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늙는가 - 진화로 풀어보는 노화의 수수께끼
스티븐 어스태드 지음, 최재천.김태원 옮김 / 궁리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영생을 원하지만 아무도 늙고 병들고 죽는 걸 피해갈 수는 없다. 따라서 덜 아프고 늦게 죽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집은 사람은 아마도 아프고 늙는 걸 실감하는 나이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노화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도 원인도 대책도 알려 주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학설을 비교적 재미있게 얘기해 주니 지적 충족을 즐기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좋은 어머니 이론'에 따르면 25세 출산, 50세 육아가 좋다.  그래도 여전히 항노화법이 궁금하다면? 덜 먹고 좀 움직여라!

 

<밑줄 쫙>

 

우리 몸의 어떤 세포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암세포가 되어서야만 가능하다.

 

파우아뉴기니의 숲에 사는 사람들은 선택이라기보다 필요에 따라 저지방 식사를 한다. 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데, 만약 미국인이 이렇게 운동을 한다면 대부분 죽을지도 모른다. 마라톤을 수십 번이나 해본 내 친구는 파푸아누기니의 흔히 볼 수 있는 산에서 이틀 동안 걸은 것이 그가 해본 운동 중에서 가장 힘든 운동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은 동맥경화증에 걸리지 않은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의 환경이 변한다면 E4 유전자는 힘을 발휘할 것이다. 내가 연구했던 마을에서 어떤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운 좋게도 광산회사에 취직하여 채굴 정비를 작동하는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는 광산촌으로 이사한 뒤 양질의 고기와 양곡을 먹기 시작했고 그렇게 서구식을 즐기다가 결국 출세도 못하고 45세에 심장병으로 세상을 떴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수명과 면역계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 면역계가 지나치게 민감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신경 보초처럼 민감한 면역계는 적을 친구로 오인할 수도 있고 친구를 적으로 생각하고 쏠 수도 있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민감한 면역계가 스스로를 공격하여 급기야는 관절염, 천식, 루푸스 등에 더 잘 걸리게 된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병에 자주 걸려 앓는 경우가 많아서 병원을 더 자주 찾는다.

 

레이먼드 펄은 노화에 대한 생명 활동 속도 이론의 옹호자였다. 그는 50세가 되면 사람들이 바보가 되기 때문에 투표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에디 앤드레이드는 대단한 운동광이었다. 헬스코치인 그는 축구, 조깅, 자전거, 아령운동, 수영 등을 즐겼다. 담배와 술은 전혀 하지 않았고 수도원식으로 프리티킨 식이요법을 따랐다. 그리고 맥박,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라이드 수치는 얼마인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무거운 중량을 들 수 있었는지, 얼마나 멀리 또 빠르게 뛰었는지 등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일 일기에 기록했다. 65세의 나이에도 마치 강철로 만든 사람 같았다. 친구들은 그가 30세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993518일 일몰 직후, 에디는 그가 가장 힘들게 달렸던 조깅 코스 근처에 있는, 태평양이 보이는 절벽 끝에 서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가 느낀 고통은 불치병이 쇠약해지는 병과는 관계가 없다. 그는 나이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그러나 자살하기 몇 개월 전부터 그의 몸은 아주 엄격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맥박 수치가 다소 올라갔고, 몇 번씩이나 등 부위에 심한 경련 때문에 괴로워 체력 단련실에서 몸부림쳐야 했다. 게다가 탈장으로 가벼운 외과 수술을 받아야 했고, 음성으로 판정 났는데도 불구하고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앤드레이드는 최고의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노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완벽주의자였기에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게 된 것이다.

앤드레이드가 천문학을 공부했더라면, 그의 건강 상태가 얼마나 좋은가 하는 것은 우주의 기준으로 볼 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가 생물학에 대해 좀더 알았더라면,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탄생이나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노화는 게으름이나 폭식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진화와 일반적인 생존 과정의 피할 수 없는 산물이다. 생활습관과 상관없이 삶은 우리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비록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성적 자극과 오르가즘을 일생 동안 느낄 수 있다 해도 50세 정도가 되면 생식 능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완경 자체는 20세 때부터 시작되는 빠른 생식 감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많은 여성이 30대나 40대에 임신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25세 때 생식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에 비추어보면 35세 여성조차도 임신을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또한 35세 여성은 아기가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을 확률이나 아기를 낳을 때 죽을 확률이 20대 초반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좋은 어머니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오래도록 열정적으로 아이를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완경은 발생한다. 20대 초반이 되면 여성이 아기를 성공적으로 낳을 확률이 여러 이유로 감소하기 시작한다. 보편적으로 임신이 점차 어려워지므로, 엄마와 아기가 죽을 위험도 점차 증가할 것이다. 아기는 유전적 결함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아기가 독립할 때까지 생존할 확률이 점차 줄어든다 ...... 결국 이 이론에 따르면, 여성이 번식을 멈추고 마지막 자식을 기르거나 다 자란 자식이 그 자식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일에 에너지를 쏟는 일이 진화적으로 이익(즉 유전자를 전달하는 보다 효과적인 방식)이 될 때까지, 성공적으로 생식을 할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다시 말해서 좋은 어머니이자 좋은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여성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 임신을 늦추거나 번식을 조절하면 영양이 풍부하고 활동량이 적은 생활을 하는 것처럼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현대생활은 좋은 면이 있는 반면 유방암을 초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