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봤어? - 인간답게 산다는 것 청소년 인문 교실 1
홍세화 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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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김동춘, 강신주 등 유명한 인문사회학자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다양한 주제의 짤막한 글들이 있기 때문에 한 시간 수업에서 20분 읽고 20분 토론하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밑줄>

역사적으로 위대한 철학자는 모두 결혼을 하지 않았어요. 플라톤, 칸트, 데카르트, 스피노자, 니체...그들은 진리를 위해 본능적으로 결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식을 낳는다면? 그건 정말 치명적이죠. 석가모니는 자기 아들 이름을 라훌라라고 지었는데, 무슨 뜻이죠? 맞아요. ‘장애물’, ‘방해물이라는 의미예요. 성철스님도 딸이 있었는데, 이름이 불필이에요. ‘필요없다는 뜻이지요. (고병권, ‘철학하며 산다는 것)

 

일리치는 이런 비유를 들었어요. ‘비가 올 때 우산을 만들어 쓰는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비가 오면 귀찮고 싫으니까 비를 없애자는 것이 근대 과학의 관점이다일리치는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근본주의자는 아닙니다. 말씀드렸듯이 일리치도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 운전을 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우산을 만들어 쓰는 것은 좋은 기술, 착한 기술이지만 비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는 겁니다. (박경미, ‘고통의 의미, 현대 의학과 병듦)

 

왜 하이데거가 나치 체제를 받아들이고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나치를 찬양하는 글을 썼을까 생각해 보면요. 하이데거 눈에는 히틀러도 저 콧수염 난 놈, 언제 죽을지 모른다그렇게 보였을지도 몰라요. 그러니 독재자들조차도 다 받아들여지는 것이죠. 하이데거 철학은 누구나 다 용서가 되는 철학이에요. (강신주, ‘인문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죽음)

 

제가 프랑스에 있을 때 한 역사 교수하고 친분이 있었는데 한번은 평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프랑스는 만점이 20점이고, 핀란드는 10점이라고 합니다. 제가 한국은 만점이 100이라고 했더니, 그 교수가 그럼 역사도 만점이 100점이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다시 그럼 너는 몇점을 받았으냐?”라고 물어서 어떤 때는 93점도 받고, 어떤 때는 83점도 받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교수가 너희 역사 교사들 대단하다! 학생들의 역사를 보는 관점을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잴 수가 있느냐이렇게 말하더군요.

, 이 지점에서 여러분은 생각해 봐야 해요. 여러분이 역사를 공부한 줄 아십니까?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암기하고 그것을 평가받았죠. 여러분이 사회를 공부했나요? 사회에 관한 용어를 암기했을 뿐입니다. 바로 이게 문제라는 겁니다. 한국에서 인문사회과학에 관한 한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의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시험을 보기 전에 잊어버렸느냐 아니면 시험을 보고 난 후에 잊어버렸느냐 하는 것일 뿐입니다. (홍세화, ‘나는 누구인가, 나와 사회의 정체성)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구호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해져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요? 기업하기 최고로 좋은 도시는 어딜까요? 여러분이 사장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예를 들어 종업원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들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기업하기 좋을까요? 아니겠죠. 노조가 없어야 합니다. 회사에서 물건을 만들 때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돈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그래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몰래 하수구에 폐기물을 버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강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죽겠죠. 관공서에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나올 겁니다. 하지만 사장 입장에서는 조사를 안 하면 굉장히 좋겠죠. , 기업이 사회에 해를 끼치는 일을 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좋은 겁니다. 또 회사에서 공장을 세웠는데 소음이 너무 커요. 주민들이 와서 이 공장 때문에 도저히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고 시위하면 어떻게 돼요? 기업하기 안 좋겠죠. 그러면 회사가 어떤 피해를 주든 간에 주민들이 묵묵히 참아주는 곳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겠죠. (김동춘, ‘대한민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함정에 빠지다)

 

미국적 방식은 법을 안전장치로 활용해서 기업의 권력을 제어하는 겁니다. 법이 100%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서 기업이 저지르는 범죄를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기업에 벌금을 왕창 때려서 다시는 그런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거죠. 부당하게 직원을 해고하거나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협하거나 탈세를 하는 경우에는 소송을 통해서 그 회사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합니다.

유럽의 방식은 노조와 노동자 정당을 통해 기업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사장과 이사회입니다. 유럽은 이사회가 기업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중요한 문제를 결정합니다. 만약 기업이 반사회적이고 반도덕적인 활동으로 이윤을 추구할 경우 이사회가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겁니다. 예를 들어 오염 물질을 배출해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 활동은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겁니다. 기업 내에서 최소한의 규칙과 윤리가 지켜질 수 있게 하는 거죠. 바로 이 이사회에 노조의 대표가 참석합니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활동에 개입하고 감시감독을 하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노조를 절대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삼성도 독일에서는 노조를 허용합니다. 독일에서는 노조를 만들어야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동춘, ‘대한민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함정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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