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비상구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그의 책은 참 쉽다.
단순히 사용되는 어휘가 그렇다거나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실험시간, 물옥잠을 반으로 갈라 물감이 스미는 모습을 관찰해 본 기억이 있는가?
그의 글은 꼭 그렇게 적당한 속도로 몸 구석구석을 향해 퍼진다. 메마른 곳을 적신다.
충분히 몸과 마음이 습윤해지고 나면, 종종 눈물이 넘쳐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독자는 그저 힘을 빼고 가만히 몸을 내맡기면 그 뿐.....그래서 그의 책은 쉽다.

일곱 개의 이야기가 어느 하나 모나거나 두드러지지 않고 알맞은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약속'과 '석양으로 가는 길'은 성장소설에 대한 그의 탁월한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4teen과 만났을 때의 감동 어린 기쁨이 설핏,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그는 이 분야, 성장 소설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고 다진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의 가족 붕괴 - 비단 그것이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터 -를 모티브로 한 푸른 비상구, 천국의 벨, 하트 스톤 등은 뿌듯한 해피엔딩으로 가는 터닝포인트에 있어 약간의 억지 요소...신파적인 감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터.
사람이 소중하다. 성장과 생이 소중하다. 가족이 소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이사이 느끼는 감정 모두가 소중하다. 이 메시지를 위해서라면 문학성이나, 겉멋이나, 권위 같은 것....차별화 되기 위한 그 어떤 작위적인 요소도 서슴없이 버릴 수 있다.
그런 속삭임이 읽는 내내 들려온다. 이시다 이라와는 전혀 무관한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상관없다. 환청이어도 착각이어도 좋을정도로, 그것은 충분히 따뜻한 위로다.

글마다 책마다 특이한 소재, 확연한 개성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요즈음....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메세지, 언뜻 보면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진부하지 않게, 세련되게 포장해 내고 있는 이시다 이라. 그렇게 편안한 그의 글이 도리어 이 작가를 두 배, 세 배 더 특별하게 한다.

난 이 작가가 점점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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