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이 형, 자요?" 5초쯤? 아니 7초쯤? 잠들었을까. 박무택이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바위 턱에 간신히 올려놓았던 엉덩이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죠. 그네를 타듯 몸이 빙벽 밖으로 휘청 나갔다가 돌아올 무렵 다시 바위턱을 찾아 엉덩이를 걸쳤습니다. "무택아, 너도 자면 안돼! 잠들면 죽는다." 그렇게 빙벽에 매달려 깜빡깜빡 졸 때면 우리는 허공에서 그네를 타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밤새 얼마나 많이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가. 다행히 칸첸중가의 신은 우리가 그곳에서 하룻밤 비박을 할 수 있게끔 허락해 주었습니다.-109쪽
몹시 추운 겨울, 지하도를 내려가다 할머니 한 분이 쪼그리고 앉아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조그맣고 남루한 박스 위에 몇 덩이의 귤을 올려놓고 장사를 하고 계셨죠. 할머니를 보는 순간 나는 칸첸중가에서 박무택과 비박을 했던 생각이 났습니다. '아! 저 할머님도 비박을 하고 계시는구나! 이 세상 가난한 사람들이 지하도에서, 시장 좌판에서 저렇게 앉아 비박을 하고 있구나!' 눈물이 났습니다. 귤을 사들고 마저 지하도를 내려가는데 갑자기 산에서 죽은 박무택이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습니다.-113쪽
어느 인디언의 교훈처럼 우리는 이 세사의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렵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사라진 뒤에야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이 돈을 먹고살 수는 없다는 것을...-177쪽
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산악 동료의 아이들은 어떻게 학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그것이 남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장학재단 기금 마련을 통해 유자녀들의 학업만이라도 책임지는 것이 함께한 이들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어떻게든 그것을 실천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나 자신이 행복해집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들을 도울 것입니다.-235쪽
그 말에 실천이라도 하듯이 이번 5월 15일에 이문세 씨는 박상원 씨와 함께 네팔로 떠납니다. 히말라야 다딩지역에 위치한 날랑 마을로 일주일간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것이죠. 그곳 오지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운동시설을 마련해 준다고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방송인, 연예인 등 모두 열일곱 명이 모여 떠나는 히말라야 원정대. 이번 원정에서 대장을 맡은 이문세 씨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원정에서는 40년을 훌쩍 넘겨 쓰러져 가는 낡은 교실과 더럽고 오래된 화장실을 시멘트 건물과 수세식 화장실로 교체하는 공사도 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260쪽
2008년 5월 28일. 엄홍길 휴먼 재단을 설립합니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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