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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의 드라마작가를 말하다 - Drama,작가 vs 작가 ㅣ 방송문화진흥총서 96
신주진 지음 / 밈 / 2009년 10월
평점 :
전원일기(1981)의 김정수(1949~), 한지붕 세가족(1986)의 김운경(1954~), 사랑이 뭐길래(1991)의 김수현(1943~), 아들과 딸(1992)의 박진숙(1947~), 모래시계(1995)의 송지나(195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1996)의 노희경(1966~), 허준(1999)의 최완규(1964~), 대장금(2003)의 김영현(1966~), 파리의 연인(2004)의 김은숙(1973~) 작가 등 2000년 전후의 드라마 작가에 대해 방대한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다.
다만 2010년 이후의 작품에 대해 후속 저술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시크릿가든(2011),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미스터션샤인(2018)의 김은숙 작가를 비롯하여, 동백꽃 필 무렵(2019)의 임상춘, 응답하라 1988(2015)의 이우정 작가 등 요즘 한창인 작가에 대해서도 집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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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드라마는 우리사회에 방송이 시작된 지 수십년 동안 할 일 없는 아녀자들이 집안 일을 하는 짬짬이 왔다 갔다 하며 보는 싸구려 오락물로 치부되었다. 가끔 가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등장해도 그것은 이러저러한 사회적 요인들이 작용해 이루어진 사회현상일 뿐 드라마 자체에 대한 분석이나 비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청률이 높을수록 보통은 ‘저급한’ 드라마가 대중들의 인식과 정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윤리적인 단죄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90년대 벽두에 등장한 주찬옥의 드라마는 그러한 드라마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편견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전환적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갈등이 센 극적인 사건보다 자잘하고 소소한 일상적인 사건들에 주목하고, 외부의 사건들이나 자극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인물들 대신 자신의 주관과 소신, 성격들이 뚜렷한 주인공들이 등장하였으며, 그 인물들의 행위에는 내면의 심리와 자아성찰이 실리게 되었다. 문학에서의 자아개념에 맞먹는 이러한 적극적이고 반성적인 여성주체의 등장은 주찬옥에서 노희경, 인정옥으로 이어지는 의식적인 탈신파의 흐름을 형성하였으며, 명실상부한 마니아 드라마의 원류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