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임희선 옮김 / 생각처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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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고양이가 인간 세태를 이야기하다가 어느날 술 취해 물에 빠져 죽었다이다. 작가 소세키는 일본 천엔 구지폐에 초상이 실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데, 1905년 그의 나이 38살에 쓴 첫작품이자 출세작인 이 소설이 기대만큼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는다. 다만 영어교사를 하며 위궤양으로 고생하다가 49살에 아깝게 죽은 작가가 자신의 삶을 고양이의 눈과 입으로 위트 있게 서술한 것이 참신하다. 마치 연암 박지원의 소설 <호질>에서 호랑이가 양반을 비판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밑줄>

나는 거기에서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것을 보았다. 더구나 나중에 듣고 보니 그것은 서생이라 하여 인간들 중에서 가장 성질이 더러운 종족이었다고 한다... 내 주인은 여간해선 나랑 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없다. 직업은 교사라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서 거의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집안사람들은 모두 주인이 대단히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고 생각하고 있다. 당사자도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안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씩 몰래 그의 서재를 들여다보곤 하는데, 어떤 때는 읽고 있던 책 위에 침을 흘리며 자기도 한다. 그는 위가 약해서 피부색이 누리끼리하고 탄력이 없어 활발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도 밥은 많이 먹는다. 잔뜩 먹은 다음에 다카디아스타제(위장약)를 먹는다. 약을 먹은 다음 서적을 펼친다. 두세 페이지 읽다보면 졸려진다. 책장에 침을 흘린다. 이것이 그가 매일 밤 되풀이하는 일과이다. 나는 고양이지만 가금씩 이런 생각을 한다. 교사라는 존재는 참으로 신세가 편하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교사가 되는 것이 최고다. 이렇게 자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고양이라도 못할 것이 없지 않는가 하고 말이다. 그래도 주인의 말을 빌자면 교사처럼 힘든 일이 없다고 한다. 그는 친구가 올 때마다 이러쿵저러쿵 불평을 늘어놓곤 한다.

 

원래 우리 고양이들 사이에서는 정어리 대가리건 숭어 꼬리건 제일 먼저 발견한 자가 이를 먹을 권리를 갖게 되어 있다. 만약 상대방이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힘을 써서 권리를 행사해도 될 정도이다. 그런데 저 인간들은 털끝만큼도 이런 개념이 없는지 우리가 발견한 맛있는 음식을 모조리 자기들을 위해 약탈해 버린다. 그들은 자기들 힘이 센 것만 믿고 우리가 정당하게 먹어야 할 것을 빼앗아 가고는 시치미를 뗀다.

 

(원래 읽은 책은 H&book에서 나온 것인데 검색이 안되어, 같은 번역가의 책으로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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