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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전에 자네가 이런 문제를 낸 적이 있었지.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렵겠느냐고. 기억해?"
"기억하고말고. 내 대답은 문제를 만드는 쪽이 어렵다였어. 문제를 푸는 사람은 늘 출제자에 대해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그럼. 그렇다면 P≠NP 문제는?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간단할까?"
유가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시가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먼저 답을 제시했어. 다음은 남이 낸 답을 들어줄 차례야."
여기 두 천재가 있다.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
하나는 문제를 내는 쪽, 나머지 하나는 문제를 푸는 쪽.
아니, 답을 제시하는 쪽과 그 답을 증명하는 쪽이라고 해둘까.
갖가지 연구보고에서도 밝혀지듯이, 예전보다 사람들의 평균지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가. 극장가를 선두로 문화예술 전반에도 '두뇌 플레이'가 넘친다. 보통의 머리로는 그냥 따라가기도 벅찬 치밀한 사전 계획, 그리고 깜짝 반전.
그런데, 그 화려한 플레이들은 하나같이 어쩐지 냉랭하다. 주인공 역의 천재들을 대개 염세주의자 아니면 광인.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극도의 애정결핍으로 무엇이든 'Play', 즉 Game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시가미와 유가와는 좀 다르다. 기존의 싸늘한 천재들에게는 결핍된 '헌신', 혹은 '애정'같은 덕목들이 아직 끓어넘치는 주연들이다.
단순히 '범인을 찾아라!'류의 추리물이 아닌점도 신선했다. 초반부에 이미 독자들에게 보란듯이 범죄현장을 공개해놓고 "자, 밝힐테면 밝혀보시지~"하는 듯한 두둑한 배짱, 그 독특한 구도가 끝까지 작품을 빛나게 했다.
자, 이제 리뷰는 그만. 그리고 여기서 문제 하나.
"추리 소설 한 편을 써내는 편이 쉬울까, 스포일러 하나 없이 근사한 추리소설 리뷰를 써내는 것이 쉬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