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원성 스님 지음 / 이레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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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펴 들었을때, 해맑은 동자승들의 모습에 빨려들어갈 것 같았습니다. 그리는 이의 마음이 맑지 않다면, 결코 이런 그림을 기릴 수 없을겁니다.

원성 스님의 글도 좋지만, 사실 저는 그림에 넋이 빠져서 글은 건성이었습니다. 동그란 얼굴에 해맑은 눈빛을 가진 동자승들의 하는양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마음에 잡생각이 싸악 가시면서 편안해지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나는 왕따'라는 글 옆에 커다란 눈동자에 수줍은 듯, 슬픈 듯,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손가락을 물고 있는 애기 스님의 그림입니다. 책장을 넘긴 순간 마음이 싸아~해지면서 당장이라도 그림에서 안아올려 꼭 품어주고 싶더라구요.

원성스님의 홈페이지에 회원으로도 가입하고, 풍경갤러리에 들러서 예쁜 그림집이랑 엽서들도 사려고 합니다. 그림에 조예가 있고 없고, 종교가 불교이고 기독교이고, 그런 것은 이 책이 품은 거울에 빠져드는 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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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사과나무 1 - 이용범 서정소설
이용범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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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사방이 조용해서, 모두들 나만 놔두고 어디로 가 버린게 아닌가...싶더군요. 제목 때문인지, 사과꽃 냄새가 여운으로 남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꿈은 꿈일뿐, 깨고 나면 무안하고 허망한 것이죠.

이 책도 그렇습니다. 읽는 동안은 내내 한숨짓고 눈물 흘렸으면서도, 책을 덮고 나면 내가 느낀 감정들이 순간 무안해지지요. '감동'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뻔한 줄거리이고, 뻔한 인물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정원'의 뼈대에, '국화꽃 향기'의 로맨스와 '가시고기'의 눈물을 섞으면 꼭 이런 책이 한 권 더 나오지 않을까요.

잠시나마 사랑에 대해 꿈꾸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단, 깨고 난 뒤의 허무함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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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는 뭐든지 잘 먹어요 - 스스로 대장 토비 3
프란신느 오먼 지음 / 웅진주니어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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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동화책을 고를 때 그림을 많이 보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은 주로 파스텔톤의 뽀얗고 예쁜 그림들이죠. 토비같이 매끈하지 못한 캐릭터는, 제 눈에는 별로라고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게 아닌가봐요. 제가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은 하나같이 밀쳐놓고, 새까만 선으로 경계가 확실히 그려진 원색의 그림들을 선호하더군요. 시각발달 단계상, 아무래도 뚜렷하고 자극적인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나봐요.

토비 시리즈 중에서도 우리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토비는 뭐든지 잘 먹어요'입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싫어요, 시금치는 안 먹어요!'하고 읽어주면 깔깔 넘어가죠. 우리 아기요? 글쎄요, 아직은 시금치를 못 먹지만, 계속 이 책과 친해지면 먹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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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벌레 여자 - 윤대녕 장편소설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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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이란 이름은 '00 문학상', 'XX문학상'등의 책에 보아왔기에 눈에 익었다. 하지만, 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모아 낸 책에서는 이상하게 작가의 향기나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몇 편 읽었음에도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사슴벌레 여자로 윤대녕과 처음 만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렵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내포한 의미니, 상징이니를 따지자면야 굉장히 어렵겠지만, 줄거리 자체는 부담없이 술술 잘도 넘어갔다. 재미도 있었다. 딱히 뭐가 재미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캐릭터도 신선하고, 상황도 독특하고... 근데, 뭔가 결정적인 하나가 부족한 느낌이다. 다 좋은데 좀 싱겁다고나 할까.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한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그의 다른 작품도 두루 읽어본 후에야 답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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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벼락 사계절 그림책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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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질이 좋은 책입니다. 튼튼한 표지에 빛이 반사되지 않아 눈의 피로를 덜어줌직한 양질의 종이, 큼지막한 크기도 좋구요, 구수한 그림하며 마음을 당기는 글씨체까지요.

질만 좋은 게 아니고 내용도 괜찮아요. 요즘 유행하는 육아법 중에 (누구였더라?) 아이를 '유머'로 키우라고 하더군요. 유머라, 우리 말로 하면 '해학'쯤 될까요? 그 이론에 따르면 이 책이 딱이네요. 아주 해학적이예요.'똥' 얘기만 나오면 비질비질 웃음을 흘리는 아이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줄만한 책입니다. 또, 농작물을 살찌우는 거름이 되는 중요한 똥은 모르고, 그저 더럽다라고만 박혀있던 고정관념에 즐거운 질문을 던지지요.

전래동화보다 세계명작을 더 많이 접하게되는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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