의 첫 ‘출근 투쟁’은 끝내 눈물바다로 변했다. 최씨는 이날 아침 8시께 학교 정문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2반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여명과 함께 ‘부당 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오전 8시40분께 집회를 마치고 학생 10여명과 함께 교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학교 쪽은 건물 중앙현관 출입구를 아예 걸어 잠갔다. 현관을 사이에 두고 30분 남짓 실랑이를 벌였지만, 끝내 문은 열리지 않았다. 최씨와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눈물을 쏟았다. 임아무개(13)양은 “아침에 가져가려고 전날부터 만들어 놓은 손팻말을 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다 찢어버렸다”며 울먹였다. 김아무개(13)양은 “교문 앞에서 다른 선생님에게 막힌 우리 선생님을 보면서 슬프고 무서웠다”고 했다. 이 학교 김태영 교장은 “새 담임교사가 배정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통제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 교사 해임’ 길동초교 최혜원 교사 출근투쟁 첫날








최씨는 두 시간 남짓 만에 발길을 돌렸지만, 학생들은 교실로 돌아가지 않고 보건실에 모여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줘 마음이 아프고 죄스러워요. 중징계를 내린 것에 화가 치밀고, 현관 안에서 팔짱을 낀 채 내다보던 동료 교사들의 냉정함이 더 서러웠어요.” 최씨는 “힘들고 괴롭지만 출근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학교 쪽이 연 6학년 2반 학부모 총회에서도 ‘부당 해임’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총회에 참석한 학부모 이아무개(38)씨는 “졸업 때까지만이라도 최 교사의 징계를 미뤄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쪽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회의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들 이름을 일일이 적어 무슨 말을 하는지 감시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총회는 이번 일로 상처받은 학부모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쓰다듬기 위해 연 것”이라고 해명했다.

파면·해임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와 성명도 잇따랐다.

‘일제고사 관련 부당징계 저지 장수군대책위원회’와 학부모들은 이날 성명을 내어 김인봉 장수중학교 교장 징계 움직임에 대해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존중한 장수중 교장에 대한 부당 징계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날 장수중은 23일 일제고사를 치르지 않고 체험학습을 하는 것을 승인했다. 전교조 부산·충북·울산지부 등도 지역별로 1인시위, 농성, 모금운동 등을 벌였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이날 성명을 내어 “편지 형태로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안내했던 교사들을 학교에서 몰아낸 것은 학교의 자율권과 학부모·학생의 선택권을 강조해온 시교육청의 입장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징계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불교청년회 등 10개 불교단체들은 “경쟁과 서열화를 부추겨 평화와 공생의 감수성을 죽이고, 작은 저항이나 반론은 힘으로 짓밟는 것이 교육당국이 할 짓이냐”며 비판했다. 김성환 정민영, 전주/박임근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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